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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honey] 동네공원 같지만 거장의 조각품들로 가득

송고시간2022-04-13 08:00

루마니아 알렉산드루 아기라의 '열림' [사진/진성철 기자]

루마니아 알렉산드루 아기라의 '열림' [사진/진성철 기자]

(서울=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반려견과 함께 가도 좋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도 상관없다. 가끔 주인 없는 길고양이와 마주쳐도 놀랄 이유가 없다. 동네 마실 복장으로 나서도, 웨딩 촬영을 위해 방문해도 어색하지 않다. 그냥 집 앞 공원인 듯하지만, 분명 여긴 괜찮은 예술 세계다.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 미국의 데니스 오펜하임 등 세계적으로 알려진 예술가의 작품들이 모인 공간. 여기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조각공원'이다.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올림픽조각공원 [사진/진성철 기자]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올림픽조각공원 [사진/진성철 기자]

올림픽공원에 가 보면 수많은 조각품이 눈에 띈다. 드넓은 공원 거의 전체가 사실상 조각공원인 까닭이다. 조각품 213점과 기념조형물 8점이 약 20만 평 대지에 흩어져 있다. 스페인, 알제리, 미국, 러시아 등 세계 66개국 예술가 155명이 참여했다. 추상미술, 신사실주의, 조각품이 움직이는 '키네틱아트'와 보잘것없는 재료들을 의도적으로 사용한 '아르테 포베라' 등 다양한 조형예술 사조가 한데 어우러져 있다. 어느덧 서른을 넘긴 조각품들은 몽촌토성, 숲, 호수, 들판 그리고 도시와 하나가 됐다.

조각공원을 산책하는 반려견 [사진/진성철 기자]

조각공원을 산책하는 반려견 [사진/진성철 기자]

◇ 하늘기둥·대화·이삭의 희생Ⅱ…레드존

스페인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의 '하늘기둥'(가운데)과 김찬식의 '사랑'(왼쪽) [사진/진성철 기자]

스페인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의 '하늘기둥'(가운데)과 김찬식의 '사랑'(왼쪽) [사진/진성철 기자]

소마미술관을 지나 대초원을 따라 걷다 보면, 잔디밭 가운데 커다란 콘크리트 기둥이 있다. 붉은 머리를 인 채 우뚝 서 있다.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의 '수난의 파사드'를 조각한 스페인의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가 '하늘 기둥'을 세웠다.

알제리 모한 아마라의 '대화' [사진/진성철 기자]

알제리 모한 아마라의 '대화' [사진/진성철 기자]

코 윗부분 머리가 잘렸다. 눈과 귀도 없다. 화강암 몸은 네 조각으로 분열됐다. 그래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귀 기울이는 듯하다. 알제리 작가 모한 아마라가 '대화'에 관한 믿음을 강조한다.

크로아티아 즈본코 론카릭의 '말 위의 산책인' [사진/진성철 기자]

크로아티아 즈본코 론카릭의 '말 위의 산책인' [사진/진성철 기자]

동심의 길에 들어서면, 크로아티아 작가 즈본코 론카릭의 '말 위의 산책인'이 바람에 몸을 흔들거리며 말 위를 걷는다. 그 옆엔 양의 머리를 하고 아래는 아이의 얼굴인 이스라엘 메나세 카디시만의 '이삭의 희생Ⅱ'이 있다. 아이는 두 팔을 힘없이 늘어뜨렸고, 주변 나무도 잎사귀를 모두 떨궜다. 작가는 수많은 사람의 희생을 낳는 전쟁을 고발한다.

이스라엘 메나세 카디시만의 '이삭의 희생Ⅱ' [사진/진성철 기자]

이스라엘 메나세 카디시만의 '이삭의 희생Ⅱ' [사진/진성철 기자]

소마미술관과 한성백제역, 대초원 인근이 레드존이다. '관계항.예감 속에서'(이우환), '빛의 진로'(이스라엘 다니 카라반), '숄을 두른 여인'(코스타리카 프란시스코 주니가) 등 조각 77개가 있다.

이스라엘 다니 카라반의 '빛의 진로' [사진/진성철 기자]

이스라엘 다니 카라반의 '빛의 진로' [사진/진성철 기자]

코스타리카 프란시스토 주니가 '숄을 두른 여인' [사진/진성철 기자]

코스타리카 프란시스토 주니가 '숄을 두른 여인' [사진/진성철 기자]

◇ 엄지손가락·위장지·서울.산소20…블루존

블루존 프랑스 세자르 발다치니의 '엄지손가락'과 옐로우존 이탈리아 마우로 스타치올리의 '88 서울올림픽'(오른쪽) [사진/진성철 기자]

블루존 프랑스 세자르 발다치니의 '엄지손가락'과 옐로우존 이탈리아 마우로 스타치올리의 '88 서울올림픽'(오른쪽) [사진/진성철 기자]

올림픽공원역 3번 출구에서 만남의 광장으로 나오면, 프랑스 조각가 세자르 발다치니의 커다란 '엄지손가락'이 서 있다. 나무와 유리, 강철바퀴, 드럼통, 콘크리트가 난해하게 뒤섞인 '위장지'도 보인다. 한국에 여러 조각품을 설치한 미국 데니스 오펜하임의 작품이다.

