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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in제주] '제주의 생명수' 지하수 요금 부과 갑론을박 언제까지

송고시간2022-03-0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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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수년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지하수의 체계적 보전·관리를 위해 지하수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지하수 조례 개정이 최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3일 지하수 조례 개정 논란의 쟁점과 과제 등을 진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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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과제" vs "누수율 제고 먼저" 환경단체·농민 입장차

지방선거 앞두고 제11대 도의회 안에 통과될까 "고민 깊어"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의 생명수'인 지하수의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놓고 수년째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마른 밭에 물을 주는 농민
마른 밭에 물을 주는 농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 지하수의 체계적 보전·관리를 위해 지하수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지하수 조례 개정이 최근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조례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반대 또는 유보하는 태도를 보이는 탓이다.

3일 지하수 조례 개정 논란의 쟁점과 과제 등을 진단해본다.

◇ 지하수 요금체계 형평성 문제

이번 '제주특별자치도 지하수 관리 조례'(이하 '지하수 조례') 개정 시도의 직접적인 발단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19년 4월 제주 농업용 지하수의 이용과 관리 부실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2016∼2018년 제주지역 농업용 지하수의 개발과 이용, 공공 농업용 관정 관리의 적정성 등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는 심각했다.

감사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월 기준 제주도 내 개발된 지하수 관정 총 4천823공 중 농업용 관정은 3천218공으로 66.7%에 달했다.

농업용 취수허가량은 지하수 지속 이용 가능량 대비 51.1%, 지하수 총 취수허가량 대비 56.0%를 차지한다.

문제는 이용자 간 각기 다른 지하수 요금체계로 인해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다는 점이다.

특히 농가에서 요금 부담 없이 지하수를 사용하면서 무분별하게 남용한다는 지적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제주 지하수 관정
제주 지하수 관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도는 전체 농업용 관정의 71.3%를 차지하는 사설 관정에 대해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닌 관정 토출관 안쪽 지름에 따라 '정액제'로 부과하고 있다.

관정별로 월 5천원∼4만원만 내면 취수허가량 내에서 제한 없이 지하수를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심지어 전체 농업용 관정의 28.7%에 해당하는 공공 관정은 '무료'로 쓸 수 있다.

2021년 제주 지하수 원수대금 부과액은 115억원(1천750만t)이다. 내용별로 보면 먹는샘물 52억원, 골프·온천 25억원, 영업용 21억원, 농어업용 5억원, 기타 12억원 등이다.

전체 지하수 취수허가량의 절반 이상을 농업용수가 차지하고 있음에도 농업과 어업을 합쳐 부과액은 전체의 4.3%에 불과하다.

지하수 이용량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고 이용량이 많을수록 높은 단가를 적용하는 등 다른 이용자들과 부과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3년 전 감사위 감사에서는 허가량 초과 취수 사례도 대거 적발됐다.

2016년 제주시 51개, 서귀포시 43개 농업용 공공 관정에서 각각 200회, 122회에 걸쳐 변경 허가 없이 허가량을 초과해 과다하게 취수했다.

2017년에는 제주시 78개, 서귀포시 50개 관정에서 각각 332회, 198회 등으로 오히려 허가량 초과 적발 사례가 더 늘어났다.

도내 각종 개발사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지면서 농업용수를 생활용수로 불법 전용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농경지가 펜션 등 숙박 용도로 개발되면서 토지소유자 등이 기존에 사용했던 농업용수를 생활용수 등 다른 용도로 부당하게 사용하는 경우 등이다.

2016∼2018년 3년간 제주시에서는 총 94건, 서귀포시에서는 111건이 적발됐다.

감사위는 결국 "농업용 지하수 요금체계가 지하수 자원의 절약과 합리적 이용을 위한 가격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농가별로 사용량에 따라 적정하게 부과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지하수 대체 수자원 개발·활용, 지하수 유수율 제고, 유량계 설치·교체 통한 정확한 실측, 목적 외 지하수 사용에 대한 지도·감독 등을 주문했다.

최악의 제주 가뭄 생명수 주는 농부
최악의 제주 가뭄 생명수 주는 농부

[연합뉴스 자료사진]

◇ 지하수 조례 개정 '산 넘어 산'

제주도는 감사위의 지적사항을 반영해 지난 1월 제주도의회에 지하수 조례 일부 개정안을 제출했다.

