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화물선이 내뿜는 그을음에 해빙 가속…온난화 심화"
송고시간2022-04-11 17:36
환경단체 "선박연료 청정화에 국제사회 시급히 합의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지구온난화로 북극 얼음이 녹아 유럽-아시아를 잇는 북극해 항로가 열리면서 이 지역을 지나는 선박이 다량의 '블랙 카본'(불완전 연소시 발생하는 그을음)을 내뿜음에 따라 해빙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이는 기후 온난화로 심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작년 2월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크로스토프 드 마르주리호는 중국 장쑤성에서 시베리아의 북극해 항구로 역사적인 겨울철 운항에 성공, 유럽과 아시아 간 운항 시간을 3분의 1 이상 줄일 수 있는 새로운 북극해 항로 시대를 예고했다.
기후위기 탓에 북극 얼음이 많이 녹으면서 여름철 중심으로 이루어진 북극해 선박 운항이 2013∼2019년 사이 25% 증가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북극해 운항 증가가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운항 선박 증가로 배기가스 배출이 늘어나면서 화석 연료의 불완전 연소로 만들어지는 대기오염 물질인 블랙 카본이 생성되고, 이로 인해 민감한 북극 지역 얼음이 더욱 빠르게 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블랙 카본이 내려앉은 얼음과 눈은 열을 반사하는 하얀 눈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흡수해 빠르게 녹으면서 온난화를 가속할 수 있다.
환경운동가들은 지구 전체 평균보다 4배나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북극에서 2015∼2019년 사이 유조선과 대형 화물선 등에서 배출된 블랙 카본 양이 85%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해상 운송의 경우 도로나 철도, 내륙 수로 등 다른 운송 부문과 달리 배출 가스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고, 질소나 황 등이 포함돼 있어 블랙 카본 발생 위험이 큰 연료인 중유나 벙커유가 선박 운항에 주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작년 11월 북극에서의 블랙 카본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청정연료 사용에 관한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결의안은 의무사항이 아니라 자발적 참여를 권고하는 데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지난주 한 환경단체 연합은 IMO의 결의안은 북극 기후위기 대처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각국 정부에 북극에서 선박이 배출하는 블랙 카본을 줄이기 위한 의무적 규제에 합의할 것을 요구하는 문건을 IMO에 제출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과학자들도 기후 붕괴를 막기 위한 조치가 '지금이 아니면 절대 안 되는' 국면을 맞았고 국제사회의 기후 약속 실천이 미흡하다면서 지난 4일 해운 부문과 IMO를 싸잡아 비판했다.
2개 비영리단체 연합인 '클린 북극 동맹'(Clean Arctic Alliance)의 시안 프라이어 박사는 "IMO 회원국들은 북극 기후위기 완화를 위해 선박의 블랙 카본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시급하고 담대한 행동에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클린 북극 동맹은 북극을 운항하는 선박 전체가 중유에서 더 깨끗한 증류 연료로 전환하면 블랙 카본 배출을 44% 줄일 수 있고, 모든 선박에 그을음을 포집하는 매연저감장치(DPF)를 장착하면 이를 추가로 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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