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섞이지 않아도 가족"…영화 속 '조립식 가족'들
송고시간2022-06-19 08:00
새로운 형태 대안가족 그린 '브로커'와 '룸 쉐어링'
"'옛날식 가족' 공감대 낮아…일종의 대안가족 판타지"
(서울=연합뉴스) 김정진 기자 = 1인 가구 비율이 30%를 넘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로 자리 잡으면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의 연대는 점차 느슨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영화 속에서도 나타난다. 상영 중인 영화 '브로커'와 22일 개봉을 앞둔 '룸 쉐어링'이 대표적이다.
이들 영화는 결혼 또는 혈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살을 부대끼고 살며 하나의 가족이 돼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여기에는 분명 판타지 같은 측면도 있지만, '혈연 가족'이 해체되어가는 지금도 가족이라는 관계에 대한 욕구는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통해 우연히 만난 이들을 그린다. 미혼모 소영(이지은 분), 버려진 아이를 몰래 판매하는 브로커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초등학생 해진(임승수)은 낡은 봉고차를 타고 아기 우성(박지용)에게 더 나은 양부모를 찾아주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불가피하게 아기를 버리게 된 소영과 어릴 적 엄마에게 버려졌던 동수, 아내와 딸에게 버림받은 상현, 새로운 가족을 찾고 싶어하는 해진은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위로를 전하기도 하며 감정적 연대를 쌓아간다.
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들이 이상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201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나문희·최우성 주연의 '룸 쉐어링'은 홀로 사는 독거노인과 값싼 자취방이 필요한 대학생이 지역사회 프로젝트를 통해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오랜 기간 혼자 살아온 까탈스러운 성격의 할머니 금분(나문희), 고아원 출신 대학생 지웅(최우성)은 한 공간에 살며 점차 가까워진다.
우성은 금분이 '힘없는 노인' 취급을 받을 때 건장한 손자이자 보호자가 되어주고, 금분은 우성이 '부모 없는 자식' 취급을 받을 때 그의 할머니가 돼 준다. 혈연 가족의 부재로 어느 하나 기댈 곳 없이 살아오던 두 사람이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며 진짜 가족이 돼 가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실적으로 1인 가구가 많이 늘어나고 가족끼리 가깝게 지내기보다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아 옛날식의 가족 얘기는 공감을 사기 쉽지 않다"면서 최근 영화에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등장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브로커'와 '룸 쉐어링'에 등장하는 대안 가족의 모습은 현실적으로 보편화돼있지 않다는 점에서 하나의 판타지라고 정의하면서 "가족에 대한 욕망은 있지만, 혈연관계로 이뤄진 기존 가족 형태에 대한 회의감도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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