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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더 강력한 공안정국 시작되나…"中, 스트롱맨 골랐다"

송고시간2022-04-17 18:59

'일국양제' 지탱한 절차와 법규 위협 가능성 제기

존 리 전 홍콩 정무부총리
존 리 전 홍콩 정무부총리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홍콩의 차기 행정장관으로 경찰 출신 강경파가 사실상 확정되면서 더욱 강력한 공안정국이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홍콩이 주권 반환 25주년을 맞아 행정관료 출신 문민 통치 시대가 끝나면서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는 점점 쇠퇴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홍콩을 자유롭게(FREE HK)'
'홍콩을 자유롭게(FREE HK)'

2019년 12월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중국, 안팎 위협에 맞설 '스트롱맨' 원해"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다음 달 8일이지만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친중 진영의 단결된 지지 속 단독 출마하면서 이미 결과는 나온 셈이다.

선거위원회의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그는 과반의 지지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미 출마를 위해 결집한 선거위원의 지지표가 과반을 넘어섰다.

경찰 출신으로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강경 진압하고 이후 홍콩국가보안법을 적극적으로 집행한 리 전 부총리가 출마를 선언하고 단독 출마가 확정되기까지는 일주일도 걸리지 않았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역대 행정장관 선거에서 수개월 걸리던 과정이 이번에는 단 며칠 만에 끝났다. 존 리가 잠재 후보에서 단독 후보가 된 속도는 충격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 중국이 직면한 압박이 고조되고, 영국과 미국이 홍콩에서 시민의 자유가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상황으로 인해 중국이 그에 맞서 싸울 '스트롱맨'을 고르게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윌슨 찬 중문대 국제관계 전문가는 "스트롱맨 정치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계속되고 세계의 흐름에서 벗어난 홍콩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따른 딜레마 속에서 존 리의 강경함은 다른 이들과 비교해 중국 정부가 바라는 결과를 성취할 가능성이 가장 큰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게 했다"고 분석했다.

친중 진영에서는 홍콩 반환 25주년인 올해를 '두 번째 반환' 혹은 '새로운 시작'이라고 칭하고 있다. 차기 행정장관은 반환 25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 1일 취임한다.

한 친중 정치인은 SCMP에 "존 리의 중국에 대한 충성심은 경찰과 보안국 경력을 통해 이미 잘 알려졌다"며 "중국 정부는 차기 행정장관의 잠재적 후보로 육성할 계획하에 지난해 그를 정무부총리로 임명했다"고 말했다.

리 전 부총리는 행정장관이 되면 중국이 밀어붙이고 있는 홍콩판 국가보안법 제정을 최우선 순위 중 하나로 두겠다고 공약했다.

2020년 6월 중국이 직접 만든 홍콩국가보안법 이후 민주 진영 주요 인사를 포함해 170여명이 체포되고 많은 사회단체와 언론사가 문을 닫아 공안정국이 펼쳐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해당 법을 보완하는 법을 우선 제정하겠다는 것이다.

서방에서는 홍콩국가보안법이 반대파에 재갈을 물리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하고 있고, 홍콩 야권에서는 해당 법의 '레드 라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두려움을 준다고 지적한다.

홍콩집회와 성조기
홍콩집회와 성조기

(홍콩=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 2019년 12월 12일 홍콩 반정부 시위 현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 '경찰국가' 우려 속 일국양제 운명은 어디로

홍콩은 마카오와 함께 중국의 양대 '특별행정구'로, 중국은 두 지역이 일국양제 원칙에 따라 다스려진다고 말한다.

영국과 중국은 1984년 체결한 영국·중국 공동선언(홍콩반환협정)을 통해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2047년까지 50년 동안 기존 체제를 유지하도록 하는 일국양제에 합의했다.

이후 지난 25년간 홍콩 행정장관은 친중 기업인 출신이나 오랜 경력의 행정관료들이 맡아왔다. '관료주의'나 '친기업 행보'의 병폐가 지적되기도 했지만 이들이 절차와 법규를 중시한 까닭에 그나마 일국양제가 유지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리 전 부총리는 "결과 지향적인 정부를 만들겠다"며 이전과는 다른 스타일의 행정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절차와 법치가 무시되고, 홍콩이 '경찰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영국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산하 중국연구소의 스티브 창 교수는 리 전 부총리가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면서 홍콩 경찰을 사람들이 존경하는 조직에서 가장 경멸하는 조직으로 전락시킨 책임이 있다며 그의 행정장관으로서의 능력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그는 "지금 홍콩이 원하는 지도자는 사회의 신망을 얻으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소위 '고도의 자치'라는 유산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게 사회를 단결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며 "중국 정부는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골랐지만, 홍콩인들은 캐리 람 치하에서보다 자신들의 이익이 덜 보살핌을 받는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존 리는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결과를 위해 관례와 규칙을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라우시우카이 부회장은 "중국의 입장에서 다음 5년은 매우 중요하다"며 "일국양제는 홍콩의 번영과 안정을 위해 가장 중요한데, 존 리 치하에서 순조롭게 이행되면 일국양제는 2047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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