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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내비게이션] 신당동 떡볶이와 DJ의 추억

송고시간2022-04-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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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이자 분식집 필수 메뉴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오면서 이젠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인식되는 음식이다.

여전히 국내 어디를 가든 떡볶이는 많은 이가 즐겨 먹는 '국민 간식'이라는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많은 길거리 음식이 뜨고 졌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길거리 제왕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메뉴도 떡볶이와 어묵 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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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땐 떡볶이집에 DJ 부스가…

DJ DOC가 띄운 장두석의 '허리케인 박'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떡볶이. 말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단어다.

밀이나 쌀로 만든 떡을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소스와 어묵, 대파 등을 버무려 약간 삶듯 볶아내는 이 음식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단맛, 짠맛, 매운맛에 쫄깃한 식감이 오묘하게 섞여 있어서다.

게다가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 '길거리 음식'의 대표주자이자 분식집 필수 메뉴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오면서 이젠 한국인의 '소울 푸드'로 인식되는 음식이다.

어린 시절 떡볶이 안 먹어본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성인이 돼서도 여전히 가끔 찾게 되는 마성의 맛을 지녔다. 한 음식 평론가는 떡볶이가 맛없는 음식이지만 어릴 때부터 길들어 그냥 먹게 된다는 주장과 함께 떡볶이를 '정크 푸드'(불량식품)로 규정하며 학교 앞 판매를 금지하자고 해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어디를 가든 떡볶이는 많은 이가 즐겨 먹는 '국민 간식'이라는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많은 길거리 음식이 뜨고 졌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길거리 제왕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메뉴도 떡볶이와 어묵 외에는 없다.

완성된 신당동 떡볶이가 먹음직스럽다.
완성된 신당동 떡볶이가 먹음직스럽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 왕과 조정 대신들이 드시던 떡볶이

사실 떡볶이는 저렴한 길거리 음식이 아니라 궁중 음식에서 유래했다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식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조선 시대 왕가 일대기를 기록한 '승정원일기'나 조선왕조 궁중 음식 조리서인 '이조궁정요리통고'에 떡볶이가 등장하고, '겸암집', 서산집'에는 떡볶이가 의례상에 오른 기록이 있다. '시의전서', '주식시의', 규곤요람' 등 음식 관련 고문헌에서는 떡볶이 조리법을 소개한다.

궁중에서는 통상 쌀로 만든 가래떡을 토막 내어 간 고기, 야채 등과 함께 간장으로 볶아냈다고 한다. 즉 원래 떡볶이 또는 떡볶음으로 칭하던 음식은 '고추장 베이스'가 아니라 '간장 베이스'로 출발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금은 떡볶이 하면 먹음직스러운, 강렬한 빨간색이 생각난다.

떡볶이 베이스 소스인 고추장과 각종 양념
떡볶이 베이스 소스인 고추장과 각종 양념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요즘 떡볶이는 떡의 재료와 조리 방식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떡의 재료는 밀떡과 쌀떡이다. 조선 궁중에서는 쌀떡으로 요리했지만, 현대에 들어 우리나라가 못 살던 시절에는 감히 쌀로 분식을 만들어 먹을 엄두를 못 냈기에 떡볶이는 당연히 밀떡으로 만드는 것으로 생각했다.

먹을 게 모자라던 1970년대에 정부가 주도한 '밀가루 음식 장려 캠페인'은 떡볶이 대중화를 가속했다. 이후 국민소득이 오르고 식습관이 바뀌면서 쌀이 남아돌자 정부는 떡볶이 떡과 막걸리 등을 제조하는 데 쌀을 쓰도록 권장했고, 지금은 쌀떡을 쓰는 비율이 더 높다고 한다.

조리 방식은 대형 팬에 떡과 어묵, 야채, 물, 양념 등을 넣고 조리사가 계속 재료를 보충하면서 만드는 방법, 그리고 손님상에 휴대용 가스버너와 냄비, 재료를 각각 내줘서 즉석에서 '셀프 조리'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나뉜다.

조리 중인 떡볶이
조리 중인 떡볶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 신당동 마복림이 가판서 팔던 춘장 혼합 떡볶이가 원조

서울을 대표하는 떡볶이인 '신당동 떡볶이'는 후자인 '즉석 떡볶이'이다. 6·25 한국전쟁이 끝난 해인 1953년 피난민들이 몰려들던 중구 신당동에서 마복림(1920~2011) 씨가 개발한 음식으로 알려졌다. '신당동 떡볶이의 어머니'인 셈이다.

마 씨는 종전 직후 신당동 골목에 가판대를 놓고 떡볶이 장사를 시작했는데, 입소문을 타고 성업하면서 자신의 점포 '마복림 떡볶이'를 연 뒤로도 계속 번창한다. 그와 함께 주변에도 떡볶이 가게가 잇달아 문을 열면서 신당동은 즉석 떡볶이의 메카로 변신한다. 마 씨의 가게는 이후 '마복림 할머니 떡볶이'라는 이름으로 원조를 자부했고, 마 씨의 자녀들도 인근에 떡볶이집들을 열었다.

