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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도, 중·러도 '러브콜'…우크라 사태로 몸값 높아진 인도

송고시간2022-03-2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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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해온 인도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견지해온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할수록 균형추로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양측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인 시점에 열린 일본-인도 정상회담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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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대립 격화에도 균형외교 추구…러시아 규탄 표결도 기권

日 총리 이어 中 외교부장도 인도행…"주요국 고위급 방문 러시"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우크라이나 사태를 놓고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해온 인도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기시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모디 인도 총리(왼쪽)와 기시다 일본 총리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안보 협의체) 회원국이지만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가 창설한 상하이협력기구(SCO)의 멤버이기도 하다.

전통적으로 비동맹 외교 노선을 견지해온 인도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싸고 서방과 러시아의 대립이 격화할수록 균형추로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양측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 친러 행보 인도 비난 자제하는 쿼드…"中 견제 위해 인도 필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달 19∼20일(이하 현지시간) 인도를 찾아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기시다 총리가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해외 방문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 일본 총리의 인도 방문은 4년 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창인 시점에 열린 일본-인도 정상회담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양국은 모두 쿼드 회원국이지만 유독 인도는 다른 회원국들과 달리 대(對)러시아 제재나 규탄에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인도는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 때부터 어느 진영에도 치우치지 않는 이른바 비동맹 외교를 표방해왔다. 냉전 시기 소련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고 그런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달 2일 유엔 긴급특별총회에서 채택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및 철군 요구 결의안 표결에도 참여하지 않고 기권했다.

최근에는 국영 인도석유공사(IOC)와 힌두스탄석유공사(HPCL)가 미국의 금수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러시아로부터 각각 300만 배럴과 200만 배럴의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수입하기로 했다. 인도는 세계 3위의 원유 수입국이다.

인도는 특히 제재를 피하려고 달러화 대신 양국 화폐인 루피화와 루블화로 거래하는 방안도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러시아에 탈출구를 열어주는 인도의 이런 행보가 마뜩잖지만 공개적인 비판은 자제하는 분위기다.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도 벅찬데 쿼드 회원국인 인도마저 돌아설 경우 외교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일라이 라트너 미국 국방부 인도태평양안보차관보는 최근 미 의회에서 "인도는 복잡한 역사를 갖고 있으며 무기의 대부분을 러시아로부터 사들였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인도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화상회담 하는 호주-인도 정상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상회담 하는 호주-인도 정상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과 함께 러시아 제재에 앞장서고 있는 호주의 스콧 모리슨 총리도 이달 21일 모디 총리와의 화상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이슈와 관련한 인도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쿼드 회원국 간 불협화음이 노출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받아들여졌다.

기시다 총리와 모디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도 우크라이나 사태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지만 회담 뒤 발표한 공동 성명에는 러시아에 대한 비난이 담기지 않았다고 일본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인도 정부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두 정상은 공동 성명에서 "모든 나라가 무력에 따른 위협과 무력 행사, 일방적인 현상 변경을 시도하지 말고 국제법에 따라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은 기시다 총리가 모디 총리에게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더욱 분명한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지만 공동 성명에는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3일 "쿼드 회원국들이 러시아에 대해 경제적 지원을 하는 인도의 행동을 묵인하는 것은 러시아가 중국과 가까워지는 것을 막고 지역 안보 체제 내에서 인도의 입장을 관리하려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희망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 "쿼드도, 중국도, 러시아도 인도 환심 사려 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도의 지정학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오랜 라이벌 관계이던 중국도 인도의 환심을 사려는 대열에 합류했다.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5일 뉴델리를 방문해 S.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회담을 했다. 이번 방문은 2020년 6월 양국 간 국경충돌 사건 이후 중국 측 최고위급 인사의 인도 방문이다.

중국과 인도는 껄끄러운 관계지만 이달 초 유엔긴급총회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나란히 기권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거의 내지 않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왕 부장과 자이샨카르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국경 문제와 함께 우크라이나 사태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왕 부장의 이번 방문이 쿼드의 가장 약한 고리인 인도를 공략하기 위한 행보라고 분석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왕이 중국 외교부장 [신화=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이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는 도끼눈을 뜨고 견제하고 있지만 쿼드 회원국인 인도의 러시아 지원에는 사실상 눈을 감고 있는데 착안해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것이다.

인도의 군 관계자는 SCMP에 "뉴델리는 이번 (우크라이나)전쟁으로 미국의 초점이 인도·태평양에서 유럽으로 기울었을 수 있다고 본다"며 "중국과의 이런 대화(왕이 인도 방문)는 변화된 현실에 대처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올해 중국에서 개최할 예정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정상회담도 중국이 인도를 공략하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달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올해 브릭스 의장국으로 14차 브릭스 정상회담을 '고질량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발전 신시대를 함께 창조하자'는 주제로 주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브릭스 5개국은 이미 러시아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총회 결의안에서 친러시아 행보를 보였다. 중국·인도·남아공이 기권했고 브라질만 찬성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 의장국인 중국이 왕 부장을 인도로 보내 자이샨카르 장관, 아지트 도발 국가안보보좌관 등 인도 정부 고위 관계자들과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조율한 것은 인도와의 협력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CNBC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4주째로 접어들면서 뉴델리는 전 세계 주요국에서 온 고위급 인사들로 방문 러시를 이루고 있다"며 "쿼드도, 중국도, 러시아도 중심축 역할을 하는 인도의 환심을 사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passi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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