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해놓고 안 만난 사례는 처음…역대 대통령·당선인 회동은
송고시간2022-03-16 12:07
YS·DJ는 총 8번 만나…전두환·노태우 사면·복권 등 합의
盧·MB, 정부조직개편안 등으로 신경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의 16일 청와대 회동이 무산됐다.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만나겠다고 예고해놓고 회동이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당선을 축하하고 원활한 정권 이양에 필요한 협력을 다짐하는 자리가 파행하면서 신·구 정권의 '불안한 동거' 기간에 가뜩이나 쉽지 않아 보였던 협치가 더 어려워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역대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은 실제로 첨예한 쟁점을 논의하기보다는 국정 협력을 위해 머리를 맞대는 성격이 짙었다.
특히 정권재창출을 이룬 시기에 신구 권력간 회동은 화기애애하게 진행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이 치러진 지 사흘 만인 그해 12월 19일 청와대를 찾아 전두환 전 대통령을 만났다.
당선 축하 인사를 주고받은 두 사람은 약 한 시간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권력 이양과 관련한 논의를 이어갔다.
노 전 대통령과 김영삼(YS)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이 치러진 지 18일 만인 1993년 1월 5일에 회동했다.
노 전 대통령은 긴밀한 협조 아래 업무를 인수인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김 전 대통령은 당시 노태우 정부가 국정운영을 잘 마무리하도록 협력하겠다고 화답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나흘 만인 2002년 12월 23일에 이어 2003년 1월 3일에는 부부동반 만찬을 함께했다.
당시에는 최대 국정현안이었던 북핵 문제 대응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됐다.
2012년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9일 만인 12월 28일에 회동했다.
40분가량 진행된 회동에서 양측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예산 처리 방안을 포함해 국정 인수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던 이듬해 2월 12일에도 만나 이와 관련한 대응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번 대선처럼 정권교체가 이뤄졌어도 대통령과 당선인 간 회동을 통해 정권 이양을 위한 협력이 활발했던 사례도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이 치러진 지 이틀 만인 12월 20일에 만나 국정협력과 관련한 6개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합의문에는 국제통화기금(IMF) 합의사항 이행을 비롯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복권에 의견을 같이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두 사람은 9일 뒤인 12월 29일에도 만나 부부간 만찬을 함께하며 경제난 극복 대책 등 국정 전반을 논의했다.
이날 회동에서 매주 화요일 오전 9시에 정례적으로 회동하기로 한 바에 따라 1993년 설 연휴에 껴 있던 1월 17일을 빼고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전까지 총 6번을 더 만났다. 대통령과 당선인 간 총 8차례 회동이 이뤄진 것이다.
민주화 동지에서 적으로 갈라졌다가 다시 손을 잡은 '양김'(金)은 첫 수평적 정권교체와 함께 가장 모범적인 협치 모델 중 하나를 역사에 남기게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와 극명히 대비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두 사람의 첫 회동은 대선 9일 만인 2007년 12월 28일에 이뤄졌고, 이듬해 2월 18일에 두 번째 회동을 갖기도 했다.
정권교체로 인해 인수인계 과정에서 정부조직 개편안 등을 두고 마찰이 있었던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통령이 취임한 뒤로도 국가기록물 유출 논란 등으로 벌어졌던 양측의 충돌은 노 전 대통령 서거라는 비극으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대선 두 달 전인 2017년 3월 헌법재판소가 결정에 의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했던 탓에 별도의 회동을 하지 못했다.
kjpark@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3/16 12: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