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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제주문화] (37)메밀은 강원 봉평?…최대 생산지는 제주

송고시간2022-06-12 09:00

메밀 재배, 음식문화 등 활용 다양한 콘텐츠 개발 '시급'

6차 산업화…메밀 문화제 여는 와흘리 성과 눈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가 우리나라 최대 메밀 생산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제주 와흘리 메밀밭 풍경
제주 와흘리 메밀밭 풍경

[제주시 와흘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메밀은 제주 농경신 자청비 신화에 등장할 정도로 과거로부터 제주인의 삶과 밀접한 곡물이다.

제주도는 7년 전 메밀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조례를 제정해 제주 메밀의 명성과 문화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메밀과 관련한 제주의 문화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활용하는 방안이 시급하다.

◇ 6차산업 주도하는 제주 메밀

지난 5월 봄 메밀 문화제가 열린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

한 달가량 이어진 문화제 기간 팝콘 터지듯 피어오른 하얀 메밀꽃에 온 마을이 들썩였다.

한라산과 오름을 병풍 삼은 드넓은 들녘에 피어난 메밀꽃을 보러 수많은 관광객과 제주도민이 이곳 와흘리를 찾았다.

음악 공연이 펼쳐지고 메밀을 활용한 각종 음식에서 풍기는 구수한 냄새가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연인 또는 가족과 함께 찾은 관광객들은 연방 사진을 찍으며 찬란한 제주의 봄을 만끽했다.

게다가 5월 14∼15일 이틀간 제주 자청비 신화를 소재로 한 연극 공연도 펼쳐졌다.

농경의 여신 자청비가 하늘에서 인간세상을 위해 곡식 종자를 품에 안고 내려왔다가 깜빡 잊고 두고 온 메밀 씨앗을 뒤늦게 부랴부랴 가져온 사연 등이 담겼다.

와흘리 메밀 문화제
와흘리 메밀 문화제

[제주시 와흘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메밀 씨를 다른 씨보다 늦게 뿌려도 겨울이 오기 전 수확할 수 있는 이유를 재미있게 설명한 신화다.

메밀 문화제가 열리는 와흘에 안성맞춤인 공연이다.

속칭 '먼나머루'라고 불리는 10만 평 규모의 마을부지에 이 같은 메밀 문화제가 열린 이유도 신화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땅은 넓지만 척박한 중산간 화산지대에 키울 수 있는 작물이라고는 생명력이 강한 메밀밖에 없었다.

최근엔 국내 기술로 육성한 새로운 품종 메밀이 있어 봄과 가을에 두 번에 걸쳐 수확이 가능해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았다.

여신이 전해준 '메밀'을 1차산업과 제조·가공의 2차산업, 체험·관광 등의 3차산업을 융복합한 6차산업으로 극대화하는 새로운 시도를 마을 단위에서 주민들이 직접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20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이어진 '마을만들기' 국비 공모사업에 와흘리가 선정되면서 마을 주민 모두가 합심해 이뤄낸 결과다.

올해로 지원 사업이 마무리되지만, 주민들은 자신감을 얻었다.

김두환 와흘리장은 "메밀 문화제를 치르면서 주민들에게 자립심이 생겼고, '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며 "비록 올해 사업이 마무리되지만, 내년에도 자력으로 문화제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와흘리 외에도 제주 메밀을 테마로 제주시 구좌읍 송달리, 제주시 오라동,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머체왓,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 보롬왓 등 제주 전역에서 해마다 메밀꽃 축제가 열리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여간 축제가 진행되지 못했지만, 올해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지난 5월부터 축제가 진행됐다.

와흘리 메밀 문화제
와흘리 메밀 문화제

[제주시 와흘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메밀 생산 1위 제주…다양한 콘텐츠 개발 시급

제주는 국내 최대 메밀 생산지임에도 그동안 그 빛을 보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의 메밀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2018년 1천264㏊에 1천50t(전국 대비 각각 43.1%, 36.1%), 2019년 1천107㏊에 974t(47.5%, 36.0%), 2020년 728㏊에 582t(45.5%, 37.6%) 등으로 우리나라 최대 면적과 생산량을 자랑한다.

2020년 기준만 놓고 보면 메밀 재배면적은 제주(728㏊)·전남(337㏊)·경북(183㏊)·강원(149㏊) 순으로 넓고, 생산량은 제주(582t)·경북(294t)·전남(266t)·강원(115t) 순으로 많다.

제주가 메밀 재배면적과 생산량 면에서 전국 최고 수준임에도 사람들은 메밀 하면 강원도 봉평을 떠올린다.

이효석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덕분이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소설 속 이 한 구절은 강원도 봉평을 메밀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관광 콘텐츠, 스토리텔링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 제주에서 생산한 메밀은 수확 상태 그대로 강원도 봉평으로 보내진다. 제주에는 메밀 가공 시설이 없었기 때문에 제주산 메밀은 봉평에서 가공과정을 거쳐 '봉평산'으로 유통됐다.

메밀꽃 만개한 보롬왓
메밀꽃 만개한 보롬왓

[연합뉴스 자료사진]

메밀 생산량 1위 제주가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던 이유다.

제주도는 제주메밀의 명성과 문화를 알리기 위해 일찌감치 팔을 걷어붙였다.

메밀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제주도는 지난 2015년 6월 제주도의회에 '제주메밀 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출, 해당 조례안은 같은 해 7월 도의회를 통과했다.

조례에는 관광산업과 연계한 6차산업 육성 지원, 제주메밀의 생산·가공 등 산업화 기반구축, 메밀 축제 등 문화상품 개발 지원, 고부가가치 기능성 제품 개발·연구 등 제주 메밀산업 육성을 위한 사업 지원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제주도는 조례를 바탕으로 '제주 메밀 산업 발전 5개년 추진계획'을 수립, 추진해오고 있다.

2015∼2019년 1차 계획이 완료됐고, 이어 2020∼2024년 2차 계획이 진행 중이다.

제주는 메밀 우량종자 개발·생산·공급 사업과 메밀을 활용한 관광산업에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지금도 제주에 체계적인 메밀 가공시설이 부족해 생산량의 상당량이 수확 상태 그대로 강원도 봉평으로 보내지고 있다.

메밀 축제 역시 마을 단위에서 자생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대부분 메밀꽃밭을 전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향토 음식을 만들어보는 단순 체험행사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메밀 문화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우리나라의 주력 소비 세대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 세대+Z세대)와 같은 젊은 층을 끌어들일 강력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

영화, 드라마, 유튜브, 게임 등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 제주 메밀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 메밀 주산지로서 인지도를 높여나가야 한다.

메밀꽃 만개한 제주시 오라동
메밀꽃 만개한 제주시 오라동

[연합뉴스 자료사진]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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