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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문일답] "'정부 의도 따르라' 역사 교과서 출판사에 압력"

송고시간2022-04-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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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정권 시절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을 지낸 마에카와 기헤이 현대교육행정연구회 대표는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을 통해 학문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평가했다.

문부과학성 재직 중 교과서 관련 담당 국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일본 정부가 2014년 교과서 검정기준 개정과 2021년 각의(閣議·내각회의) 결정을 지렛대로 삼아 출판사들이 눈치를 보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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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에카와 기헤이 전 일본 문부과학성 차관

"같은 곳인데 사도광산이 강제연행과 관계없다는 주장은 전혀 안 통할 논리"

인터뷰하는 마에카와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
인터뷰하는 마에카와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을 지낸 마에카와 기헤이 현대교육행정연구회 대표가 7일 도쿄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4.11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아베 신조 정권 시절 일본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을 지낸 마에카와 기헤이 현대교육행정연구회 대표는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을 통해 학문의 자유를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평가했다.

문부과학성 재직 중 교과서 관련 담당 국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일본 정부가 2014년 교과서 검정기준 개정과 2021년 각의(閣議·내각회의) 결정을 지렛대로 삼아 출판사들이 눈치를 보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비판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한 것에 대해 우선 군함도의 강제노역을 알린다는 공약을 지키고, 사도광산의 강제연행도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아베 전 총리가 재임 중 측근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이 수의학부를 신설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시사하는 문서가 "확실히 존재했다"고 2017년 5월 폭로한 인물이기도 하다. 다음은 마에카와 전 차관과의 일문일답.

교과서 검정 마친 일본 문부과학성
교과서 검정 마친 일본 문부과학성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3월 29일 오후 일본 문부과학성이 내년도 고교 교과서 등의 검정 결과를 확정한 가운데 도쿄 지요다구에 있는 문부과학성 청사 앞에 마스크를 쓴 남성이 지나가고 있다.

-- 교과서 검정에서 '강제연행' 등의 표현이 대거 삭제됐다.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나.

▲ 교육기본법 제16조에 교육은 부당한 지배에 복종하는 일 없이 이뤄져야 한다고 쓰여 있다. 교육기본법에서 금지한 부당한 지배에 해당한다. 역사학으로 검증된 것을 정치적인 의도에 기반해 비트는 것, 흔히 말하는 '역사 수정주의'다. 수정주의라는 말이 올바르게 고친다는 말처럼 들리니까 '역사 개찬(改竄·문서 등의 문구를 고치는 것, 특히 악용하기 위해 멋대로 고치는 것)주의'라고 하는 게 낫다. 정치적인 입장에서 교육 내용에 개입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학문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이다.

-- 검정기준 개정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 2014년에 검정기준이 개정됐다. 각의 결정 등에서 명백해진 정부 견해, 혹은 최고재판소의 확정판결을 토대로 기술해야 한다고 바뀌었다. 검정기준을 개정할 때 내가 담당 국장이었다. 시모무라 하쿠분 문부과학상의 강한 지시에 의해 개정이 이뤄졌다. 나는 이에 매우 반대했다. 그렇지만 장관(문부과학상) 지시라서 저항하지 못했다. 크게 책임을 느낀다. 다만 개정된 기준이 정부 견해대로 쓰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견해는 꼭 쓰라는 것이다. 교과서 자체는 학문을 토대로 써야 하고 정부는 이런 견해라는 기술을 포함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 견해에 이러한 반대 의견이 있다는 것도 당연히 써도 되고, 오히려 균형을 잡기 위해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경우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독도라고 하고 있고 독도는 한국 고유의 영토라고 말하고 있다. 거기에 영토 문제가 있다'고 쓰면 된다. '다케시마는 일본의 영토다. 이것으로 끝'이라는 식의 서술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일본 고교 교과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일본 고교 교과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내년에 일선 학교에서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일본 문부과학성에 검정을 신청한 일본 고교 교과서에 한국 영토인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다.

-- 작년 4월 일본 정부의 각의 결정도 있었다.

▲ '종군 위안부'나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각의 결정했다. 각의 결정이 정부 견해인 것은 틀림없지만 그것이 그대로 검정기준이 돼버린 셈이다. 심각한 문제다. 명백하게 학문의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에 해당한다. 역사학자들의 논문 속에 강제연행도, 종군위안부도 많이 사용되는 말인데 왜 (교과서에) 쓰면 안 된다는 것이냐. 전쟁 중에 종군위안부나 강제연행이라는 단어를 썼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명백한 정치 개입이다. 이런 검정을 해서는 안 된다.

