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김동연 회동…주파수 맞추며 관계설정 첫 단추
송고시간2022-06-08 16:50
덕담 주고받으며 '협치' 가치 강조…당분간 긴밀한 관계 유지할듯
'李 대항마'로 金 부상하면 관계변화 가능성…李측 "여러 주자 성장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이 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의원실을 찾은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악수하고 있다. 2022.6.8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박형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상임고문과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이 8일 회동하면서 향후 두 사람의 관계설정에 관심이 쏠린다.
이 고문과 김 당선인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의 이 의원실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환담했다.
6·1 지방선거 이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처음이다.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주요 '대표선수'들이 타격을 입거나 2선으로 후퇴함에 따라, 현재로서는 사실상 당의 차기 주자로 이 고문과 김 당선인 둘만 전면에 남아 있는 상황이다.
두 사람은 일단은 서로 '주파수'를 맞추며 응원하는 모습이다.
이날 회동에서 이 고문은 김 당선인의 대역전극을 두고 "제 선거만큼 가슴 졸이며 봤다"고 말했다.
김 당선인의 경기도 승리가 지방선거의 총책임자였던 이 고문에게도 최소한의 '성과'를 안겨준 만큼, 이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김 당선인은 "고생하셨다"며 "전임 도지사로서 많은 일들을 하셨으니 가르침을 좀 받겠다"고 화답했다.
이 고문은 김 당선인이 도지사직 인수위원으로 국민의힘 인사를 참여시킨 것을 두고 "잘하셨다. 도정이라는 게 통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며 "현실적 필요를 위해서도 협치가 필요할 것 같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협치 이슈는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김 당선인이 단일화에 합의한 고리인 '정치개혁'과도 연관돼 있다는 점에서, 공통의 가치관을 재확인하며 일단 보조를 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양측이 당면한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지는 면이 있는 만큼, 양측의 '밀월 관계'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고문으로서는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에서 정책적 연속성이 이어짐으로써 기반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고, 당내에 세력이 없는 김 당선인으로서는 이 지사를 중심으로 국회의 지원을 받아내면 안정적으로 도정을 이끌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백승렬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의원(왼쪽)이 8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 당선인과 인사한 뒤 자리를 안내하고 있다. 2022.6.8 [국회사진기자단] srbaek@yna.co.kr
다만 시간이 지나면 두 사람의 관계는 다른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내에서 계속 다른 주자가 떠오르지 않을 경우, 이 고문의 '대항마'로 김 당선인이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당선인의 입장에서도 4년간 도정을 마치고 나면 곧바로 차기 대선 시즌으로 접어드는 만큼, 일정한 때가 되면 이 고문과 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이날 김 당선인은 환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고문이 출마하면서 힘을 실어서 경기지사 당선 가능성을 높였다'는 주장과 관련한 질문에 "박빙이었지만 선거 때 이길 수 있던 건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다. 많은 분의 도움이 있었고 중앙당과 도당, 당원동지, 지지자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원론적인 발언이지만 '이재명 공헌론'과는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그는 이 의원을 둘러싼 의혹의 진상 규명과 관련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사법당국에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정치적 목적은 가져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고문 측은 일단 김 당선인이 차기 주자로서 체급을 키우는 것은 오히려 장려할 만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이 고문과 가까운 한 인사는 "당만이 아니라 이 고문을 위해서도 중량감 있는 주자가 여러 명이 성장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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