3일 현재 2021년 기준 도내 지하수 관정은 총 4천566공, 총 취수허가량은 월 4천886만4천t이다.

이중 용도별로 보면 생활용 1천370공·2천158만t, 농어업용 3천56공·2촌648만4천t, 공업용 129공·65만9천t, 먹는샘물 11공·14만1천t 등이다.

이외에 염지하수 관정은 1천207공, 취수 허가량은 월 2억4천552만6천t에 달한다.

담지하수와 염지하수를 합하면 관정은 5천773공에 이른다.

개정안은 지하수의 체계적 보전·관리를 위해 신규 지하수 개발·이용 제한 요건을 강화했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지하수 남용을 방지하고 물 이용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하수 원수 대금 부과체계를 개선했다.

기존 조례에서는 농어업용 지하수 이용시설의 경우 정액요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안에선 이 내용을 삭제하고 이용량에 따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농어업용 지하수의 경우 사용량에 따라 매월 1t당 원수공급원가의 1%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가정용은 매월 1t당 원수공급원가의 60%, 먹는샘물은 월간 0∼3천㎥를 사용할 경우 원수공급원가의 1천100%, 월간 3천1㎥ 이상 사용하면 원수공급원가의 2천190%를 적용한다.

다만 가정용과 농업용은 사용량에 따른 누진제 적용에서 제외했다.

현행 대비 지하수 원수대금 인상률은 업종별로 가정용 17.4%, 일반용(영업·비영업) 34.4%, 골프온천(골프장·온천) 39.2%, 공장제조 53.2%, 음료제조 3.2%, 먹는샘물 0.6%, 농수축산 28.7%, 농수축산(염지하수) 101.2%다.

이는 취수허가량의 100%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치다.

인상되더라도 지하수 원수대금은 1t당 가정용 145.6원, 골프·온천 729.4원, 농수축산 20원, 농수축산(염지하수) 5원이다.

또 상수도요금 대비 가정용 14.9%, 골프·온천 29.3%, 농수축산 4.1%, 농수축산(염지하수) 1.2%에 불과하다.

여전히 상수도를 사용하는 것보다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게 훨씬 저렴한 셈이다.

이외에도 조례가 개정되면 무료로 사용되던 공공 농업용 관정의 경우 농가 가구당 월평균 1천575원, 최대 3천412원이 부과된다.

제주도는 올해 지하수의 안정적 이용을 위해 지하수 이용량 원격모니터링 시스템 운영, 계량기 설치, 노후 지하수 관정 실태조사 등 취수허가량과 이용량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하수 조례 개정안의 업종별 요금표
지하수 조례 개정안의 업종별 요금표

[제주 지하수 조례 일부 개정안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하지만 농민단체 등은 반발하고 있다.

농민단체는 "원수대금 부과에 대한 대화나 홍보, 계도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농업을 장려하면서 지하수 사용을 자제하라고 하면 농민들은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일방적으로 요금을 올리기 전에 농업용 지하수에 대한 누수율 제고 등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지하수 조례 개정안은 지난달 16일 제주도의회 제402회 임시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에서 심사 보류됐다.

도의원들은 "조례개정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농민과 어업인들이 인상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다"며 설득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농업용수의 경우 누수의 문제 등 실질적인 물 이용량을 측정하는 방안, 합리적인 원인자부담금을 부과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보류 이유를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리하게 조례를 개정해 농심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나온다.

사실상 이달 말 예정된 지방선거 이전 마지막 제403회 임시회에서 통과하지 못하면 제11대 도의회에선 개정이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강성의 환경도시위원장은 "(지방선거가 작용했다는) 비판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다고 충분한 준비 없이 조례 개정을 밀어붙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고민이 깊다"며 "어렵게 조례개정을 추진하는 만큼 (의원들 사이에) 시행 기간을 늦춘다든지 부대조건을 달아 조건부 통과 등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농어업에서의 지하수 이용이 많고, 특정 지역에서는 농업용 지하수를 과도하게 이용함에 따라 염해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농어업용 지하수의 부과체계를 개선하는 것은 필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김 정책국장은 "(조례개정에 따른) 비용 상승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는 분명히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지하수를 대체할 수 있는 이용시설에 대한 점검과 개선 등이 전제돼야 농어업인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
제주도의회 환경도시위원회 회의

[제주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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