미국 데니스 오펜하임의 '위장지' [사진/진성철 기자]

미국 데니스 오펜하임의 '위장지' [사진/진성철 기자]

조각의 숲을 산책하면, 쇠로 된 벽 앞에 녹슨 산소통 10여 개가 늘어 서 있다. 일본 사부로 무라오카의 '서울.산소20'이다. 코로나 시대를 살며 마스크를 끼고 사는 우리에게 필요한 게 산소통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사부로 무라오카의 '서울.산소 20' [사진/진성철 기자]

일본 사부로 무라오카의 '서울.산소 20' [사진/진성철 기자]

'왕좌의 게임'을 연상케 하는 옥좌와 권력을 상징하는 삼각 테이블이 있는 작품은 이탈리아 우라노 팔마의 '보르헤스를 기다리며'다.
블루존에는 '어린 날의 추억'(쿠바 마리아 브리토 아베야나), '달리는 사람들'(러시아 라자르 가다에프) 등 63개 작품이 올림픽홀, K-아트홀, 조각의 숲 주변에 산재했다.

쿠바 마리아 브리토 아베야나의 '어린 날의 추억' [사진/진성철 기자]

쿠바 마리아 브리토 아베야나의 '어린 날의 추억' [사진/진성철 기자]

◇ 용의 공간·개의 세계…옐로존

폴란드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의 '용의 공간' [사진/진성철 기자]

폴란드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의 '용의 공간' [사진/진성철 기자]

88마당에서 볼 수 있는 폴란드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의 '용의 공간'은 인상적이다. 특히 작품명을 보고 청동색의 용 머리들을 보면 판타지 세상 같다. 상상 속의 용 머리들이 땅에서 불쑥 튀어나온 듯 잔디밭에 배치됐다.

네덜란드 마크 브뤼스의 '개의 세계' [사진/진성철 기자]

네덜란드 마크 브뤼스의 '개의 세계' [사진/진성철 기자]

네덜란드 마크 브뤼스가 만든 '개의 세계'는 정겹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한 마리 개가 계단 아래 앉아 있다. 만약 개가 높은 계단을 오른다면, 더 높은 벽 위에 난 창문으로 맞은편 자신의 집을 볼 수 있다. 집과 벽은 굶은 쇠사슬로 묶였다. 개의 세계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이들이 자주 보인다. 경기장들 주변인 옐로존에서는 조각작품 16개를 찾을 수 있다.

◇ '무한에 이르기까지의 여정' 그린존과 '세계평화의 문' 블랙존

독일 귄터 위커의 '칼 조각' [사진/진성철 기자]

독일 귄터 위커의 '칼 조각' [사진/진성철 기자]

88호숫가엔 나무 기둥들 가운데 돌이 매달려 있다. 기둥 아래를 응시하면 '칼 조각'이 땅을 찌르고 있다. 독일 작가 귄터 위커는 인간이 대지와 자연을 위협하는 현대 상황을 표현했다. 일본 신타로 타나카의 '무한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은 호수를 향해 안테나를 뻗었고, 스스무 싱구의 '날갯짓'은 호수 안에서 바람에 빙글빙글 돌아간다. 그린존 예술작품들이다.

일본 신타로 타나카의 '무한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오른쪽)과 스스무 싱구의 '날개짓'(호수 안) [사진/진성철 기자]

일본 신타로 타나카의 '무한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오른쪽)과 스스무 싱구의 '날개짓'(호수 안) [사진/진성철 기자]

씨메트리 작품들로 이름난 문신의 '올림픽-1988', 88서울 올림픽을 상징하는 김중업의 '세계 평화의 문'과 최만린과 호세 마리아 수비라치가 협업한 '올림픽 운동 조형물-서울의 만남'은 블랙존에 있다.

김중업의 '세계 평화의 문' [사진/진성철 기자]

김중업의 '세계 평화의 문' [사진/진성철 기자]

◇ 백남준 아트홀과 소마미술관

소마미술관 백남준 비디오아트홀의 작품 '금관'(왼쪽)과 '메가트론'(가운데) [사진/진성철 기자]

소마미술관 백남준 비디오아트홀의 작품 '금관'(왼쪽)과 '메가트론'(가운데) [사진/진성철 기자]

올림픽조각공원의 전체 조각품들은 소마미술관에서 관리한다. 소마미술관에는 백남준 비디오아트 홀이 상설특화전시장으로 마련돼 있다. 아트홀 안에는 2004년 작품인 '메가트론', 금관, 미니 쿠베르탱과 백남준의 사진들이 있다. 메가트론은 오전과 오후 각각 한 차례씩 상영한다. 소마미술관 밖 뜰에도 쿠베르탱이 설치됐다. '올림픽레이저워터스크린2001'은 몽촌해자에 있다.

백남준 비디오아트홀로 이어지는 로비와 소마미술관 뜰에 설치된 '쿠베르탱' [사진/진성철 기자]

백남준 비디오아트홀로 이어지는 로비와 소마미술관 뜰에 설치된 '쿠베르탱' [사진/진성철 기자]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z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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