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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작 '햄릿' 이번엔 젊은 주역 패기와 노배우들 내공으로 빛나다

송고시간2022-07-14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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굵은 장맛비를 뚫고 서울 남산 국립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햄릿'과 함께한 숨 막히는 세 시간(인터미션 포함)의 여정이 끝나자 모두 일어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난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햄릿'은 젊은 배우들의 패기와 원로 배우들의 관록이 어우러지고 부딪치면서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무덤파기2' 역의 권성덕(81), 유랑극단의 '배우1' 역의 박정자(80) 등 출연진 중 최고참들은 6년 전의 주역에서 조역과 앙상블로 물러났지만, 위트와 여유를 뿜어내며 노익장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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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역 강필석, 부담감 떨치고 호연…원로배우들 2선에서도 막강 존재감

막 내리자 관객들 일제히 기립 박수…세대교체 '성공'

햄릿(강필석·오른쪽)과 클로디어스(유인촌)
햄릿(강필석·오른쪽)과 클로디어스(유인촌)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굵은 장맛비를 뚫고 서울 남산 국립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햄릿'과 함께한 숨 막히는 세 시간(인터미션 포함)의 여정이 끝나자 모두 일어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지난 1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연극 '햄릿'은 젊은 배우들의 패기와 원로 배우들의 관록이 어우러지고 부딪치면서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했다.

'무덤파기2' 역의 권성덕(81), 유랑극단의 '배우1' 역의 박정자(80) 등 출연진 중 최고참들은 6년 전의 주역에서 조역과 앙상블로 물러났지만, 위트와 여유를 뿜어내며 노익장을 보여줬다.

2016년 '햄릿' 출연 당시 식도암으로 중도에 하차했다가 회복해 이번에도 햄릿에 합류한 권성덕은 출연자 중 최연장자였지만, 무대 위에서 그런 모습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극 중 극 배우의 시선으로 죽음을 바라보며 무대를 열고 닫는 '배우1' 역 박정자의 존재감은 조역이라는 테두리에 갇히지 않았다. 특유의 저음에 정확하고 힘 있는 발성으로 대사를 뱉으며 작품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다. 누가 이들을 여든의 노인들이라고 하겠나.

햄릿(강필석·오른쪽)과 유령(전무송)
햄릿(강필석·오른쪽)과 유령(전무송)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햄릿'의 주인공은 '햄릿' 역의 강필석(44)이었다.

제작 발표 때부터 주역보다 더 이목을 끈 유인촌·박정자·전무송·정동환·김성녀·손숙 등 대선배들의 아우라에 가려 '무늬만 주역'이 될 수도 있었지만, 강필석은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았다.

2016년 국립극장 객석에서 유인촌 주연의 '햄릿'을 보며 "저 무대 위 작은 소품으로라도 출연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던 강필석은 쟁쟁한 선배들 앞에서 위축될 법도 했지만, 부담감을 떨쳐낸 호연으로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했다.

손진책 연출이 지난 5월 제작발표회 당시 강필석을 두고 "국립극단 '로미오와 줄리엣'과 여러 뮤지컬 출연을 눈여겨봤는데 충분한 가능성이 보여 자신 있게 선택했다"고 한 것에 수긍이 갔다.

6년 전 윤석화에 이어 비련의 여인 '오필리어'를 맡은 박지연(34), 햄릿의 친구에서 숙적이 된 '레어티즈' 역 박건형(45)의 혼신을 다한 연기도 관객들을 숨죽여 몰입하게 했다.

연기 인생에서 숱하게 '햄릿'을 맡아 했고 2016년 '세계에서 가장 늙은 햄릿'을 열연했던 유인촌은 이번엔 숙부 클로디어스 역할을 맡아 2선으로 물러났다.

6년 전 같은 무대에서 66세의 나이로 서른 살 안팎의 햄릿을 연기했던 그가 이번엔 72세의 나이로 햄릿의 숙부이자 원수인 클로디어스로 변신한 것인데, 무척 자연스럽게 보였다.

마지막 장면에서 '햄릿' 강필석이 '클로디어스' 유인촌에게 독이 든 술을 먹여 죽음에 이르게 하는 대목이 세대교체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인 것도 그래서였을까.

거투르드(김성녀·왼쪽)과 클로디어스(유인촌)
거투르드(김성녀·왼쪽)과 클로디어스(유인촌)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햄릿' 강필석이 뱉는 마지막 대사 중에는 이런 것도 있다.

"이것은 나의 무대, 나의 연극이다…나의 모든 대사는 끝났다. 남은 것은 침묵 뿐."

'햄릿'은 그 누구도 아닌 바로 '햄릿'이 주인공인 연극이라는 말로 들렸다.

400년 넘도록 무대에서 사랑받아온 고전 '햄릿'은 기본적으로 죄와 복수에 관한 연극이다. 그러나 2022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 위의 '햄릿'은 잘 성장한 후배 세대에게 정상의 자리를 넘겨주고 퇴장하는 선배들의 이야기로 봐도 무방하다. 무더위 속 장맛비를 뚫고 걸음 한 관객들의 기립 박수는 그런 선·후배들의 모습에 보내는 찬가였다.

공연은 8월 13일까지 한 달간 이어진다.

yonglae@yna.co.kr

연극 '햄릿'의 엔딩
연극 '햄릿'의 엔딩

[신시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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