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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첫 직권재심 40명·특별재심 33명 모두 무죄(종합2보)

송고시간2022-03-2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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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줄 요약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직권재심과 특별재심이 가능해진 뒤 열린 첫 공판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지법 형사4-1부(4·3재심 전담재판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옥살이한 고(故) 고학남 씨 등 20명의 직권재심 사건 첫 재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광주고검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직권재심수행단)은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기 직전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고씨 등 20명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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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공소사실 입증할 증거 없다", 검찰 "피해자·유족께 사과와 위로"

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희생자·유족 재심 청구 가능해져

(제주=연합뉴스) 백나용 기자 =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하 제주4·3특별법) 전면 개정으로 희생자들에 대한 직권재심과 특별재심이 가능해진 뒤 열린 첫 공판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수형인들이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제주4·3 특별재심 '전원 무죄'
제주4·3 특별재심 '전원 무죄'

(제주=연합뉴스) 29일 제주지법에서 열린 4·3 당시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옥살이를 했던 생존희생자 고태명(90)씨 등 33명에 대한 특별재심 공판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되자 청구인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2022.3.29 [제주도사진기자회] atoz@yna.co.kr

제주지법 형사4-1부(4·3재심 전담재판부·장찬수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내란죄와 국방경비법 위반 등으로 옥살이한 고(故) 고학남 씨 등 20명의 직권재심 사건 첫 재판을 열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광주고검 소속 제주4·3사건 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직권재심수행단)은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기 직전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고씨 등 20명에 대해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 측은 "군법회의로 처벌을 받은 피고인들이 내란죄와 국방경비법을 위반했다는 증거가 없고, 국가공권력의 이름으로 자행됐던 잘못을 바로잡고 희생자의 명예 회복과 함께 유족들의 아픔이 위로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면서 재판부에 무죄 선고를 요청했다.

긴장감 감도는 4·3 직권재심 법정
긴장감 감도는 4·3 직권재심 법정

(제주=연합뉴스) 4·3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첫 공판이 진행된 29일 오전 4·3 희생자 유족들로 가득 찬 제주지법 201호 법정 안에 긴장감이 가득 돌고 있다. 2022.3.29 [제주도사진기자회] dragon.me@yna.co.kr

재판부는 이에 특수한 사항을 고려해 검찰 구형 후 이례적으로 곧바로 고씨 등 20명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곧이어 두 번째로 직권재심이 청구된 고(故) 김경곤 씨 등 수형인 20명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 측은 앞선 재판에서와 같은 이유로 무죄를 구형했고, 재판부는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4·3 희생자에 대한 첫 번째 특별재심도 열렸다.

직권재심수행단은 고태명(90) 씨 등 33명에 대한 특별재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에 전원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날 재판의 피고 33명 가운데 고씨는 유일한 생존자다. 피고 중에는 해방 이후 미군정 시기 미군이 판사로 참여한 이른바 '군정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피해자도 1명 포함됐다.

검찰은 "지난 70여 년간 계속된 4·3 희생자와 유족의 고통에 깊이 공감하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발언하는 4·3 희생자 유족
발언하는 4·3 희생자 유족

(제주=연합뉴스) 4·3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두 번째 공판이 진행된 29일 오전 4·3 희생자 유족이 법정 안에서 무죄 선고를 받고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2.3.29 [제주도사진기자회] dragon.me@yna.co.kr

재판부는 5분간 휴정 후 재판을 재개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피고인들에 대해 각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삶이 소중함에도 피고인들은 영문도 모른 채 극심한 이념대립으로 목숨을 빼앗겼다"며 "그들은 현재 사는 이들에게 말하고 있다. 당신은 설워할 봄이라도 있었겠지만…."이라며 허영선 시인의 시구절로 재판 소회를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굳이 이 시를 언급한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가 4·3을 잊지 말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짐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올해 초 4·3특별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특별법 제14조에 따라 4·3 희생자로 결정되기만 하면 피해 당사자 또는 유족은 형사소송법상 재심사유와 관계없이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특별한 재심이다.

또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고등군법회의 명령서에 기재된 희생자들에 대해서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검찰이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직권재심 업무를 위해 광주고검 산하 직권재심수행단이 설치됐다.

긴장감 감도는 4·3 직권재심 법정
긴장감 감도는 4·3 직권재심 법정

(제주=연합뉴스) 4·3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첫 공판이 진행된 29일 오전 4·3 희생자 유족들로 가득 찬 제주지법 201호 법정 안에 긴장감이 가득 돌고 있다. 2022.3.29 [제주도사진기자회] dragon.me@yna.co.kr

이날 재판에 출석한 유일한 생존자 고태명(90) 씨는 "중학교 1학년 때 야학했다고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 억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무죄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눈물을 삼켰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직권재심 공판이 이뤄진 4·3 수형인 전원에게 무죄가 내려졌다. 역사적 순간"이라며 "이번 재판을 계기로 앞으로 남은 수형인 2천400여 명에 대한 직권재심도 조속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4·3 관련 특별재심을 청구한 희생자는 47명으로, 이 가운데 이날 33명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희생자 14명은 지난 10일 검찰이 법원의 특별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법리 오해와 절차적 정당성 확보를 이유로 항고해 재심이 미뤄졌다.

군법회의 명령서에 기재된 직권재심 희생자는 모두 2천530명이다. 이에 따라 이날 무죄를 선고받은 40명과 4·3특별법 개정 이전 일반재판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368명을 제외한 2천122명에 대해 직권재심이 이뤄질 예정이다.

dragon.m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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