신당동 떡볶이는 즉석조리 방식 외에도 색다른 특징들이 적지 않다. 우선 소스가 독특하다. 고추장이 주재료이긴 하지만 춘장을 혼합해 감칠맛을 더했고, 양념에 검붉은 빛이 돈다. 어묵과 튀김만두 외에 쫄면과 라면 사리를 넣는 것도 눈에 띈다. 떡볶이를 다 먹고서 냄비에 밥을 볶아먹기도 한다. 일찌감치 퓨전 푸드를 시도해 성공한 셈이다.

이제는 떡볶이 프랜차이즈 체인도 많아졌고, 서양식 소스나 치즈를 넣어 조리하는 다양한 퓨전 떡볶이가 등장했다. 요즘 MZ 세대는 이탈리안 스타일인 로제 떡볶이나 크림소스 떡볶이, 모차렐라 치즈떡볶이, 해물떡볶이 등도 즐긴다.

신당동 떡볶이 타운 입구
신당동 떡볶이 타운 입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 신당동 골목 경쟁 치열해지자 DJ 앞세워 손님 끌기

신당동 떡볶이가 크게 유행하던 1970~1980년대에는 워낙 장사가 잘되자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래서 어느 한 집이 '뮤직박스'로 불리는 부스를 설치하고 디스크자키(DJ)를 고용해 음악을 틀어주기 시작한 뒤부터는 이런 영업 방식이 신당동 떡볶이 골목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원하는 음악을 DJ에 신청해 떡볶이를 먹으며 듣는 것이 당시 청년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 코드로 떠오른 것이다.

당시엔 신당동 떡볶이집에서 미팅하는 고교생이나 대학생들도 많았다고 한다. 가끔 헌팅(즉석 만남)도 시도됐다고 하는데, 그럴 땐 DJ 형의 도움을 빌리는 경우도 있었다. 이문세의 '소녀' 간주가 흐르던 중간에 잠시 DJ의 멘트가 등장한다. "3번 테이블 남자분들께서 6번 테이블 여성분들께 쫄면과 만두 사리, 쿨피스 보내주셨습니다."

이런 추억의 풍경을 담아내 인기를 끌었던 노래가 있다. 클럽 DJ 출신 세 명이 결성한 '악동 그룹' DJ DOC가 1996년 3.5집 앨범에 실어 발표했던 '허리케인 박'이다.

'무스에 앞가르마/ 도끼빗을 뒤에 꽂은/ 신당동 허리케인 박~'

트로트에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리믹스한 이 노래는 익살스러운 가사와 리더 이하늘의 구슬픈 꺾기 창법이 어우러지면서 꽤 사랑을 받았다.

화자인 젊은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을 신당동 떡볶이집에 데려가 주머니를 털어 떡볶이를 시켜줬으나, '그녀'는 뮤직박스 안의 DJ에 마음을 빼앗겼다는 가사가 떡볶이의 '단·짠' 맛처럼 슬프면서 재미있다.

신당동 한 떡볶이집에 있는 뮤직박스와 DJ
신당동 한 떡볶이집에 있는 뮤직박스와 DJ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 세기말 떡볶이집 풍경 그린 트로트 댄스 '허리케인 박

그런데 이 노래는 훗날 논란에 휘말린다. 표절 시비에 걸렸고 DJ DOC는 소송을 당했다. 결국 고소인들의 주장이 맞는 것으로 판단돼 결국 DJ DOC는 저작권을 포기해야 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고소한 측이 1980년대 인기 희극인 겸 가수 장두석 씨와 그의 독집 앨범 노래들을 창작했던 작곡가 홍정완 씨였다는 점이다. 장 씨는 1990년대 초 동료인 이봉원 씨와 함께 출연하던 공중파 코미디 프로그램 고정 코너에서 홍 씨와 함께 만든 '신당동 떡볶이집 허리케인 박'이란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DJ DOC가 이 노래를 동의 없이 편곡해 불렀다는 것이 장 씨 측 주장이었고, 이는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훗날 DJ DOC 멤버들은 이 노래가 '구전 가요'인 줄 알고 앨범에 넣어 발표한 것일 뿐 고의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떡볶이, 신당동, DJ…. 이 어울리지 않을 듯한 단어들이 이처럼 오랜 시간 흥미로운 사연들을 생산해낸 건 인생의 불가측성과도 맞닿은 측면이 있다.

추억의 맛은 뇌리 저편에 굳은 채 묵혀있던 감성 회로를 되살리기도 한다. 오랜만에 떡볶이와 어묵을 씹으며 'DJ 오빠'가 느끼한 멘트를 곁들여 틀어주는 이선희의 'J에게'를 듣고 싶다.

삼인조 힙합 그룹 'DJ DOC'
삼인조 힙합 그룹 'DJ DOC'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허리케인 박]

오랜만에 만난 그녀

떡볶이를 너무 좋아해

찾아간 곳은 찾아간 곳은

신당동 떡볶이집

떡볶이 한 접시에

라면 쫄면 사리 하나

없는 돈에 시켜봤지만

그녀는 좋아하는 떡볶이는 제쳐두고

쳐다본 것은 쳐다본 것은

뮤직박스 안의 DJ라네

무스에 앞가르마 도끼빗을 뒤에 꽂은

신당동 허리케인 박

아~ 신당동 허리케인 박

뮤직박스 안에 허리케인 박

삼각관계!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4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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