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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cm 아들 곁 지키는 엄마…"나 없으면 한순간도 살 수 없어"

송고시간2022-06-01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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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아들 박규민(28) 씨의 외출 준비 시간.

어머니 김홍미(59)씨가 가장 많이 외친 말은 아들의 이름이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찾은 김씨의 집은 한참 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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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가족 외출 함께해보니…보호자 없이는 매 순간 위험

김홍미씨 "국가가 돌봄 책임 분담해야"…보호센터 연령제한 완화·지원 등 절실

아들 규민 씨의 양치를 돕는 김홍미 씨
아들 규민 씨의 양치를 돕는 김홍미 씨

[촬영 김윤철]

(서울=연합뉴스) 김윤철 기자 = "규민아!"

발달장애인 아들 박규민(28) 씨의 외출 준비 시간. 어머니 김홍미(59)씨가 가장 많이 외친 말은 아들의 이름이었다.

지난달 31일 오전 찾은 양천구 김씨의 집은 한참 분주했다. 김씨는 집 근처 주간보호센터에 아들 규민씨를 등원시키기 위한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 양치와 세수, 옷 입기, 엘리베이터 타기, 차에 타고 내리기까지 모든 과정에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다.

김씨는 "아 해야지"라고 말한 뒤 치약 묻힌 칫솔로 규민 씨 입 안 구석구석을 닦기 시작했다. "내 키가 160㎝인데 아들은 180㎝여서 거의 매달려 닦아야 해요." 엄마인 김씨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었다.

양치가 끝나자 아들은 엄마의 말에 따라 입을 다섯 차례 헹궜다. 김씨가 "조금 더 헹구자"고 하자 규민 씨는 다시 입을 다섯 번 헹궜다.

이어 김씨는 한 손으로는 아들의 얼굴을 씻기고 다른 손으로는 물을 묻혀 아들의 머리를 정돈했다.

김씨는 "아들이 몸에 물을 뿌리는 것까지밖에 하지 못해 샤워하려면 비누칠을 다 해줘야 하는데, 힘이 들어 아침 샤워는 한여름에만 한다"고 했다.

세수를 마치고 머리와 얼굴을 수건으로 닦아준 뒤 아들을 방으로 이끌었다. 규민 씨 침대 위에는 파란색 반팔 티셔츠와 긴 청바지, 속옷이 개어져 있었다.

김씨는 "아들이 옷은 스스로 입는데 고르는 건 못해 매일 그날 입을 옷을 침대 위에 올려둔다"고 말했다.

외출 준비를 마친 뒤 잠시 이야기를 나눌 때도 김씨의 신경은 온통 아들을 향했다. 아들이 주방과 거실을 반복적으로 돌아다니거나 소리를 낼 때면 김씨는 "규민아 물 왜 이렇게 마시니", "규민아 그런 소리 내지 말고"라고 말하며 아들을 수시로 챙겼다. 주간보호센터 차가 평소보다 늦게 도착해 불안해하는 아들을 진정시키는 것도 엄마의 몫이었다.

규민 씨가 아파트 앞 골목 끝 쪽에 정차한 주간보호센터 차량에 올라타기 직전까지 쉴 틈이 없었다.

1층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마스크를 쓰기 싫어하는 아들을 설득하고, 머리카락과 상의를 쓸어내리며 옷차림을 손질했다.

차로 향하는 길에는 몇 걸음 앞서가는 아들과 그 주변을 살피느라 여념이 없었다. 김씨는 "아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니까 길을 잃거나 사고가 날까 봐 항상 차가 주차된 곳까지 같이 간다. 저 없이 아들 혼자 외출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차가 떠난 뒤 김씨는 "아들이 자는 시간 외에는 24시간 항상 신경이 곤두서있어야 하는 점이 가장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왜 엄마가 매사에 나서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기본적인 의사 표현도 힘든 발달장애의 특성을 몰라서 하는 말"이라며 "엄마들이 없으면 한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아서 따라다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들의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김홍미 씨
아들의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김홍미 씨

[촬영 김윤철]

김씨는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가 자식과 함께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의 재발을 막으려면 가족이 짊어진 돌봄의 무게를 국가가 분담해야 한다고 했다.

김씨는 지난해 허리를 다쳐 10주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매주 토요일 규민 씨와 생활체육 수업에 다녀오는 활동지원사가 없는 날이었다. 규민 씨를 직접 데리고 오다가 버스에서 뒤로 넘어져 척추뼈를 다쳤다.

김씨는 여전히 매주 두세 번씩 물리치료를 받으면서도 매일 체구가 건장한 아들을 돌봐야 해 허리가 나을 틈이 없다고 했다.

주간보호센터가 장기간 문을 닫는 경우가 잦았던 코로나 기간에는 가족의 돌봄 부담이 컸다.

김씨는 "가족은 가족대로 온종일 아들 돌보느라 힘들고, 아들은 아들 대로 스트레스 받아 발을 구르고 소리를 질러 힘들었다"며 "다른 지인 중에는 발달장애인 자녀가 센터에 나가지 못하는 코로나19 동안 자해를 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들이 주간보호센터에 가 있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는 생업을 한다. 아들이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되면 모든 일을 멈추고 부리나케 돌아온다.

김씨는 "우리 아들이 다니는 센터는 만 40세까지만 다닐 수 있어서 벌써 그 뒤가 걱정"이라며 주간보호센터의 연령 제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만 35∼40세까지밖에 다닐 수 없는 주간보호센터에 들어가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다.

김씨는 "발달장애인은 특수학교를 졸업한 뒤 취업에 성공하지 못하면 갈 곳이 없어서 엄마들이 주간보호센터마다 입소 대기 신청을 하느라 난리가 난다"고 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다.

김씨는 "주간보호센터에 월 26만원이 들어가는데 남편이 퇴직해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치매국가책임제처럼 발달장애인 가정에 대한 지원이 증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환경은 열악하기만 하다.

김씨는 "주간보호센터에 다니기 전에는 아들을 보호작업장에 보냈는데 하루는 박스를 잘 못 접었다고 보일러실에 아들을 가둔 걸 보고 데리고 나왔다"고 털어놓았다. 작업장에서 규민 씨의 월급은 5만원이었다.

김씨는 인터뷰 말미에 최근 숨진 발달장애인과 부모의 이야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씨는 "살인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지만 얼마나 앞이 캄캄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발달장애인 지원 체계를 통해 국가가 그런 비극을 방지해줘야 한다"고 했다.

김씨에게 진짜 걱정은 아들이 주간보호센터에서 나오는 날이 아니다.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았으면'과 비슷한 말이었다.

"제가 나이가 들어서 세상을 떠난 다음 아이 혼자 사회 남겨질 날이 진짜 걱정이에요."

김씨는 "국가에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부모가 24시간 곁에 없어도 아이가 살아있는 존재로서 인간답게, 즐겁게, 안전하게 살 수 있게끔 지원을 해달라는 것이 우리 요구의 전부"라고 호소했다.

newsjedi@yna.co.kr

김홍미 씨가 주간보호센터 차 안을 둘러보는 모습
김홍미 씨가 주간보호센터 차 안을 둘러보는 모습

[촬영 김윤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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