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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zine] 사람이 지킨 숲, 사람을 지키는 숲 ③

송고시간2022-05-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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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나무다.

명품 소나무 숲은 여러 곳 알려졌지만, 명품 참나무숲은 어쩐지 낯선 느낌이다.

울산시 울주군에는 마흔 살이 넘은 참나무들이 싱싱한 숲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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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년 숲 꿈꾸는 '소호 참나무숲'

굵은 참나무 줄기 옆으로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사진/진성철 기자]

굵은 참나무 줄기 옆으로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사진/진성철 기자]

(울산=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참나무. 소나무와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나무다. 이름도 나무 중 가장 재질이 좋고 진짜 나무란 뜻의 '참' 나무다. 명품 소나무 숲은 여러 곳 알려졌지만, 명품 참나무숲은 어쩐지 낯선 느낌이다.

참나무, 전나무, 잣나무가 함께 자라는 '소호 참나무숲' [사진/진성철 기자]

참나무, 전나무, 잣나무가 함께 자라는 '소호 참나무숲' [사진/진성철 기자]

울산시 울주군에는 마흔 살이 넘은 참나무들이 싱싱한 숲이 있다. '소호 참나무숲'이다. 청년기를 맞은 숲을 백 년 숲으로 가꾸고 싶은 사람들도 모여 산다. 이들은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을 꾸려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 참나무는 어떤 나무?

참나무 줄기에 자라는 이끼 [사진/진성철 기자]

참나무 줄기에 자라는 이끼 [사진/진성철 기자]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 무리가 참나무다. 상수리부터 굴참, 떡갈, 신갈, 갈참, 졸참나무까지 여섯 종을 보통 '참나무'라고 부른다. 장작, 참나무숯, 펄프용으로 잡목 취급을 받지만, 충격 저항성, 내구성 등 역학적 성능이 뛰어나다.

대항해시대에는 참나무로 대형선박을 만들었다. 미국의 철도 침목 대부분이 참나무다. 지금도 최고급 가구재나 내장재로 사용된다.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전의 기둥도 참나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기후 온난화가 계속되면 우리나라 전역에서 참나무가 소나무를 대신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국내에서 손꼽을만한 참나무숲은 강원도 인제군 점봉산 참나무숲, 경기 포천 광릉 참나무숲, 그리고 울산시 울주군 소호리 참나무숲 등이라고 한다.

◇ 백 년 숲을 꿈꾸는 '소호 참나무숲'

하늘 높이 솟은 굵은 참나무(왼쪽)와 바로 옆에서 함께 자라는 전나무 [사진/진성철 기자]

하늘 높이 솟은 굵은 참나무(왼쪽)와 바로 옆에서 함께 자라는 전나무 [사진/진성철 기자]

소호 참나무숲(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산192)은 찾기가 쉽지 않다. 내비게이션에 옥천당한의원으로 검색하면 편하다. 한의원 옆에 세워진 '참나무숲길' 안내도와 임업기술훈련원의 안내문 사이가 입구다.

소호 참나무숲에 있는 '한독사업 종료기념' 비 [사진/진성철 기자]

소호 참나무숲에 있는 '한독사업 종료기념' 비 [사진/진성철 기자]

참나무숲에 들어서면 1984년 4월 30일 소호리산림경영협업체가 세운 '한독사업 종료기념' 비가 있다. 기념비 뒤에는 한 아름드리 참나무가 우뚝 서 있다. 높이가 25m를 넘는다. 전나무도 옆에 함께 솟아있다.

숲속으로 들어가 보면 이제 수령이 40~45년 가까이 되는 참나무들이 전나무, 잣나무와 함께 자라고 있다. 서너 뼘 굵기의 큰 상수리나무들이 곧게 하늘로 뻗어 있다.

참나무, 전나무, 잣나무가 함께 자라는 '소호 참나무숲' [사진/진성철 기자]

참나무, 전나무, 잣나무가 함께 자라는 '소호 참나무숲' [사진/진성철 기자]

땅을 뒤덮은 참나무 낙엽들 사이로 노랑제비꽃, 남산제비꽃들이 드문드문 피어있다. 진달래도 바람에 흔들린다. 참나무 그루터기에는 운지버섯, 흰구름송편버섯 등이 자라고 있다. 나무들 사이로 어치와 곤줄박이도 다녀간다.

