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좁은 침대에서 지내던 딸, 드디어 학교 가게 됐어요"
송고시간2022-03-19 09:00
강원교육청, 중증 장애 학생에게 석션 등 의료행위 지원 펼쳐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평생을 좁은 침대에서 벽과 천장을 보며 지내왔던 딸이 드디어 입학해 더 넓은 세상을 느낄 수 있어 너무 기쁩니다."
강원 동해시에 사는 주부 엄연섭(40)씨는 현실의 벽에 부딪혀 4년 동안 포기해 왔던 딸 A양의 입학이 올해 이뤄지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A양은 2011년생으로 원래라면 초등학교 5학년에 진급해야 할 나이다.
하지만 이제껏 학교에서 A양에게 필요한 의료행위를 지원해주지 못해 입학을 미루고 있었다.
A양은 중증 지체 장애로 인해 수시로 가래를 뽑지 않으면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지만, 학교에서는 이를 의료적 행위로 판단해 교사에게 지원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A씨는 수년간 미뤄온 딸의 입학 전날 책가방을 싸며 너무 기뻐 눈물이 흘렀다.
올해부터는 A양처럼 의료행위를 받지 못해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강원도 내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게 됐다.
강원도교육청은 이달 초부터 연말까지 의료적 지원이 필요한 특수교육 대상 학생 지원 사업을 도내 특수학교 3곳에서 시범 운영한다.
이는 학교에 간호사를 상주시켜 가래 흡인(석션), 위루관 등을 통한 섭식 보조, 산소 관리 등 의료행위를 장애 학생에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중증 지체·중복 장애 학생들은 이 같은 의료행위를 학교에서 지원하지 않아 입학이 어려웠다.
도 교육청은 강원도재활병원·동해 한마음병원 2곳과 업무협약을 통해 춘천동원학교와 강원명진학교, 동해해솔학교에 간호사를 1명씩 두고 의료행위를 제공하고 있다.
또 교직원·보호자의 학생 건강관리 역량을 높이기 위한 연수와 교육도 지원할 예정이다.
도 교육청의 이번 사업은 해당 장애아동 가정을 물론 학교 구성원과 병원으로부터도 호평받고 있다.
동해해솔학교에서 활동하는 최경옥 간호사는 19일 "중증 장애가 있는 학생들이 집에만 있지 않고 학교에 나와 더 많은 경험과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기쁘다"며 "올해는 시범사업이지만 앞으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희원 강원도재활병원장은 교육청과 함께 특수교육 대상 학생의 의료지원을 위한 맞춤형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장애 학생들이 학교 안에서 안전한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올해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중증 장애 학생 의료 지원을 더 많은 특수학교에 확대할 방침이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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