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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서해 피살' 진상 규명하고 '월북' 왜곡 책임 물어야

송고시간2022-06-16 18:24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브리핑하는 박상춘 인천해경서장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 브리핑하는 박상춘 인천해경서장

(인천=연합뉴스) 윤태현 기자 = 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인천해양경찰서에서 '북한 피격 공무원 사건' 최종 수사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6.16 tomatoyoon@yna.co.kr

(서울=연합뉴스) 서해 북단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살되고 시신이 소각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월북했음을 단정할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양경찰이 16일 발표했다. 군 당국의 첩보와 피해자의 도박 빚 등을 근거로 피해자가 자진 월북했다고 밝힌 1년 9개월여 전 중간수사 결과를 해경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피해자는 2020년 9월 21일 인천시 옹진군 소연평도 남쪽 2.2㎞ 해상에 떠 있던 어업지도선에서 실종됐다가 북한 해역으로 표류했고 하루 뒤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 국가의 가장 막중한 책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하지만 지난 정부의 당국은 그러기는커녕 피해자의
'자진 월북'을 기정사실화하고 관련 자료의 공개도 거부함으로써 망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간절히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유족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다. 뒤늦게라도 유족의 진상규명 요구에 정부가 답한 것은 다행이지만 실로 만시지탄이 아닐 수 없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당시 사망한 해양수산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사망 당시 47세)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현장 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해경은 피해자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의 사망 전 도박과 채무 전력 등을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심지어는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추가 조사를 통해 이번에는 월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번복한 것이다.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도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해 국민께 혼선을 드렸다"며 "보안 관계상 모든 것을 공개하지 못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간 해경의 자진 월북 발표에 반발한 유족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해경청, 국방부 등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와 군사분계선 인근 해상에서 일어난 실종사건 정보를 유족이 열람할 수 있도록 하라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해경은 항소를 취하하고 법원 결정을 받아들여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해경이 작성한 초동 수사 자료와 피해자 동료들의 진술 조서 등이 공개될 전망이다. 하지만 국방부나 해경 자료 외에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보유했던 이 사건 관련 자료는 임기 만료와 함께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15년간 봉인됐다. 따라서 일부 자료의 공개 정도로 사건의 완전한 진상이 밝혀질지는 미지수다.

이 사건을 놓고는 문재인 정부가 종전선언 등 남북대화 무드를 해치지 않고자 국민의 인명 사고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며 '북한 눈치 보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진실 규명이 외면받고 왜곡되는 사이 유족은 월북자 가족이라는 오명을 쓴 채 심한 고통을 받았고, 피해자의 아들은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에게서 받은 위로 편지를 반납하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피해자의 법적 사망이 인정된 것도 법원이 유족의 실종선고 청구를 인용한 지난달이다. 북한군에 사살된 지 1년 8개월 만의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이던 지난 1월 "우리 국민의 억울한 죽음의 진실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이번 당국의 수사 결과 번복과 정보공개 등 일련의 조치로 그 발걸음을 떼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실체 규명을 위해서는 더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리라 본다. 아울러 피해자의 피살 경위와 자진 월북 여부, 당국의 대처 등에 관한 의혹이 해소돼야 함은 물론 책임 소재도 철저히 따져야 할 것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책무이며, 이를 위해서는 어떤 억울한 죽음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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