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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산꼭대기 습지의 신비…대암산 용늪

송고시간2022-08-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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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안개에 젖은 늪은 불현듯 용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이 신비했다.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산지 습지인 용늪은 생태계가 독특하고 경치가 아름답다.

강원도 양구와 인제에 걸친 대암산 정상부에 있는 용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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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한 용늪과 탐방객들[사진/조보희 기자]

안개가 자욱한 용늪과 탐방객들[사진/조보희 기자]

(양구=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비와 안개에 젖은 늪은 불현듯 용이 모습을 드러낼 것만 같이 신비했다.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산지 습지인 용늪은 생태계가 독특하고 경치가 아름답다. '인생 여행' 목록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 우리 하늘 아래 가장 높은 습지

생태 자원이 풍부한 습지는 강가, 바닷가 등 낮은 지대에 많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높은 산에 위치한 습지가 있다. 강원도 양구와 인제에 걸친 대암산 정상부에 있는 용늪이다.

대암산은 해발 고도가 1,304m에 이른다. 용늪은 정상에서 가까운, 해발 1,280m 지대에 위치한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지형이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늪, 그래서 흡사 하늘과 맞닿은 듯 보이는 용늪은 상시로 안개에 휩싸인다. 하늘로 올라가는 용이 쉬었다 간다는 전설이 생긴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신비스러운 풍광이다.

대암산 용늪은 1960년대 비무장지대 생태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학계에 알려졌다. 함경북도와 백두산에서 발견된 데 이어 한반도에서 고원 습지가 드러난 건 용늪이 세 번째다.

항상 물이 흐르는 용늪[사진/조보희 기자]

항상 물이 흐르는 용늪[사진/조보희 기자]

용늪은 면적이 축구장 두 개 크기인 1.36㎢에 달한다. 큰 용늪, 작은 용늪, 애기 용늪으로 이뤄졌다.

높은 산 위에 어떻게 늪이 생겼을까. 용늪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한랭 습윤한 기후이다. 용늪은 한여름에도 냉기가 느껴진다.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영하의 기온이 계속되고, 연평균 기온은 4℃ 내외다. 1년에 170일 넘게 안개가 낀다.

안개는 용늪에 지속해서 물을 공급해 습지 생태계가 유지되도록 한다. 용늪에서는 일 년 내내 기온이 낮고 습도가 매우 높아 생물이 죽은 뒤에도 잘 썩지 않고 바닥에 쌓인다.

유기물이 분해되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 짙은 갈색 유기물층이 늪 바닥에 형성되는데 이것이 이탄층이다.

탄화 작용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석탄인 이탄은 용늪에서 1년에 약 1㎜ 형성된다. 이탄층 깊이는 평균 1m이다. 가장 깊은 곳은 1.8m가량 된다. 어른 키만큼 이탄층이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탄층에 매몰된 꽃가루를 분석한 결과 이곳에 이탄층이 처음 생성된 시기는 4천∼4천500년 전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탄층 제일 아랫부분에서 포자가 발견됐고, 표면에서 아래로 약 80㎝ 깊이에 걸쳐 전나무, 자작나무, 떡갈나무, 고사리삼 순서로 묻혀 있는 게 밝혀졌다.

이탄층 속에 썩지 않고 쌓인 식물 잔해는 한반도 식생과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가 된다.

용늪 이탄층은 매우 강한 산성이며, 영양물질이 거의 함유돼 있지 않다. 이탄층 위에 형성된 늪은 물이 너무 차고 영양분이 부족해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

큰용늪 입구[사진/조보희 기자]

큰용늪 입구[사진/조보희 기자]

대신 습지 식물의 천국이 펼쳐진다. 대암사초, 삿갓사초, 산사초, 뚝사초 등 사초류가 군락을 이루며 가는오이풀, 왕미꾸리꽝이, 줄풀, 골풀, 달뿌리풀, 물이끼 등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 많다. 추운 북부지방 습지에 주로 서식하는 끈끈이주걱, 통발 등 희귀 식충식물도 자생한다.

한국 특산종인 금강초롱꽃, 한반도 고산식물인 비로용담, 제비동자꽃, 기생꽃 등이 어우러져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생태계를 이룬다.

◇ 람사르 협약 등록 제1호 습지

용늪 일대에는 식물 500여 종, 조류 40여 종, 포유류 16종, 양서·파충류 15종, 육상곤충 500여 종, 저서성무척추동물 70여 종 등 생물 1천180여 종이 서식해 생물 다양성이 풍부하다.

용늪에서는 산양, 담비, 삵, 하늘다람쥐, 흰수리부엉이, 참매, 조롱이, 왕은점표범나비, 기생꽃, 날개하늘나리, 닻꽃, 제비동자꽃, 조름나물 등 멸종 위기 야생 생물 13종이 발견됐다.

