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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한국교민의 '생지옥' 같았던 탈출기

송고시간2022-03-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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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이후의 생활 그리고 피란길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들었는지 대변하는듯했다.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정천식(59)씨는 11일(현지시간)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를 간신히 넘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북동쪽으로 120㎞ 떨어진 체르니히우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던 정씨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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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전지 체르니히우서 극적 탈출 정천식씨…수백발 폭격 굉음 지금도 생생

러시아 간첩으로 몰려 구타당하기도

폴란드 국경 도착한 정천식씨
폴란드 국경 도착한 정천식씨

(코르쵸바[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 체르니히우를 탈출한 뒤 11일(현지시간)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를 넘은 정천식씨. 2022.3.12. lucho@yna.co.kr

(코르쵸바[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얼굴 군데군데 긁힌 상처가 있었고, 오른손엔 5㎝가 넘는 길이의 큰 흉터가 선명했다.

전쟁 발발 이후의 생활 그리고 피란길이 얼마나 처절하고 힘들었는지 대변하는듯했다.

우크라이나를 빠져나온 정천식(59)씨는 11일(현지시간)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를 간신히 넘었다. 탈출을 시도한 지 꼬박 닷새 만이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서 북동쪽으로 120㎞ 떨어진 체르니히우에서 제재소를 운영하던 정씨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그야말로 악몽과 같은 시간을 보냈다.

체르니히우를 비롯한 키이우 북쪽은 개전 후 주요 공격 표적 가운데 하나였다. 가장 교전이 격렬한 곳이고 그만큼 피해도 큰 도시다. 인구 12만 명 규모의 소도시 체르니히우는 전체 도시의 절반이 쑥대밭이 됐다고 한다.

정씨의 제재소에서 불과 3∼4㎞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도 우크라이나 군기지가 하나 있었다.

이곳도 러시아군의 공격 목표였는지 개전 이후 포성이 멈추지 않았다. 어느 날에는 하룻밤 새 수백 발의 러시아군 포탄이 떨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정씨는 그 충격으로 지금도 15분 이상 잠을 자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그마한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 잠을 설치기 일쑤다.

전쟁통에 생긴 상처
전쟁통에 생긴 상처

(코르쵸바[폴란드]=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폴란드 코르쵸바 국경검문소를 넘은 정천식씨가 오른손의 상처 자국을 보여주고 있다. 2022.3.12. lucho@yna.co.kr

우크라이나군은 길목에 있는 정씨의 제재소를 개전 직후부터 일찌감치 주둔지로 삼았다. 정씨는 이 때문에 한동안 30여명의 우크라이나 병사와 함께 생활해야 했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군의 기밀정보를 러시아에 팔아넘기는 간첩으로 오해받아 심하게 폭행을 당하고 감금되기도 했다. 얼굴과 오른손의 상처도 그때 생겼다.

정씨는 애초 제재소에 주둔한 우크라이나군의 도움을 받아 체르니히우를 빠져나갈 계획이었으나 하루가 다르게 전황이 악화하면서 결국 홀로 탈출을 감행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손으로 직접 그린 키이우행 '임도'(林道) 약도를 하나 받아 길을 나섰고, 한참을 헤맨 끝에 이틀 만에 키이우에 닿을 수 있었다고 한다.

중간에 차량으로는 진입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쳐 차는 버려놓고 와야 했다. 매 순간이 생사의 고비였다.

"지나온 길이 생지옥 같았습니다"

탈출 당시 호주머니에는 우리 돈으로 3천원도 안되는 우크라이나 현지 화폐가 있었다. 말 그대로 빈털터리 상태로 몸만 간신히 빠져나온 것이다.

키이우에서 르비우까지 열차로 한 번에 온 그는 현지 지인의 도움으로 이틀 정도 숙식을 한 뒤 현지 우리 대사관 임시 사무소의 차를 타고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었다.

정씨가 목격한 키이우는 '죽은 도시' 같았다고 했다. 거리에 차도 사람도 별로 없었다. 거주지가 폭격을 맞아 잘 곳이 없는 시민들은 지하철 역사 내에서 정처 없이 노숙하는 상황이다.

정씨는 "러시아군이 이처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고 그대로 있다가 탈출이 늦었다"면서 "이제라도 빠져나올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12일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비행기를 타고 가족이 있는 한국으로 일단 돌아갈 예정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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