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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 깨고 싶어…낯섦이 벽이 되지 않길"

송고시간2022-04-25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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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내 카페에서 진행된 '세상을 비집고' 촬영 현장은 8시간 가까이 이어진 긴 촬영에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세상을 비집고'는 각기 다른 장애를 갖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솔직한 토크쇼다.

이들은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장애를 대하는 자연스러운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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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청춘 4인방, EBS '세상을 비집고' 진행

최복희 PD "'예능 같은 교양' 프로…장애는 그냥 개개인의 특징 중 하나"

EBS '세상을 비집고' 출연진
EBS '세상을 비집고' 출연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EBS '세상을 비집고'를 연출한 출연진 김나윤씨(왼쪽부터), 신홍윤씨, 박정인씨, 박현진씨가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4.25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진짜 우리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장애가 특정 이미지로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싶었고, 그래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죠. 그런데 막상 촬영장에 오니 그런 걸 잊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떠들며 즐기고 있어요."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내 카페에서 진행된 '세상을 비집고' 촬영 현장은 8시간 가까이 이어진 긴 촬영에도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세상을 비집고'는 각기 다른 장애를 갖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솔직한 토크쇼다. 장애에 대한 이야기는 어둡고, 힘들다는 편견을 깨듯 촬영 현장에는 밝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출연자들이 앞에 놓인 카메라 여러 대와 분주히 움직이는 스태프들이 없다면, 영락없이 봄나들이 나온 친구들이 수다를 떠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토크쇼를 이끄는 4인방은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선천성 뇌 병변 장애를 갖게 된 신홍윤(33)씨, 6년 전 망막질환 추체이영양증으로 시각장애를 갖게 된 박정인(34)씨, 3년 전 교통사고로 왼쪽 팔을 절단한 김나윤(30)씨, 어릴 때 열병으로 청각에 문제가 생겼다가 사고로 청력을 상실한 박현진(23)씨다.

이들은 방송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것은 장애를 대하는 자연스러운 태도라고 입을 모았다.

그래서 방송에서는 시각장애인의 보행 안내는 이렇게, 청각장애인에게 말을 걸 때는 저렇게 해야 한다는 모범답안이 아닌, 장애라는 낯섦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정인씨는 "우리 넷이 빨리 친해진 것은 장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친구로서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면서 같이 붙어있었기 때문"이라며 "시청자들도 교과서에서 답을 찾듯 방송을 보는 게 아니라 친구랑 수다를 떠는 느낌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 역시 첫 만남에서는 서로의 장애에 대해 몰랐던 점이 많았고, 지금도 천천히 알아가며 익숙해지는 단계라고 했다.

이날 촬영 때도 나윤씨는 여전히 정인씨에게 길을 안내하려다 팔을 뒤에서 덥석 잡아 놀라게 하고, 현진씨는 홍윤씨의 휠체어를 밀다 도랑에 빠뜨렸다고 했다.

홍윤씨는 "서로에게 미숙한 부분이 (방송에) 더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비장애인이 장애를 바라보고, 장애인과 관계를 맺으려고 할 때 느끼는 두려움이나 할 수 있는 실수가 장애에 대한 벽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복희 PD
최복희 PD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EBS '세상을 비집고'를 연출한 최복희 PD가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4.25
jin90@yna.co.kr

연출을 맡은 최복희 PD는 출연자들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스스럼없이 털어놓고, 시청자들은 이를 편안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연출 의도라고 밝혔다.

'할 말은 한다'는 MZ세대를 출연진으로 구성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출연자들이 자신의 장애에 대해서 '쿨'하게 말할 수 있다면. 장애를 받아들이는 쪽에서 과하게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를 깰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런 점에서 프로그램의 가장 중요한 요소를 '재미'로 꼽았다.

최 PD는 "재미를 살려 장애에 대한 이야기를 불편함 없이, 거리낌 없이 얘기해 보자는 것이 우리 프로그램의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애는 비장애와 이분법적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이 가진 특징 중 하나"라며 "시청자들이 출연자들을 볼 때 장애를 먼저 보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인 한 명 한 명의 사람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예전에 홍윤씨가 길에서 만나는 아이들이 자신을 '서커스 코끼리'처럼 본다고 한 적이 있어요. 걸음걸이 때문이죠. 만약 홍윤씨가 우리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다면, 사람들이 길을 가다 홍윤씨와 비슷한 장애를 가진 사람을 마주하더라도 놀라거나 신기해하지 않겠죠. 우리 방송이 그런 시작점이 됐으면 해요."

최 PD의 말처럼 출연자들은 다른 20·30대와 마찬가지로 각자의 인생을 한걸음씩 걸어나가는 사람들이다.

나윤씨는 WBC 피트니스대회에서 비장애인들과 겨뤄 4관왕에 올랐고, 홍윤씨는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정인씨는 시각장애인 창작가로 안무, 노래, 글쓰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고, 현진씨는 영화배우를 꿈꾸며 취미로 피아노를 친다.

나윤씨는 "장애인이라서 제가 해온 일들이 '도전', '극복' 이라고 초점이 더 맞춰지는 것 같다"며 "그런데 사실 저는 누구나 그렇듯 인생을 살다보면 생기는 고비를 넘고, 다시 꿈을 꾸고, 그렇게 평범하게 살고 있다"고 말했다.

EBS '세상을 비집고' 출연진
EBS '세상을 비집고' 출연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EBS '세상을 비집고' 출연진 신홍윤씨(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정인씨, 김나윤씨, 박현진씨가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4.25 jin90@yna.co.kr

이들은 장애를 '새롭게 가지게 된 하나의 특성', '함께, 같이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인씨는 사실 처음 장애가 생기고 2년여간은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지냈다고 했다.

그는 "장애가 생기기 전에는 살면서 시각 장애인을 만나본 적도 없었고, 시각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며 "처음에 힘들었던 건 제가 장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 장애를 이해하기로 하면서부터 조금씩 삶이 달라졌다"며 "재활을 하고 동료들을 만나면서,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에 점점 집중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청각 장애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왜 못 알아듣는 척하냐', '왜 무시하냐'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는 현진씨 역시 장애에 대한 사회의 이해가 깊어지고 시선이 달라졌으면 한다고 했다.

그는 "'예비 장애인'이라는 말이 있다"라며 "비장애인도 얼마든지 장애를 갖게 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장애를 바라본다면, 편견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세상을 비집고'의 궁극적 목적도 우리 사회의 인식 개선이다.

최 PD는 "전 세계 인구의 15%가 장애인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주변에 장애인이 없다"며 "그러다 보니 장애인을 봤을 때 당황하고,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그런 상황이 부담스러우니 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과거에 장애를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였다면, 이제는 장애를 배려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 시각에 갇혀있는 게 문제다. 장애인을 그냥 '옆에 있는 사람', 즉 사회 구성원 중 한 명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우리 방송의 목표"라고 말했다.

EBS '세상을 비집고' 최복희 PD와 출연진
EBS '세상을 비집고' 최복희 PD와 출연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EBS '세상을 비집고' 최복희 PD(왼쪽부터), 박정인씨, 김나윤씨, 신홍윤씨, 박현진씨가 지난 22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4.25 jin90@yna.co.kr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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