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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상 후보 오른 번역가 안톤 허…"장난전화 받은 기분이었죠"

송고시간2022-03-1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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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한국인 번역가 안톤 허(본명 허정범·41)씨는 기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한국 국적 번역가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허 번역가는 11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는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작가들이 경쟁하지만 기존엔 백인 잔치였던 상이었다. 한국인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올라 뜻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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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영·정보라 소설 번역해 인터내셔널 부문에 중복 지명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번역가 안톤 허(본명 허정범)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번역가 안톤 허(본명 허정범)

[안톤 허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꿈에도 상상 못 했어요. 아일랜드 소설가 존 반빌이 과거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장난 전화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저도 마치 장난 전화를 받은 기분이었죠."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후보에 오른 한국인 번역가 안톤 허(본명 허정범·41)씨는 기쁜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1차 후보(롱리스트) 13편에 포함된 박상영 작가의 '대도시의 사랑법'(창비)과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아작)를 모두 영어로 옮겨 중복해서 후보로 지명됐다.

한국 국적 번역가가 부커상 후보에 오른 것은 처음이다.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는 영국인이며, 2019년 1차 후보에 오른 황석영 작가의 '해질 무렵' 번역가 소라 김-러셀은 한국계 미국인이다.

허 번역가는 11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올해는 다양한 국가와 인종의 작가들이 경쟁하지만 기존엔 백인 잔치였던 상이었다. 한국인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올라 뜻깊다"고 말했다.

코트라(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재직한 아버지가 해외 주재원 근무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는 스웨덴에서 태어난 뒤 홍콩, 태국 등지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프리랜서로 통·번역을 하던 중 2018년 신경숙의 '리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간 신경숙의 '바이올렛', 강경애의 '지하촌', 황석영의 '수인' 등을 영어로 옮겼다.

그는 "부커상은 작가와 번역가가 모두 생존해야 하고, 영국에서 번역 출간된 작품이 대상"이라며 "지난해 처음으로 영국에서 '수인'과 '대도시의 사랑법', '저주 토끼' 등 3편을 번역 출간했는데 두 편이 올라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상영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인 '대도시의 사랑법'은 중단편 4편을 모은 연작 퀴어 소설이며, 과학소설(SF)과 호러 판타지 소설에서 두각을 나타낸 정보라의 작가의 '저주 토끼'는 단편 10편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부커재단 홈페이지는 '저주 토끼'를 번역한 안톤 허에 대해 "깜짝 놀라게 하다가 비꼬는 유머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작가의 표현을 잘 번역했다"고 평했다.

허 번역가는 "영국 문학에선 해학적인 문체의 전통이 있는데, 두 작가님은 감각이 굉장히 국제적이고 유머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두 분의 감각이 뛰어나서 오히려 번역 작업은 수월했다"고 말했다.

'저주 토끼'를 번역한 계기와 관련해선 "번역가로서 퀴어·여성·SF 서사에 관심이 많다"며 "한국 SF 문학의 경우 일정 궤도에 오른 훌륭한 작품이 많은데도 번역이 거의 안 되고 있었다. 작품을 찾던 중 '와우북페스티벌'에 갔다가 이 책을 접했고 한 문장을 읽는 순간 인상적이어서 번역하고 싶다는 느낌이 확 왔다"고 말했다.

이들 작품의 번역본 제목을 두고는 "'대도시의 사랑법'의 경우 수록된 4개 단편 중 태국을 배경으로 한 '늦은 우기의 바캉스'에 마음이 갔다"며 "그런데 미국 출판사 편집자가 '대도시의 사랑법'을 추천해 '러브 인 더 빅 시티'(Love in the Big City)가 됐다"고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한국 문학의 매력에 대해 "항상 밖을 내다보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에서 국제적인 것을 찾고, 가장 국제적인 것에서 한국적인 것을 찾는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이어 "한국 독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독자들 취향이 시장을 결정하고 문학의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없다면 다양한 장르의 작품도 나올 수 없으니, 그분들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문학은 대중적 인기를 얻은 영화와 음악, 드라마와 달리 해외에서는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읽히는 게 현실이다.

번역 작품의 해외 마케팅도 하는 그는 "한국 문학은 한국 영화처럼 어둡고 무겁다는 인식이 있는데, 아직 음악이나 영화처럼 대중적인 분야가 아니어서 책이 출간됐을 때 어필하는 과정에 애로가 있다"며 "흘러넘치는 훌륭한 작품들이 해외에 소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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