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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합병 찬성 압박' 문형표·홍완선 징역 2년 6개월 확정(종합2보)

송고시간2022-04-14 12:15

대법 "문 전 장관, 박근혜 전 대통령 '합병 챙겨보라' 지시 인지" 2심 판단 인정

5년 3개월만에 최종 판결…'국정농단' 재판, 김기춘·조윤선 파기환송심 남아

"합병 반대 주주들에 제시된 주식 매수 청구가격 너무 낮게 청구" 판단도

문형표 홍완선
문형표 홍완선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2017년 1심 재판이 시작된 후 5년 3개월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4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 전 본부장 역시 징역 2년 6개월이 그대로 확정됐다.

문 전 장관은 박근혜 정부 당시 복지부 내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삼성합병에 반대할 우려가 있다며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도록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았다. 국회 국정조사에서 위증한 혐의도 있다.

홍 전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1심 재판부는 두 사람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했다고 판단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다며 홍 전 본부장에 대해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

2심도 징역 2년 6개월씩을 유지했다. 법원은 문 전 장관이 삼성합병 안건을 챙겨보라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를 인지했다는 점도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두 사람과 검찰은 각각 상고해 2017년 11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왔다.

대법원은 구속 기한 내 선고가 어려워지자 2018년 5월과 6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구속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사건을 검토해왔다.

심리 과정에서는 재판관 구성이 다소 달라지기도 했다. 대법원 3부는 김재형·안철상·노정희·이흥구 대법관으로 구성돼있는데, 김재형·안철상 대법관이 회피 등의 사유로 심리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재판부 대법관 2인이 유고시에는 다음 재판부의 당해 순위 대법관 중 선순위 대법관으로 재판부를 구성한다'고 규정한 대법원 사건의 배당에 관한 내규에 따라 1부의 박정화 대법관이 참여했고, 박정화·노정희·이흥구 대법관의 관여로 합의와 판결 선고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난해 7월 박영수 특별검사가 사퇴했으나 형사소송법 278조에 따라 판결만을 선고하는 때에는 검사 출석 없이 개정할 수 있다"며 "특검이 사퇴하기 전 상고이유서가 모두 제출된 이 사건의 경우, 이후에 특검이 사퇴했다는 사정은 대법원이 판결을 선고하는 절차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날 두 사람의 사건이 유죄 판결로 마무리되면서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가운데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파기환송심만 남게 됐다.

대법원은 이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합병 거부 주주들에게 제시된 주식매수 청구가격이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판단도 내렸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삼성물산 주주들이 법원에 주식 매수가격 결정을 청구한 사안에서 1심을 깨고 매수가를 올리라고 결정한 2심의 결정을 확정했다.

지난 2016년 2심은 "합병 결의 무렵 삼성물산의 시장 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5만7천234원이던 기존 보통주 매수가를 합병설 자체가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18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산출한 6만6천602원으로 새로 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본 1심 법원의 논리와 배치되는 판단이다.

대법원은 "합병 사실이 공시되지 않았으나 그 전에 이미 자본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이 합병을 예상함에 따라 자본시장법 및 그 시행령에서 정한 날(합병 관련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의 시장 주가는 합병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지배주주가 계열회사 전체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있어서 사실상 지배주주 스스로에 가장 유리한 합병 시기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 사정만으로 특정 기업의 시장 주가는 공정한 주가보다 높거나 낮게 형성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계열회사 사이의 합병에서 주식매수가격을 산정할 때는 합병사실의 영향을 받는 시점을 더욱 엄격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적어도 제일모직의 신규상장으로 합병이 어느 정도 구체화한 이후 구 삼성물산의 시장주가는 합병의 영향으로 공정한 가격을 반영하지 못하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사회 결의일 전일 무렵은 구 삼성물산 주식의 공정한 매수가격을 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합리적이지 않다"며 "신청인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기와 가장 가까운 시점으로서 합병의 영향을 최대한 배제할 수 있는 때는 합병 가능성이 구체화한 제일모직 신규 상장 무렵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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