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재의 새록새록] 귀향 않고 경포에 머물던 백조의 안타까운 소식
송고시간2022-04-25 10:16
삵 등 포식자에 물려 죽은 것으로 추정…남대천에서도 큰고니 죽어
(강릉=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강원 강릉시 경포천에 최근까지 머물던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겨울 철새 큰고니가 북쪽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결국 죽은 것으로 전해졌다.
큰고니와 고니 등 고니류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낸 뒤 2월 말이나 3월 초에는 대부분 북쪽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경포천에는 이달 중순까지 무리와 떨어진 큰고니 한 마리가 외로이 지내고 있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
지난 3월 15일 귀향하던 고니 가족이 경포천을 찾았으나 이들이 다음 날 떠난 뒤에도 한 달 이상 혼자 남아 있었다.
혼자서도 머리를 물속에 처박고 풀뿌리를 캐 먹는 등 먹이활동을 비교적 활발히 했으나 초여름 날씨를 보인 최근에는 움직임이 크게 줄어 갈대섬 위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았다.
행동반경도 넓지 않아 대부분 주변 20∼30m 안에서 지냈고 아주 가끔만 100m 이상 떨어진 곳에서 관찰되기도 했다.
다쳐서 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추정됐지만 외형적으로 날개나 다리 등 다친 곳이 눈에 띄지도 않았다.
그러던 큰고니가 결국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포습지 일원에서 활동하는 한 생태환경해설사는 최근 큰고니의 목에 굵은 상처가 난 채로 죽은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움직임이 크게 둔해진 큰고니가 경포습지 생태계 상위 포식자인 삵이나 수달 등에 물려 죽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25일 "큰고니가 다리에 약간의 부상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먹이활동도 활발히 하고 해서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길 기대했으나 안타깝게도 상처를 입고 죽은 채 발견됐다"고 말했다.
큰고니가 홀로 남아 있던 경포천은 폭이 불과 30∼50m에 불과하고, 산책하거나 운동하는 시민들이 많은 곳이어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겨울 인근의 강릉 남대천에서도 10여 마리의 무리와 함께 왔던 큰고니 한 마리가 다리를 다친 채 무리와 떨어져 홀로 먹이활동을 하다 며칠 후 죽은 채 발견되기도 했다.
yoo21@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4/25 10:16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