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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 '부커상' 선전…"장르 다양성 확보·외연 확장" 기대감

송고시간2022-05-2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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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라(46)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영국 부커상 시상식에서 아쉽게 수상은 못했지만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한국 장르 문학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성과는 한국 문단의 장르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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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소설작가연대 "세계문학계, 장르가 작품성 판단 기준 아냐"

"소외된 장르문학 재평가 필요"…번역 지원·지면 확보 필요 지적도

최고 권위 문학상 '부커상' 후보 정보라 작가
최고 권위 문학상 '부커상' 후보 정보라 작가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 취하고 있다. 정보라의 '저주 토끼'(Cursed Bunny)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 6편에 포함됐다. 2022.5.13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정보라(46) 작가의 소설집 '저주토끼'가 영국 부커상 시상식에서 아쉽게 수상은 못했지만 최종 후보에 오르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한국 장르 문학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장르 문학은 판타지, 과학소설(SF), 추리 등 특정 유형의 서사를 띤 문학으로 대중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국내 문학계에서는 순수 문학에 비해 저평가되거나 소외돼 온 게 사실이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 뚜렷하던 이런 경향은 2010년대 들어 작품성으로 주목받는 작가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이후 그 경계가 흐려지는 흐름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저주토끼'가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성과는 한국 문단의 장르적 다양성을 확장하는 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저주토끼' 영문판 표지
'저주토끼' 영문판 표지

◇ "한국 장르문학 위상 높였다"…외연 확장 기대

2017년 출간된 '저주토끼'는 공포, 판타지, SF가 혼재된 10편의 단편 모음집이다. 표제작을 비롯해 '머리', '몸하다', '안녕, 내 사랑' 등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 실렸다. 올해 부커상 최종 후보 중 여러 장르성을 갖춘 단편집은 '저주토끼'뿐이며 환상문학에 속하는 작품으로도 유일했다.

그간 대중문화계에서는 영화, 드라마 분야에서 한국의 장르물이 세계적인 콘텐츠로 거듭났지만, 장르 소설은 국내에서 진지한 문학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장르적 특징을 살리려는 클리셰 남발, 통속적인 이야기란 선입견으로 작품성이 저평가됐다.

그러다 2010년대 들어 배명훈, 정세랑, 김이환 같은 작가들이 등장하고, 2010년대 후반 김초엽, 천선란 등의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SF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르 문학 작가들을 위한 문예지 등의 지면 확보나 출판 기회는 여전히 수월하지 않았다.

정 작가가 2014년 국립과천과학관이 주최한 제1회 SF어워드(중단편 우수상) 등 SF 관련 문학상을 받았는데도 신춘문예나 문예지 추천 등 정식 등단 절차를 밟지 않은 작가가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부커상 낭독회에서 낭독하는 정보라 작가
부커상 낭독회에서 낭독하는 정보라 작가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에서 개최된 부커상 낭독회에서 정보라 작가가 다른 최종 후보들과 함께 참석해서 우리 말로 '몸하다' 한 대목을 읽고있다. 2022.5.22 merciel@yna.co.kr

정세랑, 김초엽, 천선란 등 회원을 두고 정 작가가 대표를 맡은 작가연대는 '저주토끼'가 5년 전 작품집이란 점에서 한국 장르 문학의 성장이 어제오늘 이뤄진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작가연대는 "해외 독자들은 '저주토끼'에 대해 '이제까지 이런 소설은 본 적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새롭고 독창적인 이야기가 해외 독자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종 후보작들을 봤을 때 사회비판적인 관점과 명확한 주제의식을 보여준다면 포스트모던 문학 시대에 사실주의 문학인지 장르 문학인지 따지는 구분은 더는 (세계 문학계에서)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며 "'저주토끼'는 한국 문학과 장르 문학의 위상을 보여줬다"고 짚었다.

평론가들도 이번 성과를 계기로 한국 문학의 외연 확장을 기대했다.

박인성 문학 평론가는 "여전히 호러, 미스터리 등 다양한 장르가 소외되고 있다"며 "한국 문학 외연이 넓어지는 상황이 되는 게 가장 큰 의미일 것이다. 장르 저변 확대가 이뤄지면 한국 문화 안에서 다뤄질 영역이 대단히 넓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지용 SF 평론가도 "장르성은 국경을 넘나드는 문법으로, 개별 문화를 몰라도 도입을 원활하게 해 접근성을 높여주는 중요한 장치가 된다"며 "정 작가의 서사가 국제적인 검증을 받은 것으로, 문학계에서 더는 양분화가 의미 없어지는 지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서 자신이 번역한 '저주토끼'에 사인하는 안톤 허
영국 런던에서 자신이 번역한 '저주토끼'에 사인하는 안톤 허

[그린북에이전시 제공]

◇ 번역가 역할·지면 확보 중요…장르문학 편견 없애야

'저주토끼'를 영어로 옮긴 안톤 허가 한국인 번역가로는 처음 최종 후보에 오르며 작품 번역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안톤 허(본명 허정범·41) 번역가는 이 작품을 '발굴'해 출판사에 소개하고 마케팅을 돕는 등 큰 역할을 했다.

작가연대는 "안톤 허 번역가의 글로벌한 감각과 판단력, 행동력이 역할을 했다"며 "번역가의 역할을 문학계에 전반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인 복도훈 문학평론가도 "(이런 성과를 내는 데) 작가, 출판사뿐 아니라 특히 안톤 허 번역가의 공로가 크다"고 했다.

부커상 최종후보 정보라 기자간담회
부커상 최종후보 정보라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소설집 '저주 토끼'로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정보라 작가가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2022.4.14 [재판매 및 DB금지] photo@yna.co.kr

해외 번역 출간을 위해선 언어권이나 국가별 시장을 파악하는 과정도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문학번역원(번역원)이 2020년 실시한 '한국문학 해외 수용도 조사' 결과 영미권에선 범죄·스릴러, 미스터리 등이 선호 장르로 꼽혔다.

특히 외국문학 시장이 큰 편인 영국의 번역문학 장르별 판매량은 2018년 이후 일반 문학(40만 권)이 범죄 스릴러 장르(39만 권)를 조금 앞서는 경향을 나타냈다. 선호 장르도 범죄·스릴러, 판타지, 액션·어드벤처, 고전·역사 등 다양했다.

아직 한국 문학에 대한 일반 대중의 주목도는 낮은 편이지만, 장르 트렌드의 변화를 반영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한 마케팅을 전개할 경우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번역원은 분석했다.

'저주토끼' 번역을 지원한 번역원 곽효환 원장은 "한국문학 수용도 조사를 통해 언어권·국가별 번역문학 비중과 선호 장르 등 시장성을 파악해 장르 소설에도 차별 없이 지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현지 시장 니즈(요구)에 맞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문학계가 장르 소설에 대한 관습적인 인식에서 벗어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작가연대는 "SF 문학상의 가치가 인정받을 경우, 지면 확보는 자연스레 뒤따를 것이고 번역 지원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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