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이탈리아 국채 위기 조짐에 대응 나서
송고시간2022-06-16 17:32
(서울=연합뉴스) 김계환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앞두고 커진 이탈리아 국가 부채 위기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B는 이날 긴급회의를 거쳐 내놓은 성명을 통해 기존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의 만기 도래 채권을 유연한 방식으로 재투자하고, 회원국 간 격차 확대를 방지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 지원 도구를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CB는 지난해 12월 통화정책 정상화가 시작된 이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분열 위기에 대한 정책위원회 차원의 대응 약속을 상기하면서 유로존 파편화 금지 대책 작업을 신속히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CB의 이날 발표는 지난주 금리 인상을 시사한 뒤 국가 부채가 많은 이탈리아와 스페인, 그리스 등의 국채 금리 상승으로 회원국 간 국채 금리 격차가 코로나19 이후 최대로 벌어지는 등 시장이 동요한 데 따른 것이다.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ECB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럽 각국의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 가운데 부채가 많은 일부 회원국에 대해 구체적인 지원책이 나오지 않으면서 시장이 흔들렸다.
지난 13일에는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가 4%를 넘겨 2014년 이후 최고치로 오르면서 이탈리아·독일 국채 간 금리 격차가 2020년 5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양국 국채 금리 차이는 통상 유럽 금융시장의 스트레스를 측정하는 지표로 간주된다.
ECB의 이런 발표 이후 이탈리아 국채 10년물 금리는 4% 아래로 떨어졌으며, 지난 14일 한때 2.5%포인트까지 벌어졌던 독일과 이탈리아 국채 간 금리 격차도 2.33%포인트 수준으로 줄었다.
이에 대해 로이터는 ECB가 움직이면서 시장이 다소 진정됐지만, 어느 정도 시간을 벌었을 뿐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한 정도는 아니라는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덴마크 은행 단스케방크의 애널리스트인 피에트 크리스티안센은 ECB의 이번 결정이 최저 수준의 기대치만을 충족시키는 정도지만 현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결과물로 본다고 말했다.
독일 베렌베르크 은행의 홀거 슈미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지난주의 실수를 바로 잡은 것이라면서 시장이 ECB의 의지를 다시 시험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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