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비수도권大 반도체학과 8곳 중 3곳 정시모집 미달
송고시간2022-06-12 06:56
지방국립대도 신입생 충원난…"대기업 계약학과 빼면 인기 높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정부가 반도체산업 인재 육성을 위해 수도권·비수도권 대학 증원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정작 비수도권대 반도체학과 8곳 가운데 3곳은 지난해 정시모집에서 미달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가에서는 대졸자들이 일부 대기업에만 몰리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며 학령인구 급감 상황에서 학부생 증원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반도체 공동연구소를 방문해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2022.5.31 [기획재정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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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3학년도에 반도체학과 신입생을 모집하는 학교는 전국 28곳이다.
서울에서는 고려대·연세대·성균관대·한양대 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손을 잡고 반도체 관련 계약학과 학생을 뽑는다.
비수도권에서는 국립대인 KAIST(카이스트)·전북대·전남대와 사립대인 포항공대·동아대·상명대·상지대 등이 반도체학과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서울 소재 대학 반도체학과와 대기업 계약학과는 고교생에게 인기가 높다.
계약학과의 경우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사실상 취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이과에서는 이른바 '의치한약수'(의예과·치의예과·한의예과·약학과·수의예과)와 함께 입학성적이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사립대학의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치러진 2022학년도 입시에서 각 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시각을 기준으로 보면 지방 사립대 8곳(대기업 계약학과인 포항공대 제외) 가운데 선문대·극동대·중원대는 반도체학과가 경쟁률 1대 1 아래로 미달됐다.
지방 국립대 가운데서도 계약학과가 아닌 목포대 반도체응용물리학과는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고2와 고3 수험생 자녀를 둔 직장인 주모씨는 "아이들도 (의사·약사 등) 전문직이 아니라면 취업이 보장되는 학과를 원하는데 반도체학과가 그렇게 인기가 많지는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도 정부의 '반도체학과 늘리기'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산업계 요구에만 귀를 기울이다 보면 학문 탐구와 전인교육, 산업인재 양성이라는 교육의 주요 축이 균형을 잃을 수 있고, 산업 지형이 급격하게 바뀔 경우 반도체 전공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 관계자는 "이과가 문과보다 취업이 잘 된다지만 반도체 관련 학과라고 해서 취업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간단하게 말하면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와 삼성전자에 아이들이 몰리고 나머지 학교와 기업은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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