참나무에서 노래하는 곤줄박이 [사진/진성철 기자]

참나무에서 노래하는 곤줄박이 [사진/진성철 기자]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운지버섯(왼쪽)과 흰구름송편버섯 [사진/진성철 기자]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운지버섯(왼쪽)과 흰구름송편버섯 [사진/진성철 기자]

◇ 산림전문가, 산림행정가, 활동가의 성지

2018년 소호 참나무숲 한독사업 종료기념비 앞에 다시 모인 한독사업 관계자들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제공]

2018년 소호 참나무숲 한독사업 종료기념비 앞에 다시 모인 한독사업 관계자들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소호 참나무숲은 산림전문가, 산림행정가, 활동가들이 주로 찾는 숲이다. 한국의 현대적 산림경영과 산주들이 참여한 산림경영협업체가 태동한 곳이기 때문이다. 또 독일 임업 기술을 적용한 상수리나무의 임상이 실시된 숲인 까닭이다.

1974년 설립된 한독산림경영사업기구(한독기구)는 1975년 여름부터 1976년 말까지 울주군 상북면 소호리 산림을 조사했다. 당시 소호리는 상수리가 어느 정도 자라 천연림을 이루고 있었다. 독일 전문가들은 소호리에 천연 숲을 그대로 가꾸는 천연림 보육사업을 제안했다. 1979년에는 산주들의 산림경영협업체가 만들어지고, 주민들의 산림개발작업단도 꾸려지게 된다. 이때 독일 전문가들은 200년 된 참나무 한 그루를 베어 팔면 벤츠 승용차 한 대를 살 수 있다며 산주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소호 참나무숲에서 작업하는 한독기구와 협업체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소호 참나무숲에서 작업하는 한독기구와 협업체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제공]

소호리산림경영협업체와 한독기구는 함께 숲을 가꿨다. 활엽수인 참나무 아래에 그늘에도 잘 자라는 전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를 심었다. 곧게 자라는 침엽수들 덕에 이곳 참나무들도 훨씬 더 곱고 굵게 자랄 수 있었다고 한다.

◇ 백 년 숲 가꾸기 나선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

굵은 참나무 줄기 옆으로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사진/진성철 기자]

굵은 참나무 줄기 옆으로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다. [사진/진성철 기자]

'백년숲사회적협동조합'은 소호 참나무숲의 역사적 기반을 바탕으로 생겨났다. 전문가와 지역주민들이 참여하고, 울주군과 울산시, 산림청도 지원한다. '백년숲'이란 이름에는 단순히 100년이 아니라 후손들에게 잘 가꾸어진 큰 숲을 물려주자는 비전을 담았다. 백년숲조합은 목재생산, 숲 관광, 지역 일자리, 마을공동체 등이 함께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모색하고 있다.

한새롬 백년숲 사무국장은 백년숲을 위한 가장 큰 과제로 "자연 그대로 방치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숲을 가꿔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와항재-태종 임도에서 바라본 소호 참나무숲 [사진/진성철 기자]

와항재-태종 임도에서 바라본 소호 참나무숲 [사진/진성철 기자]

소호 참나무숲은 현재 위기에 처했다. 숲 근처에는 개발을 위해 축대를 쌓고 터를 닦은 곳이 서너 군데가 보인다. 이 숲은 한독산림협력사업 기념비가 있는 사유림인 1만 2천여 평과 국유림 8천500여 평으로 구분된다. 여러 산주가 혼재하는 사유림이 가꿔지지 못한 채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 산촌에서 휴양과 유학 '소호마을'

소호분교에 있는 마을 당수인 느티나무 [사진/진성철 기자]

소호분교에 있는 마을 당수인 느티나무 [사진/진성철 기자]

소호마을은 산촌 유학과 농촌체험 휴양마을로 인기 있는 곳이다.

상북초등학교 소호분교는 산골 분교임에도 2022년 현재 학생이 43명이나 된다. 산촌 유학생들과 젊은 귀농인, 시골 학교에 아이를 보내려 이사 온 젊은 부부들이 있어서다. 학교 운동장에는 마을 당수인 수령 400년 정도 된 느티나무가 버티고 서 있다.

