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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아침에 먹을 걸 살 수 있느냐가 그날의 심리상태 결정"

송고시간2022-03-30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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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점심시간, 코로나19 확산에 '순환식 봉쇄'가 진행 중인 중국 상하이 창닝구의 한 중소형 슈퍼마켓 앞에는 수십 미터 길이의 대기 줄이 생겨 있었다.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한 도시가 된 상하이 시민들이 너도나도 '공황 구매'에 나서면서 최근 상하이의 대부분 슈퍼마켓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시민 저우 씨는 "매일 아침 먹을 것을 살 수 있는지가 그날의 심리 상태가 결정되고, 뭘 샀는지가 그날의 영양 성분이 결정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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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도 고기도 없다…봉쇄가 부른 상하이 식료품 '공황 구매'

'봉쇄 없다'던 약속 깨져 더욱 커진 불안

'코로나 순환봉쇄' 상하이 슈퍼마켓의 텅 빈 야채 매대
'코로나 순환봉쇄' 상하이 슈퍼마켓의 텅 빈 야채 매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30일 코로나19 확산 탓에 순환식 봉쇄를 진행 중인 중국 상하이시의 한 슈퍼마켓 야채과일 매대가 텅 비어 있다. 2022.3.30 cha@yna.co.kr

(상하이·선양=연합뉴스) 차대운 박종국 특파원 = 30일 점심시간, 코로나19 확산에 '순환식 봉쇄'가 진행 중인 중국 상하이 창닝구의 한 중소형 슈퍼마켓 앞에는 수십 미터 길이의 대기 줄이 생겨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슈퍼마켓 입구에 선 직원은 장을 보고 나가는 고객 수만큼만 새 고객들을 입장시키고 있었다. 10여분을 기다려 매장에 들어갔지만 이미 많은 사람이 휩쓸고 지나간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은 많지 않았다.

'여기 신선한 야채와 과일이 있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붙은 야채·과일 매대엔 구멍 난 팩에 담긴 배 두 개를 빼곤 아무것도 없었다.

옆 고기 매대 역시 대부분 공간이 비어 중국인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돼지고기는 다 팔렸고, 소고기와 닭고기만 조금 남았다.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가장 심각한 도시가 된 상하이 시민들이 너도나도 '공황 구매'에 나서면서 최근 상하이의 대부분 슈퍼마켓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전날 상하이에서 새로 발견된 코로나19 감염자는 5천982명. 2020년 우한 사태 이후 중국의 한 도시에서 이렇게 많은 신규 감염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시민 저우 씨는 "매일 아침 먹을 것을 살 수 있는지가 그날의 심리 상태가 결정되고, 뭘 샀는지가 그날의 영양 성분이 결정된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늘고 있었지만 비교적 차분하던 상하이에서 공황 구매 현상이 촉발된 것은 지난 27일 밤 도시 봉쇄가 전격 발표되면서다.

상하이시 정부가 하루 신규 감염자 수가 1천명을 넘어선 상황에서도 감염자가 발견된 지역을 중심으로 한 '정밀 방역' 고수 의지를 밝히면서 '도시 봉쇄'는 없다는 입장을 공공연히 밝혔다.

슈퍼서 자취를 감춘 돼지고기
슈퍼서 자취를 감춘 돼지고기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30일 코로나19 확산 탓에 순환식 봉쇄를 진행 중인 중국 상하이시의 한 슈퍼마켓 고기 코너가 거의 비어 있다. 돼지고기 상품은 매진됐고 소고기 등 일부 제품만 남아 있다. 2022.3.30 cha@yna.co.kr

그런데 일요일인 지난 27일 밤 10시가 넘은 심야에 다음날 새벽부터 8일간 상하이를 동·서로 절반씩 나눠 순환식 도시 봉쇄를 단행한다는 긴급 발표가 나왔다.

발표 직후, 푸동(浦東) 지역에서는 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문을 연 슈퍼마켓으로 달려가면서 일대 혼란이 벌어졌다.

이번 순환식 봉쇄는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4일간은 황푸강 동편의 푸둥 지역에서, 내달 1일부터 4일까지 4일간은 황푸강 서편의 푸시(浦西) 지역에서 각각 진행되는데 푸둥 지역의 경우 발표 바로 몇 시간 뒤부터 봉쇄가 시작됐다.

전면 봉쇄는 없다는 시 당국의 약속을 믿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미리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시민들은 당장 곤란한 처지가 됐다.

이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달 1일부터 봉쇄가 시작되는 푸시 지역 주민들은 연일 슈퍼마켓으로 향해 식료품 등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

사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오프라인 슈퍼마켓인 허마셴성이나 근거리 청과물 구매·배송 서비스인 딩둥마이차이 등 스마트폰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신선한 식자재를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이 여럿 있다. 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면서 이들 플랫폼은 거의 마비 상태다.

하루 배송 가능 물량이 제한되다 보니 허마셴성에서는 매일 예약 접수가 시작되는 오전 7시에 '클릭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거의 시작과 동시에 '구매 불가' 안내가 뜨기 때문에 평소 단골손님들도 이젠 이용을 완전히 포기한 이들이 많다.

먼저 4일간 격리 중인 푸둥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큰 상태다.

푸둥신구의 한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야오 씨는 봉쇄 발표 전부터 '밀접접촉자의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생활을 해 왔기에 봉쇄 발표 소식을 듣고 인근 슈퍼조차 가지 못한 처지다.

그는 "자가격리로 집에서 아예 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며 "다행히 집에 먹을 것이 어느 정도는 있었다"고 말했다.

상하이 시민들의 공황 구매는 '정부가 식료품을 충분히 공급할 것이니 사재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선전 중인 당국에 대한 불신을 반영하는 셈이다.

전염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의 유입을 계기로 3월부터 중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 중인 가운데 봉쇄가 장기화한 지린성 등을 중심으로 당국의 민생 대책에 관한 불만도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지린성의 중심 도시인 창춘시의 경우 봉쇄가 이미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시 당국은 주민들을 기본적으로 집에 머무르게 한 뒤 식자재와 의약품 등을 전달하는 체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배송 인력 부족으로 물품 전달이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창춘시가 감염자가 발견된 식료품 도매시장 3곳을 모두 폐쇄하자 온라인에서 주민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선포할 중대 정치 행사인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민심 관리에 전력하는 창춘시 정부는 29일 "도매시장 폐쇄, 방역과 보급 인력 부족으로 식료품 공급에 문제가 생겼다"고 공개 사과하며 성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상하이 슈퍼마켓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는 상하이 슈퍼마켓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30일 코로나19 확산 탓에 순환식 봉쇄를 진행 중인 중국 상하이시의 한 슈퍼마켓 앞에 고객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2022.3.30 cha@yna.co.kr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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