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주택·마을호텔…동네와 건물 낯설게 보기
송고시간2022-02-17 13:18
신간 '동네에 답이 있다'·'마을에 살다 마음을 잇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한국의 도시는 아파트 단지들이 점령하고 있다. 집이 주거공간보다는 자산증식의 수단으로 여겨지는 탓에 정부 주택정책도 공급 확대와 부동산 투기 억제에 초점을 맞춘다. 아파트에 대한 강박을 덜어내고 오늘날 도시와 주택을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는 책들이 나왔다.
건축·도시설계를 공부하고 국토교통부 공무원으로 일하는 박기범은 신간 '동네에 답이 있다'에서 아파트 가격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주택정책이 아니라 어떤 공간에 거주할지 고민을 담은 주거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아파트 단지가 아닌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단독주택 등으로 구성된 '동네'에서 해법을 찾는다.
저자는 용적과 밀도 높이기에 치중한 탓에 열악해진 동네 주거환경을 바꾸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도서관과 어린이집·공원 등 편의시설을 늘리는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확충사업이 그중 하나다. 양질의 생활 SOC는 느슨한 일상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삶의 질과 동네의 품격을 높일 기회라는 것이다.
저자는 '빌라'라는 정체불명의 마케팅 용어 대신 '중간주택'이라는 말에 시대정신을 담아 쓰자고 제안한다. 동네에 지어지는 중간주택은 청년층 수요가 많은 소형 임대주택의 주요 공급원으로서 가치도 크다. 2011∼2020년 서울에 준공된 연면적 60㎡ 이하 주택 가운데 다가구·다세대 주택 비중은 70%를 웃돌았다. 저자는 최근 다세대주택 공급 물량이 감소하고 있는데 주목해 정부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마을에 살다 마음을 잇다'는 마을호텔이라는 다소 생소한 도시 형태를 소개하는 책이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와 이 대학 연구진 'USO 마을호텔탐험대'가 삶터 재생의 새로운 유형으로 주목받는 마을호텔을 조사하고 기록했다.
마을호텔은 사람들이 빠져나간 중소도시 원도심이나 농산어촌 마을 전체를 지역 주민들이 하나의 호텔로 탈바꿈하는 도시재생 방식이다. 건물을 헐어 새로 짓는 대신 기존 건물들을 고치고 채워 서로 연결한다. 마을호텔은 하나의 건물 안에 모든 시설을 집어넣은 '수직적 호텔'이 아니라 필요한 기능들이 여러 건물과 장소에 흩어져 연결된 '수평적 호텔'이다. 수직적 호텔에서 발생한 이익은 운영업체에 돌아가지만, 수평적으로 펼쳐진 호텔 수입은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마을을 살리는 데 쓰인다.
아직은 드물지만 공주 마을스테이와 서울 서촌유희, 전주 별의별 하우스 등이 마을호텔의 사례다. 저자들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시대,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주민들 스스로 도시를 숨 쉬게 하는 마을호텔에서 마을의 또 다른 가능성을 찾는다.
▲ 동네에 답이 있다 = 도서출판 집. 236쪽. 1만6천 원.
▲ 마을에 살다 마음을 잇다 = 픽셀하우스. 188쪽. 1만3천 원.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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