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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봉쇄] ③ 흔들리는 시진핑 '제로 코로나 신화'

송고시간2022-04-09 14:02

"중국도 문 열기 시작해야"…의문 품기 시작한 중국인들

보건·민생 위기에 장기집권 선포식 앞두고 큰 도전 직면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우한 방문한 시진핑 주석
2020년 코로나 사태 때 우한 방문한 시진핑 주석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중국의 '제로 코로나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조기 발견이 어려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의 '방역 만리장성'을 넘어 '경제수도'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전역에서 3월 이후에만 코로나19 감염자가 약 20만명이나 발생했다.

올가을 제20차 당 대회를 장기 집권 시대를 열 '대관식'으로 삼으려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큰 도전에 직면했다.

2020년 우한 사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국가가 시민을 압도하는 사회주의 체제 특성을 십분 활용해 코로나19 확산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통제해왔다.

우한 사태 후에도 일부 도시에서 국지적으로 코로나19 확산이 나타났지만 도시 봉쇄 등 강력한 처방을 통해 대체로 하루 신규 감염자 규모를 최대 수백명 이내에서 통제하면서 '역동적인 제로 코로나'를 유지할 수 있었다.

비록 '외부 세계'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따가웠지만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가 팬데믹 위기에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공간을 창출해냈다는 선전이 효과적으로 먹혔다.

실제로 지난 2년여간 중국은 세계 주요 국가와 비교해 압도적으로 낮은 인구 대비 코로나 감염률을 기록했다. 팬데믹 기간 받은 경제 충격도 다른 나라보다 약했다.

하지만 3월부터 오미크론 감염 파도가 닥치면서 중국이 지난 2년여 동안 유지해온 '제로 코로나 평화'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

변화의 근본 원인은 '방역 장벽'이 오미크론 변이에는 효과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하이의 이번 감염 파도는 한 입국자 격리 전용 호텔에서 일하는 방역 요원에서 시작됐다. 오미크론 변이가 중국이 세운 '방역 만리장성'을 무력화한 것이다.

우한 사태 이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염 폭발 사태에 직면하면서 비록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 중국인들도 자국이 다시 제로 코로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있는 것인지, 그렇게 되더라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경제 사회적 대가를 치르고 그렇게 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그간 절대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지지했던 중국인들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상하이 한 주민은 연합뉴스에 "미국 등 세계 많은 나라는 코로나19를 겪고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고 있는데 중국만 계속 벽을 치고 고립되고 있다"며 "중국이 결국 어느 시점에는 문을 열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 여러 나라가 이미 '위드 코로나'를 통해 일상생활 회복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양상도 이런 의문에 한몫한다.

특히 일일 신규 감염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선 상하이시는 제로 코로나 원칙에 기반한 강력한 감염자 및 밀접 접촉자 격리 정책에 대한 주민들이 반감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 감염자 나와 봉쇄된 상하이의 한 아파트 입구
코로나 감염자 나와 봉쇄된 상하이의 한 아파트 입구

[촬영 차대운]

3월 이후 상하이에서 컨벤션센터·체육관 등을 개조해 만든 격리시설로 보내진 사람은 감염자 15만명에 밀접 접촉자, 2차 밀접 접촉자까지 더해 3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일부 시민들은 격리시설로 가도 적절한 치료를 받기는커녕 집보다 훨씬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장기간 지내야 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경증 환자나 밀접 접촉자들이 자가격리를 할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다.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이 쉽게 정당화되는 중국에서 2천500만에 달하는 상하이 시민이 '거대한 소수'가 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모순이다.

한 누리꾼은 "무증상 감염자나 경증 환자를 왜 집중 격리해야 하는가, 이것은 델타 변이가 아니라 오미크론 변이"라면서 격리 정책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강경 태도를 보인다. 물론 중국의 주류 여론도 아직은 절대적으로 '제로 코로나'를 지지한다. 인터넷에서는 코로나 감염 폭발이라는 '사고'를 친 상하이를 비난하는 여론이 거세다.

중국에서 '정밀 방역'이라는 소수 의견을 꾸준히 주장해온 상하이의 의사 장원훙은 '미국의 스파이'라는 원색적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 방역 담당 부총리이자 공산당 정치국원인 쑨춘란은 최근 상하이를 방문해 "주저하지 않고, 확고하게 제로 코로나를 유지한다"고 독려했다.

무엇보다 시 주석이 2020년 우한 사태를 극복하고 제로 코로나 원칙을 바탕으로 '안전한 중국'을 만들었다는 서사를 만들어낸 뒤 이를 자신의 최대 업적 중 하나로 삼아왔기에 중국이 스스로의 선택이 아닌 외부 충격으로 제로 코로나 원칙을 포기하기 어려운 구조다.

상하이시 공산당 위원회는 지난 6일 밤 30여만 당원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잡음을 없애고 파괴 행위에 대해 우리의 검을 보여줘야 한다"며 "전염병과의 싸움에 대한 전반적인 상황을 폄훼하고 방해하는 모든 종류의 행위에 맞서 싸워라"고 했다.

상하이시 당 위원회가 이 같은 입장을 표명한 것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근간으로 한 봉쇄 장기화 속에서 쌓이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이 지닌 휘발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외교 소식통은 "중국이 상하이에서 정밀 방역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방역 실험을 해 보았지만 감염자 폭증에 놀라 다시 강력한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으로 돌아갔다"며 "중국이 오미크론 변이보다 더욱 약한 변이 출현, 치료제 광범위한 보급 등의 조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기회를 보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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