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중앙은행 총재 자리 봐뒀는데"…임기 연장된 나토 수장
송고시간2022-03-25 07:00
노르웨이 총리 출신 스톨텐베르그…"폭풍우 닥쳤는데 선장 바꿀 수 없어"
(파리=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 최근 몇 달간 세계 어느 국가 정상보다도 더 빈번히 뉴스의 주인공이 되고 있는 옌스 스톨텐베르그(63)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오는 9월 말로 끝날 예정이었던 임기를 1년 연장하기로 했다.
1949년 옛소련의 위협에 맞서 북미와 유럽 자유 진영의 집단안보 기구로 출범한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창설 73년 만에 최대의 도전을 맞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마다 처지와 이해관계가 다른 30개 회원국을 결집해 위상과 역할을 재정립하고 러시아의 위협으로 야기된 위기의 극복 방안을 강구하는 어려운 과제가 나토 앞에 놓여 있다. 이의 성패는 상당 부분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비전과 지도력, 조정 능력에 달려 있다.
나토 사무총장은 군사 직책이 아니며 행정직 또는 외교직에 가깝다. 나토에 따르면 사무총장은 민간조직과 군사조직으로 이원화된 나토의 민간조직 수장으로서 나토의 각종 협의와 의사결정을 조율하며 결정 사항을 집행할 책임을 진다.
나토 사무총장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3대 역할은 나토의 의사결정 기구인 주요 위원회들의 의장, 나토의 수석 대변인, 국제 사무요원들의 수장 등이다.
스톨텐베르그 의장은 특히 나토의 수석 대변인으로서 러시아의 침공 이전에는 국제사회에 위협을 널리 알리고 러시아에 침략의 후과를 경고했다. 개전 이후에는 동유럽 회원국들의 방위 강화 등 나토 차원의 대응책 마련을 주도하고 러시아의 민간인 살상과 불법 무기 사용 등에 관한 책임을 묻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표명했다.
나토 사무총장은 회원국들의 총의로 유럽 출신 가운데서 선출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와 달리 나토의 군사 최고직인 유럽최고사령관은 보통 미국 출신이다.
나토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며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나토와 당사자의 협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 지난 2014년 임기를 시작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한 차례 임기를 연장해 8년간 재임하고 있다.
그는 재임 중 러시아와 중국이 새로운 안보 위협으로 대두하는 상황에서 나토에 필요한 개혁을 성공적으로 시행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동맹 경시 기조에 따라 흔들리던 회원국 간 단합을 유지하는 데도 중심적인 역할을 해냈다.
그는 9월 말 퇴임 후 모국인 노르웨이의 중앙은행 총재로 일하기로 하고 모든 절차를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유럽에서 벌어진 주요 국가 간 전면전이라는 위기 상황을 맞아 나토는 그간의 활동을 통해 능력이 검증된 사무총장에게 다시 직무를 맡기기로 한 것이다.
앞서 그의 임기 연장 가능성을 보도했던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나토 회원국 주요 인사들이 한결같이 이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그중 한 명인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이 신문에 "폭풍우의 한가운데서 선장을 바꾸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퇴임 후 중앙은행 총재라는 직책을 맡기로 했던 데서 알 수 있듯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대학 시절 전공은 경제학이며 사회에 진출한 이후 초기의 경력을 쌓은 곳도 경제 분야였다.
1959년 노르웨이 오슬로의 정치 명문가에서 태어난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오슬로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졸업 후 통계청 관리, 오슬로대학 강사 등으로 활동하다 1993년 오슬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정계 입문 이후에는 재무부 장관을 거쳐 두 차례 총리를 지냈고 총선 패배로 총리직을 내준 뒤에는 유엔 기후변화 특사로 있다가 나토 사무총장이 됐다.
세계 최대의 안보 기구 수장인데도 군 경력은 징병제를 택한 노르웨이에서 의무 복무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소속 정당은 중도좌파 성향의 노동당이지만 청소년 시절에는 마르크스주의자였던 누나의 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때 옛소련 첩보기구인 KGB 요원과 접촉했다는 설도 나돌았다.
지난 2015년에는 한 노동당 행사에서 그가 과거 베트남전 반대 시위에 참여했을 때 동료들과 함께 나토에 반대하는 노래를 불렀다고 털어놨다는 언론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cwhy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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