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이 소녀상 그림책 제작 판매…법원 "저작권 침해"
송고시간2022-04-10 07:25
"소녀상은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1천300만원 배상 판결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평화의 소녀상' 원작자가 소녀상을 주제로 그림책을 만들어 무단 판매한 출판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승소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1부(권오석 부장판사)는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출판 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정지 및 손해배상 소송을 최근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A사는 2015년 김씨 부부의 동의 없이 소녀상을 주제로 한 그림책을 제작해 판매했다. 김씨 부부는 A사에 저작권 침해라며 항의했다. 양측이 '서적을 절판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에 합의하면서 책은 절판됐다.
하지만 A사는 2020년 1월 또다시 개정판을 출판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절판된 것을 포함하면 해당 서적은 권당 1만3천∼1만4천원에 총 8천여권이 팔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 부부는 지난해 2월 무단 판매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A사를 상대로 총 6천여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원고가 피고의 저작재산권을 침해해 손해가 발생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A사가 김씨 부부에게 1천3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서적 폐기와 함께 향후 출판·판매 등의 금지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소녀상이 "표현 요소들이 제작 의도에 따라 선택, 배열, 조합됨으로써 전체적으로 어우러져 다른 조형물과 구별되는 특징이나 개성이 있다"며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되는 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어 해당 책 속 그림은 조각품인 소녀상을 그림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고, 구성 요소들의 배치와 표현 방식이 유사하다며 저작권 침해가 맞다고 판단했다.
A사는 재판에서 "소녀상의 보편적 인권과 공익적 가치를 고려하면 공정이용의 관점에서 출판이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A사가 책을 유료로 판매해 이익을 얻은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익적 가치를 오직 저작권자만 독점적으로 향유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저작권법의 목적에 반한다고 할 수 있으나, 이런 가치를 상업적·영리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해당 서적의 판매로 A사가 얻은 이익이 크지 않고, 소녀상의 원작자가 이미 김씨 부부로 널리 알려진 점 등을 고려해 배상금을 1천300만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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