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산책하다 놀라지 마세요…봄은 갯지렁이 번식 철
송고시간2022-03-18 15:30
수면 가까이 올라와 수백 마리씩 떼지어 유영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해지며 한강공원에서 밤 산책을 즐기는 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생명체가 있다. 바로 갯지렁이다.
길고 흐물거리는 붉은 몸통에 지렁이를 닮은 수백 마리가 물속에서 유영하는 모습이 낯설기 때문이다.
17일 밤 서울 서초구 세빛섬 인근을 산책하던 이모(50)씨도 "처음 보는 생물이 한강 물속에서 활발하게 돌아다닌다"며 영상에 담았다.
이씨는 "길이는 10㎝에 머리나 꼬리가 보이지 않고 붉은색이었다"며 "물 밖으로 건져보면 움직이지 않았다"고 묘사했다.
SOKN 생태보전연구소장인 김명철 박사는 "이씨가 촬영한 영상 속 생물은 갯지렁이류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을 전공한 김 박사에 따르면 갯지렁이는 기수(강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곳)의 영향을 받는 벌에 산다. 갯지렁이는 한강 전역에서 발견되지만, 염수의 농도가 높아지는 하구로 갈수록 개체가 더 많아진다고 한다.
갯지렁이는 일생의 대부분을 진흙과 벌 속에서 보내는데 날이 따뜻해지는 3∼4월에 번식 활동 등을 할 목적으로 수면 가까이 올라온다.
국립생태원 관계자도 "번식을 위해 갯지렁이들이 활동하는 시기"라며 "한강 주변에 갯지렁이들이 예전에도 많이 나타났으며 유해 생물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갯지렁이는 갯벌 속에서 이동하면서 공기가 지나갈 수 있는 통로를 만들고 유기물을 먹어 치워 갯벌이 썩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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