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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논란부른 바이든 '제노사이드' 언급…"신중해야" "절대 옳아"

송고시간2022-04-14 08:18

정상들도 반응 엇갈려…"형제같은 사이" 마크롱 언급에 우크라 발끈

유엔협약상 제노사이드 규정시 개입 필요…美도 8번만 적용할 만큼 신중

美 제노사이드 공식화까지 수년 걸릴 수도…"군대 불파견 방침 변화없어"

취재진에게 제노사이드 언급하는 바이든
취재진에게 제노사이드 언급하는 바이든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잔혹 행위를 처음으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라고 부른 발언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 행정부 내에서 제노사이드로 규정할지 검토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데다 각국 정상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인의 사상을 말살하려는 시도가 점점 분명해지기 때문에 난 이를 제노사이드라고 부른다"며 "그 증거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이 나오자 당연히 러시아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동의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위선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여기에 더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3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민은 형제 같은 사이이므로 제노사이드라는 표현을 쓰는 데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러시아군이 전쟁범죄를 저지른 것이 확인됐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러시아를 비난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이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뉘앙스가 담겼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한 라디오에 출연해 "끔찍한 전쟁", "전쟁범죄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지만, 제노사이드란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AFP통신은 마크롱 대통령과 숄츠 총리의 발언에 대해 "말로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경고하면서 제노사이드 언급을 피해 갔다"고 평가했다.

제노사이드 용어 놓고 이견 보인 마크롱 대통령(왼쪽)과 바이든 대통령
제노사이드 용어 놓고 이견 보인 마크롱 대통령(왼쪽)과 바이든 대통령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반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점점 더 많은 이들이 러시아의 행위에 대해 제노사이드라는 용어를 취하고 사용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며 바이든 대통령을 옹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이 제노사이드 규정을 거부한 것을 비난하면서, 특히 형제 같은 사이라는 표현에 반감을 표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일은 우리에게 매우 고통스럽다. 그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대변인도 '형제 같은 국민'이라는 표현은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 영토인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 무너지기 시작한 신화라고 치부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제노사이드 언급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이 단어가 러시아 행위에 대해 단순한 비난만을 담은 것이 아니라 유엔협약 상 국제적 대응을 불러올 수 있는 법적 용어이기 때문이다.

유엔협약은 제노사이드를 국가나 민족, 인종, 종교 집단을 전부 또는 부분적으로 파괴할 의도를 가진 범죄행위로 규정한다.

또 제노사이드라고 판단될 경우 국제사회의 개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 협약은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승인되고 150개 이상 국가가 서명했다.

다시 말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행하는 살상 행위가 제노사이드라고 규정될 경우 서방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는 뜻이 된다.

제노사이드라는 법적 규정은 2차 대전 때 독일의 유대인 학살인 '홀로코스트'에서 출발했는데, 미국은 이제껏 제노사이드라고 규정한 사례가 8번뿐일 정도로 신중한 태도를 취해 왔다. 자칫 군사 개입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부담스러워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사례로는 미국이 중국의 서부 신장지역 위구르 등 소수민족 탄압, 미얀마 군부의 과거 로힝야족 폭력을 제노사이드로 결론 낸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로힝야족을 상대로 한 폭력이 2016∼2017년 벌어진 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제노사이드라고 언급했지만 광범위한 증거 수집 등 절차를 거쳐 실제 공식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게 CNN방송의 설명이다.

'러 학살' 우크라 부차 민간인 시신 발굴 현장
'러 학살' 우크라 부차 민간인 시신 발굴 현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빅토리아 눌런드 국무부 정무 담당 차관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결국 제노사이드라고 공식 선언하리라 예측하면서도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 당국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과 무관하게 우크라이나전에 군대를 투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비롯해 현재 미국의 정책에 즉각적인 변화를 촉발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사회의 새로운 행동을 견인하려는 의도보다는 러시아의 잔혹행위에 대한 강한 비난과 결의의 표현 쪽에 초점이 맞춰진 정치적 언급이었다는 해석에 무게가 쏠린다.

AFP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동맹국, 심지어 자신의 참모까지 어려움에 빠뜨릴 위험을 무릅쓰고 공격을 꾸준히 강화하고 있다"며 "좀 더 온건한 목소리를 일축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비난의 최고사령관이 됐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고위 당국자들과 논의 후에 취재진 앞에서 제노사이드 발언을 내놓은 점에 비춰 의도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또 한 번 미국의 공식 입장을 앞지른 것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전에도 국무부의 공식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푸틴 대통령을 전범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또 지난달 26일엔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더는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고 언급했다가 정권 교체를 염두에 둔 대러시아 정책 변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파장이 커지자 백악관과 국무부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까지 재차 나서서 도덕적 분노를 표출한 것이지, 타국의 인위적 정권 교체를 추진하진 않는다는 미국의 기존 정책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진화하기도 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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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mZxI-9XBmR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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