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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위협 속 'CVID·확장억제' 꺼내든 尹측…대북기조 변화예고(종합2보)

송고시간2022-04-05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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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협의 대표단이 대화보다 억지·압박에 무게를 실으며 대북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박진 대표단장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과 협의한 후 양국이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역할을 못 했던 확장 억제를 위한 협의체를 재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다"고 밝혔다.

2018년 남북·북미간 협상이 진행되면서 가동이 잠정 중단됐던 한미 외교·국방 당국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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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압박에 무게두며 '강력 대응' 의지 과시…인수위 "완전한 비핵화, 검증 반드시 선행"

인수위 "새정부서 CVID 용어사용 특별한 계획 없어" 확대해석은 경계

미국 국무부 부장관 만난 박진 대표단장
미국 국무부 부장관 만난 박진 대표단장

(워싱턴=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한미 정책협의 대표단 박진 단장(왼쪽 여섯 번째)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서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왼쪽 일곱 번째)과 한반도 안보 현안을 논의한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2.4.5
[국무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김효정 기자 =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협의 대표단이 대화보다 억지·압박에 무게를 실으며 대북 기조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한미 확장억제 협의체 재가동에 미국과 공감했다고 밝히고,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한동안 잘 등장하지 않았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표현을 사용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단호한 대응 원칙을 재천명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진 대표단장은 4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미 국무부 2인자인 웬디 셔먼 부장관과 협의한 후 양국이 "지난 몇 년 동안 제대로 역할을 못 했던 확장 억제를 위한 협의체를 재가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8년 남북·북미간 협상이 진행되면서 가동이 잠정 중단됐던 한미 외교·국방 당국의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재개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EDSCG가 재가동되면 여기에서 한반도 위기 고조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미국 전략자산의 상시 순환배치 또는 전개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방부도 이런 방안을 지난달 22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 전략자산 전개 등을 통해 한미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강화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표단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통해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전을 구현한다는 당선인의 대북 정책 비전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는 기회를 가졌고 미국 측도 이에 공감을 했다"고도 말했다.

'CVID'라는 용어를 북한 비핵화 목표로 다시 꺼내든 것 역시 주목된다.

북한은 자신들에게 검증이라는 '문턱'과 되돌릴 수 없는 핵폐기라는 고강도 목표를 요구하는 CVID에 전통적으로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문재인·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D)'라는 표현을 담는 등 한미도 최근 CVID 개념을 잘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고 핵실험 재개 준비 징후를 보이는 등 한반도 긴장을 고조하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 측은 가장 강력한 수준의 비핵화 목표라고 할 수 있는 'CVID'를 꺼내든 것이다.

북한은 3일과 이날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두 차례 담화에서 자신들을 '핵보유국'으로 지칭하고 유사시 핵사용 의지까지 밝히면서 위협 수위를 한층 높였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을 찾은 윤 당선인 측은 북한이 검증 등을 통해 확실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부터 밝혀 온 대북 기조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 폐기 조치가 이행될 때 이에 상응하는 대북 제재 완화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검증이 선행돼야 하며 이 점에 있어서는 미국도 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 관계자는 "새 정부에서 'CVID' 용어를 특별히 사용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 용어 사용에 대한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실제로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도 좀 더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국무부가 발표한 대표단과 셔먼 부장관 면담 보도자료는 "미국의 한국 방위 약속은 여전히 철통같다"는 표현을 담았지만 EDSCG 재가동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또 북한과 진지하고 일관된 외교에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액면상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대북 정책을 반복한 것이다.

전략자산 전개나 'CVID' 용어 사용에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점을 고려해 바이든 행정부가 신중한 상황 관리를 우선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한미일 협력과 한일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인도태평양 조정관)는 등 미측 당국자들의 발언을 볼 때 미국의 주관심사는 한미일 공조 강화를 통한 중국 견제에 있을 수도 있다.

당선인 측과 미국은 대북공조 방향을 재설정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곧 서울을 방문해 현 정부뿐만 아니라 인수위팀과도 논의할 것이라고 이날 밝혀 조만간 후속 협의가 예상된다. 김 대표는 이달 후반께 방한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날 김 대표와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워싱턴에서 협의를 하고,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이번 주 나토(NATO) 외교장관회의에서 만날 것으로 보여 현 정부와 차기 정부가 미국과 연쇄 조율에 나서는 셈이 된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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