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재 발맞추며 반러 대열 동참…전문가 "전략적 모호성 어려워"
중국이 러시아 지원하면 미중 간 선택 순간 앞당겨질 수도
![[우크라 침공] '중견국협의체' 믹타 외교장관회의…러시아 강력 규탄](http://img7.yna.co.kr/photo/yna/YH/2022/03/07/PYH2022030722180050400_P4.jpg)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7일 화상으로 열린 '제20차 믹타(MIKTA) 외교장관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정래원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과 유럽 등 서방 대 러시아·중국의 대결 구도가 강화되면서 한국 외교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그간 정부는 각 진영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며 최대한 균형을 지키려고 했지만, 갈등이 경제·기술 분야를 넘어 전장으로까지 확대되면서 더는 '링' 밖에만 남아있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한국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서방을 향해 조심스럽게 한 발 더 다가갔다.
사태 초반에는 미국 주도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는 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후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제재 의지에 자극을 받은 듯 적극 협력 기조로 돌아섰다.
정부는 전략물자는 물론 비전략물자에 대해서도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수출통제에 나서고 러시아 중앙은행과 거래 중단을 비롯한 금융제재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한국의 반(反)러시아 대열 동참은 당초 러시아가 침공을 정당화할 명분이 사실상 없던 데다 국제사회 주류 의견도 러시아에 비판적이었다는 점에서 필연적이라는 평가가 다수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와 중국에 맞서 민주주의와 자유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을 규합하려는 상황에서 한국이 동참했다는 데 주목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23일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권위주의 체제의 부당한 행동에 대해 규칙과 규범, 가치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향후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 북한 등의 도전이 계속 있을 텐데 정부가 어떤 정체성과 원칙을 갖고 대응할 것이냐가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한국에 사는 우크라이나인들과 이에 연대하는 한국인 300여 명이 2022년 2월 27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관건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같은 대결 구도가 동북아시아로 확산할지다.
외교가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국에게 미중 간 선택을 강요하는 순간을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러시아를 사실상 옹호해온 중국이 물질적인 지원까지 할 경우 미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미국의 경고가 나오면서다.
미국은 중국이 러시아와 제재를 위반한 거래를 하거나 군사적 지원을 할 경우 중국에도 경제 제재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이 경우 미국은 유럽연합(EU)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국가들의 협조를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으로서는 매우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다.
중국은 한국 기업 수천 개가 진출한 1위 교역 대상국으로 대중국 제재가 초래할 경제적 피해는 러시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은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러시아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우크라이나에서 서방의 집결을 목격한 중국이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제어하려는 미국과 동맹의 움직임에 한층 더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동맹을 외교안보의 근간으로 삼으면서 중국과 경제협력은 이어가려는 정부 노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5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정부 외교 기조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의 외교기조인 '전략적 모호성'을 더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유와 민주, 시장경제, 법치, 인권의 핵심가치"를 공유하는 미국과 포괄적 전략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는 "상호존중에 기반한 한중관계를 구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미중 갈등 사안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며 유연성을 남겨두려고 한 문재인 정부와 달리 중국을 향해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며 미국과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케 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전략이 어려워진 가운데 한국도 가치와 국익에 따라 사안별로 대응할 수밖에 없지만 선명한 외교에도 한계는 있다고 진단한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나 현안이 이전보다 현저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면서 "다만 현실적으로 주변 강대국과 비교해 국력이 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항상 전략적 명확성을 드러내면서 가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3월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화면)과 화상 통화를 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현안을 논의하고 있다. [미국 백악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luekey@yna.co.kr
https://youtu.be/XPsWHe0eZ6E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3/23 11:3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