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선발까지 펄펄 난' 키움 vs '선발 대신 불펜 투입' kt
송고시간2022-06-08 11:12
프로야구 선발투수도 '부익부 빈익빈'…키움 불펜 한현희, kt 불펜 심재민에 완승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에서 키움 선수들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2022.6.7 ondol@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kt wiz 경기에서 두 팀은 기존 선발투수 대신 불펜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키움은 올 시즌 5경기에서 구원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가 선발로 나섰고, kt는 18경기에 구원 등판한 심재민을 투입했다.
두 불펜 투수의 선발 맞대결은 4이닝을 더 던진 한현희의 일방적인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현희는 5⅔이닝 동안 6개의 삼진을 낚아내며 무실점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2승째를 챙겼고, 1⅔이닝 동안 4개의 안타를 허용하며 2실점 한 심재민은 시즌 첫 패배를 떠안았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키움 선발 투수 한현희가 역투하고 있다. 2022.6.7 ondol@yna.co.kr
얼핏 두 팀의 불펜 맞대결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는 이날 승부에서 두 팀 감독의 속내는 완전히 결이 달랐다.
올 시즌 리그 최강의 선발진을 구축한 키움의 홍원기 감독에게 한현희는 사실상 또 하나의 선발 자원이다.
2012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9승을 기록한 한현희는 올 시즌 키움의 선발진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 1월 개인 훈련 도중 공을 밟아 발목을 다치면서 한현희는 시즌 개막 후 22일 지난 4월 24일에야 첫 선발 마운드에 섰다.
안우진∼에릭 요키시∼타일러 애플러∼최원태∼정찬헌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선발진을 이미 구축한 홍원기 감독은 한현희가 첫 선발 경기에서 2⅓이닝 9실점(8자책점)으로 부진하자 선발진에서 과감하게 제외했다.
이후 5월 내내 불펜 투수로 기용된 한현희는 같은 달 29일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 다시 선발로 투입됐고, 7이닝 무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올렸다.
한현희가 정상 궤도에 올랐다고 판단한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1선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안우진에게 휴식을 부여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선보였다.
선발 5인 체제가 굳건한 상태에서 예비 선발 자원인 한현희까지 구위를 되찾자 장기전을 대비해 선발 투수들의 체력을 최대한 아끼기로 한 것이다.
홍원기 감독의 구상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휴식 중인 안우진을 대신해 9일 만에 다시 선발 마운드에 오른 한현희가 무실점 완벽투로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고, 이에 안우진에 이어 요키시와 애플러에게 차례대로 휴식을 부여하려던 홍원기 감독의 계획도 그대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wiz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말 kt 선발 투수 심재민이 역투하고 있다. 2022.6.7 ondol@yna.co.kr
반면 kt 이강철 감독의 심재민 카드는 부족한 투수력을 보충하기 위해 쥐어짜 낸 벼랑 끝 전술이었다.
지난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윌리엄 쿠에바스가 팔꿈치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채 시즌을 시작한 이강철 감독은 선발진 구축에 애를 먹었다.
결국 소형준∼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배제성∼엄상백∼고영표로 이어지는 선발진을 갖췄지만, 유사시 이들을 대체할 마땅한 투수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이에 이강철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 중간중간에 불펜 투수들로만 마운드를 메우는 이른바 '불펜 데이' 전략을 활용하기로 했다.
불펜 데이라는 그럴싸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실상은 선발 투수 없이 경기를 치르는 변칙적 투수 운용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7일에도 선발 투수 순번이었던 데스파이네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자 심재민을 긴급 투입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26일 LG 트윈스와 경기 이후 254일 만에 선발로 나선 심재민은 이강철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1회 2사까지 키움 타자들을 잘 상대했던 심재민은 이정후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야시엘 푸이그와 정면 승부를 펼치다 2루타를 얻어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최근 장타력이 살아난 푸이그를 상대로 선발 경험이 적은 심재민이 직구만 고집하다가 맞이한 결과였다.
이후 김혜성과 송성문에게 내준 내야 안타는 더 뼈아팠다.
모두 투수 쪽으로 오는 평범한 땅볼이었지만, 오랜만에 오른 선발 마운드가 낯설었던 심재민은 연거푸 포구에 실패해 내야 안타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을 했다.
결국 심재민이 1회에 내준 실점은 그대로 키움의 승리를 결정짓는 결승점이 됐고, kt의 불펜 데이 투수 운용은 불펜 소진만 남긴 채 실패로 돌아갔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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