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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우크라 전쟁에 밀값 45% 더 지급…기아 가중

송고시간2022-05-3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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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밀가루를 사는 소말리아 여성 하밀로 허시(우·42)
지난 26일 밀가루를 사는 소말리아 여성 하밀로 허시(우·42)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흑해를 통한 밀 수출을 가로막고 있어서 아프리카 전역의 가정들이 밀가루를 사는 데 45%를 더 지불하고 있다고 AP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엔 수치에 따르면 아프리카 국가들은 2018∼2020년 밀 수요분의 44%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했다.

그러나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륙에서 밀값이 45% 오른 결과 모리타니의 쿠스쿠스(으깬 밀로 만든 북아프리카 음식)에서부터 콩고의 프라이드 도넛까지 더 비싸졌다고 보고했다.

실제로 소말리아 수도 모가디슈에서 자녀 11명에게 매일 빵을 만들어주는 아얀 하산 압디라흐만은 밀가룻값 지출이 수개월 전보다 2배가량 늘었다. 소말리아의 경우 밀 수입분의 90% 이상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한다.

카메룬 수도 야운데의 제빵업자 실베스터 아코는 빵 가격이 40% 뛰어오르자 하루 평균 손님이 300명에서 100명으로 줄어 직원 7명 중 3명을 내보냈다. 그는 밀 수입 부족 사태에 변화가 없으면 사업장 폐쇄까지 이를까봐 걱정이다.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 겸 아프리카연합(AU) 의장은 "아프리카는 생산이나 물류 체인에 대한 통제가 없고 전적으로 상황에 의존한다"고 말했다. 살 대통령은 가격 상승 사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주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면 식량과 비료 수출을 통해 식량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공을 서방측에 넘겼다.

그러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 등 서구 관리들은 식량, 비료, 종자는 대러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밀 수입 부족과 함께 AfDB는 수입 비료 가격이 300% 치솟아 아프리카 식량 생산이 20%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AfDB는 15억 달러(약 1조8천600억 원)를 농부들에게 지원해 종자·비료 구매 등에 도움을 주는 한편 수입 비료 의존도를 줄일 계획이나, 이 같은 경제 전환은 수개월이 아닌 수년이 걸리는 사안이다.

이런 가운데 유엔은 대륙 동쪽 끝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계속된 가뭄으로 1천300만 명이 심각한 기아에 직면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하라 사막 이남 사헬지역에서도 10여 년 만에 최악의 농업 생산 때문에 또 다른 1천800만 명이 심각한 기근에 맞닥뜨리고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돈벌이는 시원치 않고 수확은 아직 먼 여름 말께 식량 부족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살 대통령은 식성도 좀 더 빨리 변화해야 한다면서 아프리카인들이 한때 자신들의 주식이었던 현지 곡물을 소비하도록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식습관도 바꿔야 한다"면서 "우리는 수수를 버리고 아시아로부터 쌀을 수입하기 시작했다. 우린 쌀을 먹는 것만 알지 충분히 생산하지 않고, 빵을 먹을 줄만 알지 밀을 생산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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