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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원주민 언어…칠레 야간족 '최후의 원어민' 별세

송고시간2022-02-17 06:14

크리스티나 칼데론 93세로 별세…후손들은 스페인어가 모국어

16일(현지시간) 93세로 별세한 칼데론의 2017년 모습
16일(현지시간) 93세로 별세한 칼데론의 2017년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칠레 원주민 야간족의 언어를 모국어로 쓰던 마지막 남은 원어민이 세상을 떠났다.

'크리스티나 할머니'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크리스티나 칼데론의 딸 리디아 곤살레스 칼데론은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어머니가 93세로 돌아가셨다"며 "야간족에게 슬픈 소식"이라고 전했다.

야마나족으로도 알려진 야간(Yagan)족은 남미 대륙 최남단인 칠레와 아르헨티나 티에라델푸에고 일대에 거주하는 원주민이다.

6천 년 전부터 고기를 낚으며 살았고, 현재 칠레엔 1천600명가량(2017년 인구조사 기준)이 주로 관광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이들의 전통 언어인 야간어는 친족 언어가 없는 고립어로, 문자는 따로 없다. 3만2천400개가량의 단어로 이뤄졌다고 칠레 일간 라테르세라는 설명했다.

라테르세라에 따르면 칼데론은 어린 시절 집에서 야간어를 사용했지만, 9명의 자녀와 14명의 손자녀에겐 조상의 언어를 가르치지 않았다.

칼데론의 후손들을 비롯한 야간족 젊은이들은 원주민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을 것을 우려해 원주민 언어를 배우는 것을 꺼렸고, 공용어인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삼았다.

야간어를 모국어로 쓰던 이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면서 칼데론은 지금까지 야간어를 모국어로 간직한 마지막 화자였다.

고인은 지난 2017년 "난 마지막 야간어 화자"라며 "다른 이들은 알아듣긴 하지만 말은 못하거나, 나처럼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말년의 칼데론은 전통 공예품을 만들거나 야간족 언어와 문화를 후손들에게 알리는 일을 해왔다. 손녀와 함께 야간어 사전과 CD를 제작하기도 했다.

사라져가는 원주민 문화를 보존하려는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해 칠레 정부는 2009년 그를 인간문화재로 인정했다.

역시 칠레 남단 푼타아레나스 출신인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트위터에 칼데론 별세 소식을 공유하며 "세상의 남쪽에서 보여준 고인의 사랑과 가르침, 투쟁은 영원히 살아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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