탐방로 중간에 삵의 똥이 보였다. 털 달린 짐승을 잡아먹었는지 똥에 털이 잔뜩 섞여 있다.

삵의 배설물[사진/조보희 기자]

삵의 배설물[사진/조보희 기자]

용늪 일대에는 북방계 식물과 남방계 동식물이 공존한다. 강원도가 동식물의 남북 한계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또 빙하기에 남하했던 북방계 동식물이 기온이 올라가는 과정에서도 한랭한 이곳에 남아 지속해서 분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비로용담, 대암사초, 애기개별꽃, 개통발, 한국좀뱀잠자리, 대암산집게거미 등이다.

북한에 많이 서식하는, 보라색 작은 꽃인 비로용담은 꽤 많이 피었으나 눈에 잘 띄지 않았다. 비 때문에 꽃이 오므라들었기 때문이다. 이 꽃은 남한에서는 용늪에서만 볼 수 있다.

한국은 1997년 물새와 습지 보호를 위한 람사르 국제 협약에 가입했다. 이때 생태가 특이하고 경관이 아름다운 용늪은 람사르 협약 1호 습지로 등록됐다.

이곳을 환경부는 1999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산림청은 2006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에 앞서 문화재청은 1973년 용늪, 대암산 남쪽 일대, 북쪽 양구군 대우산 주변까지를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 용이 날아오르는 듯 운치 있는 절경

탐방한 날 비가 적잖이 내렸다. 대암산 중턱에 걸린 운무가 정상까지 이어졌다. 용늪에는 바람 따라 가냘픈 사초들이 물결치듯 흔들리고 있었다. 일렁이는 사초와 둥둥 떠다니는 안개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날아오르는 용의 이미지가 겹쳐졌다. 사초 무리와 안개 사이로 얼핏 용을 본 듯한 착각이 일었다.

맑은 날에는 용늪에 형성된 드넓은 초지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대암산 정상에 서면 금강산에서 설악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과 경관이 경이롭다. 대암산의 현재 한자 표기는 '大巖山'이다. 큰 바위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1861년 제작된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고지도와 지리지에는 '臺巖山'(대암산)이라고 쓰여 있다. 이 이름은 '사방으로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경관이 빼어나다.

용늪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군부대가 있다. 일대가 군사 보호구역이어서다. 군부대 상주로 인해 용늪 일부에 육지화가 진행되는 등 훼손이 적지 않았다. 군 시설 철거 및 이전 작업이 2013년 시작돼 2018년 완료됐다.

용늪은 보호를 위해 한때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지만, 지금은 전용 탐방로를 설치하고 자연환경 해설사를 상시 배치해 하루 250명에 한해 탐방이 허용된다.

◇ 또 하나의 희귀 생태원…양구수목원

양구수목원 잣나무길[사진/조보희 기자]

양구수목원 잣나무길[사진/조보희 기자]

용늪을 방문하려면 양구수목원 홈페이지와 인제군 대암산 용늪 홈페이지를 통해 탐방을 신청해야 한다. 그러면 양구군청과 인제군청이 출입 허가 기관인 환경청, 산림청, 문화재청, 국방부에 탐방 신청을 대행해준다.

절차가 좀 복잡해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 해보면 간단하다. 용늪 보호와 체계적인 탐방을 위해 치러야 할 작은 수고라고 보면 될 것 같다. 겨울철과 산불 조심 기간을 제외한, 5월 중순부터 10월 말까지 탐방할 수 있다. 인제 쪽에서 출발하면 대암산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양구수목원은 대암산 중턱에 자리 잡고 있다. 희귀한 남·북방계 식물을 한자리에서 관찰할 수 있는 생태 타운이다.

진입로에 줄지어 늘어선 구상나무는 수목원의 자랑거리다. 구상나무는 한국에서만 발견되던 나무였으나 요즘 유럽에서 '한국전나무'로 불리며 크리스마스트리로 보급되고 있다.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무등산, 덕유산 등의 해발 500∼2,000m 사이 지대에서 자란다.

DMZ박제관[사진/조보희 기자]

DMZ박제관[사진/조보희 기자]

소나뭇과에 속하지만, 나뭇잎 끝이 뾰족하지 않고 부드러워 어린이 눈을 찌르는 등의 위험이 없어 인기를 끈다. 잣나무 숲속에 난 무장애 길은 산책, 명상, 힐링의 장소로 주목받는다.

멧돼지, 검독수리, 오소리 등의 박제를 전시해놓은 비무장지대(DMZ) 야생동물생태관과 400년 된 소나무 분재, 등나무 분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DMZ 야생화분재원도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8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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