-- 검정 규칙을 따져보면 정부 견해와 다르더라도 '강제연행'을 쓸 수 있는데 다이이치가쿠슈샤를 제외하면 대부분 출판사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

▲ 눈치 보기다. 그렇게 쓰는 것이 교과서가 채택되기 쉽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다. 예전에 당당하게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니혼서적이라는 출판사는 우익 정치인들의 캠페인으로 교과서 채택이 줄어 결국 망했다. 그런 사건을 보고 있으면 교과서 회사로서는 현재의 정치 권력을 쥔 우익계 정치인의 말을 듣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작년 4월 일본 정부가 각의 결정을 하자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집필자나 편집자가 아닌 교과서 회사 경영자를 불러서 이런 각의 결정이 있었다고 일부러 전달하는 회의를 열었다. '정부 의도에 따르지 않으면 교과서가 채택되기 어렵다, 니혼서적처럼 된다'는 식의 압력을 가한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일이 벌어졌다.

서명 운동하는 우익 역사교과서 단체
서명 운동하는 우익 역사교과서 단체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우익 단체인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2015년 8월 15일 일본 도쿄 소재 야스쿠니신사 인근에서 '아이들에게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 여러 내각이 고노담화를 계승한다고 각의 결정했으니 담화에 등장하는 '종군위안부'라는 표현도 정부의 통일된 견해로 봐야 하는 것 아닌가.

▲ 아마도 지금 문부과학성에 물어본다면 나중에 이뤄진 각의 결정이 우선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각의 결정한 내용이 역사를 올바르게 표현한다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다. 정치로 교육을 비틀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정말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그런 것을 허용하면 푸틴의 러시아 같은 세상이 된다. 애국 교육은 어느 나라라도 많든 적든 하는 것이지만, 애국이라는 말에 의해 교육이 엄청나게 왜곡될 위험성을 항상 생각해야 한다.

-- 교과서 검정 결과를 보면 중국인에 대해서는 강제연행을 쓰도록 허용하고 유독 조선인에 대해서 강제연행을 쓰지 못하게 했다.

▲ 중국에서 온 사람도, 조선에서 온 사람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끌려왔다. 그리고 가혹한 노동을 강제당했다는 것은 공통이다. 강제연행이라는 단어를 중국에서 온 사람에게나 한반도에서 온 사람에게 마찬가지로 쓰는 것은 당연하다. 오게 된 경위는 다르다. 중국은 전쟁 포로로 잡힌 사람이 왔을 것이다. 한반도의 경우 당시 이른바 징용공, 강제연행된 사람을 '마루('동그라미'라는 뜻)보'라고 했다. 입고 있는 옷에 와펜(Wappen·바펜·옷에 부착하는 일종의 표장으로 둥근 모양 등이 있음) 같은 것을 붙여서 '보슈(募集·모집)의 보'자(字)(를 썼다), 즉 모집에 응했다는 외양을 취했다. 외형상 모집인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억지로 데려왔다. 경위는 달라도 본인 의지에 어긋나게 일 시킴을 당했다는 것은 같다. 전쟁 말기에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와서 일한 사람 중에 정말 자유의사로 온 사람도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억지로 데려온 사람이 있다. 다수의 한반도 출신자가 강제연행 됐다고 쓰면 틀린 게 아니다. 실제로 (강제연행이라고 쓰고도) 검정을 통과했다. 정부 말이면 무엇이든 복종하는 상태가 되지 말라고 교과서 출판사에 당부하고 싶다. 교과서 회사와 집필자가 더 힘을 내야 한다.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
일본 산업유산정보센터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일본 정부가 군함도 등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자국 산업시설에 관해 알리겠다며 도쿄에 개관한 산업유산정보센터에 지도가 설치돼 있다. 군함도 등의 강제 노역의 실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역사를 왜곡하는 거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기존에는 강제연행이라는 표현이 두루 사용됐는데 이번에 검정에서 거의 사라졌다.

▲ 정말 무섭다. 교육에 대한 정치의 지배가 점점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보수 정권은 학문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는 어느 정도 억제가 있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주도로 '일본의 전도(前途)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의 모임'이 결성된) 1997년 이후, 특히 아베 등을 중심으로 한 정치 세력은 주저함이 없다. 학문에 대한 경의라는 것이 없다. 학술회의 회원 6명의 임명을 거부한 것도 마찬가지 문제다.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사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추천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일본 정부는 사도 광산이 에도시대(1603∼1867년) 유산이라며 강제연행과 관계없다고 하고 있지만 같은 장소이므로 떼어낼 수 없다. 전혀 통하지 않을 논리다. 우선 (군함도를 포함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유산'에 관한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2015년 독일 본에서 열린 회의에서 강제적으로 일 시킴을 당한 사람이 있었다며 '포스트 투 워크'(forced to work)라는 말을 썼다. 그런 사실을 인정하고 제대로 홍보하는 정보센터를 만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사도광산에서도 강제연행돼 가혹한 노동을 강제당한 한반도 노동자가 있었고 이는 부(負·마이너스)의 역사이며 반성해야 한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제대로 표명하고 세계유산으로 할 때 부의 역사도 제대로 알린다고 약속하면 좋을 것이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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