소호 숲 명상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리기테다소나무 숲 [사진/진성철 기자]

소호 숲 명상 프로그램에서 만나는 리기테다소나무 숲 [사진/진성철 기자]

소호마을에는 숲 명상 프로그램이 인기다. '숲에서 한나절 살랑살랑', '걷기 명상 뚜벅뚜벅' 등을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에서 진행한다.

유영순 명상센터장은 "화가 날 때 주변보다 자신의 안에 있는 화를 들여다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울산생태문화교육협동조합 박현이 이사장은 "어렵게 말고 숲에서 한나절 편하게 쉬자"라고 말했다.

소호마을에 목공소 나무극장을 연 청년 목수 김산 씨 [사진/진성철 기자]

소호마을에 목공소 나무극장을 연 청년 목수 김산 씨 [사진/진성철 기자]

나무 놀이터인 '나무극장'도 있다. 대표인 김산 씨는 어릴 적 소호로 이사와 소호분교를 졸업했다. 도시에서 살기도 했지만, 목수가 돼서 다시 소호마을로 돌아온 청년이다. "어릴 때부터 나무로 칼을 만들고, 새총도 만들고 놀았던 추억이 너무 좋아 목수가 됐다"고 한다.

나무극장에서는 도마 만들기, 나무조명 만들기 등 목공 교실도 운영한다. 2~3시간이면 만들 수 있고 체험 비용은 5만~6만 원이다. 마을 뒷산에서 주운 목재로 만든 의자, 폐목재를 이용해 만든 탁자와 조명이 실내를 장식하고 있다.

숲정이에서 주워온 목재로 만든 나무조명 [사진/진성철 기자]

숲정이에서 주워온 목재로 만든 나무조명 [사진/진성철 기자]

◇ 마을교육공동체의 중심 '땡땡마을'

울산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 '땡땡마을' [사진/진성철 기자]

울산 마을교육공동체 거점센터 '땡땡마을' [사진/진성철 기자]

땡땡마을은 폐교된 상북면 궁근정초등학교를 되살린 마을 교육학교다. 현재는 울산시교육청에서 직영하는 울산마을교육공동체거점센터다.
운동장에는 유채꽃이 피었고, 허수아비가 지키고 서 있다.

버드나무 그늘에서 대나무로 목공체험 하는 학생들 [사진/진성철 기자]

버드나무 그늘에서 대나무로 목공체험 하는 학생들 [사진/진성철 기자]

연두색 새잎을 늘어뜨린 커다란 버드나무 아래에서 아이들이 톱과 드릴로 대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다. 수업을 마친 아이가 직접 만든 신발 주걱을 보여주며 웃었다.

다슬기와 함께 애반딧불이 유충과 애벌레를 키우는 학생들 [사진/진성철 기자]

다슬기와 함께 애반딧불이 유충과 애벌레를 키우는 학생들 [사진/진성철 기자]

학교 뒤편 옛 취사장에서는 학생들이 다슬기와 함께 애반딧불이의 유충과 애벌레를 키우는 수업을 하고 있었다. 교실을 리모델링한 몸놀이터에서는 학생들이 방송 댄스를 연습하고, 제과실에서는 스콘을 구웠다. 요리학교 학생들은 직접 만든 스파게티를 운동장 탁자에 앉아 맛있게 먹고 있었다.

땡땡마을에서는 초중학교 학생들을 위한 마을에서 배우는 학교연계프로그램이 활발하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마을주민들이 마을 교사로 참여한다.

공유서재는 주민이 책을 가져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보는 서재다. [사진/진성철 기자]

공유서재는 주민이 책을 가져와 동네 사람들과 함께 보는 서재다. [사진/진성철 기자]

땡땡마을은 마을 주민들의 배움터이기도 하다. 평생학습 프로그램으로 요리, 제과, 요가, 도예, 목공, 밴드 교실 등을 운영한다.

공유카페, 공유오피스, 공유서재도 있다. 공유서재는 마을주민이 집에 있던 책을 가져와서 동네 주민들과 함께 보는 서재다. 기증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이 적힌 책장에 책을 두고 본인이 관리하는 책방이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5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z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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