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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노역 직시한 독일]세계유산 광산서 어린이도 증거발굴 참여

송고시간2022-02-11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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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중북부 고슬라의 람멜스베르크 광산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정권 아래에서 이뤄진 강제노역의 실태에 대해 정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 정부는 피해자들의 구술을 중심으로 한 상설 전시만으로는 강제노역의 참상을 기억하고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피해자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고 일했는지를 더 구체화하려고 학술 연구와 자료 수집에 나섰다.

요한네스 그로세빙켈만 람멜스베르크 박물관 부관장은 10일(현지시간) "동료 역사·고고학자들과 함께 학술프로젝트 '억압의 공간: 람멜스베르크 광산 강제노역에 대한 역사·고고학적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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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멜스베르크 광산, 2차 세계대전 나치 강제노역 현장 그대로 보존

어린이·청소년 증거 발굴 프로젝트 직접 참여…피해 사실 더욱 구체화

독일 람멜스베르크 광산
독일 람멜스베르크 광산

(고슬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1988년 폐광후 박물관과 체험공간으로 탈바꿈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독일 람멜스베르크 광산. 2022.02.07

(고슬라[독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중북부 고슬라의 람멜스베르크 광산에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정권 아래에서 이뤄진 강제노역의 실태에 대해 정밀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 광산은 전 세계 최장인 1천년 채굴의 역사의 가치가 인정돼 1992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됐다.

현재 박물관 형태로 조성된 이곳에서 가장 집중하는 장면은 2차 세계대전 중 벌어진 강제노역이다.

강제노역 시기는 이 광산의 1천년 역사와 비교하면 지극히 짧은 12년에 불과하지만 전체 전시공간의 10%가 할애됐다.

나치가 집권한 1933년부터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강제노역에 시달린 구소련권과 폴란드, 네덜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16개국 피해자가 직접 증언한 이야기를 생생히 접할 수 있다.

독일 나치 정권이 자행된 강제노역의 '치부'를 보존하고 후세에 알려야 한다는 독일 정부의 역사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공간인 셈이다.

독일 정부는 피해자들의 구술을 중심으로 한 상설 전시만으로는 강제노역의 참상을 기억하고 역사적 교훈을 되새기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해 피해자가 어느 곳에서 어떻게 살고 일했는지를 더 구체화하려고 학술 연구와 자료 수집에 나섰다.

일본이 사도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을 시도하면서 대상 기간을 에도시대(1603∼1867년)로만 한정해 일제 강점기 조선인들의 강제노역의 엄중한 역사를 외면하는 것과는 극도로 대조적이다.

요한네스 그로세빙켈만 람멜스베르크 박물관 부관장은 10일(현지시간) "동료 역사·고고학자들과 함께 학술프로젝트 '억압의 공간: 람멜스베르크 광산 강제노역에 대한 역사·고고학적 연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착수해 2년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이 광산 운영업체 프로이삭의 강제노역자 관리 서류를 분석하고, 임시 수용소 터를 발굴해 당시 강제노역자가 어떻게 살았는지 정밀하게 재현할 계획이다.

6만여장에 달하는 관리 서류에 언급된 이름과 출신지, 생년월일, 특징 등을 전수 집계한 결과 강제노역자 피해자의 숫자는 기존에 파악된 320여명에서 연인원 579명으로 늘어났다고 프로젝트팀은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서 눈에 띄는 점은 어린이와 청소년, 대학생의 참여다.

프로젝트팀은 오는 3∼5월에는 고슬라 지역 초·중·고교생과 1960년대 철거된 강제노역자의 임시수용소 터에 유물이 있는지 발굴에 나설 예정이다.

독일 람멜스베르크 광산 강제노역자 임시수용소 터
독일 람멜스베르크 광산 강제노역자 임시수용소 터

(고슬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독일 람멜스베르크 광산 강제노역자 임시수용소가 있던 터. 내달부터 강제노역자들이 남긴 유물이 있는지 발굴이 진행된다. 2022.02.08

여름에는 대학생들이 합류하며 국제 청소년 캠프 참가자도 동참할 예정이다.

독일의 후세에게 이 광산에서 벌어진 강제노역의 실상을 자신의 손으로 추적, 발굴하도록 함으로써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독일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로세빙켈만 부관장은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는 강제노역과 관련한 역사 발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임시수용소 터에서 강제노역자들이 썼던 작은 장식품이나 찻잔이라도 발굴된다면 너무 인상적인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피해자의 구술뿐 아니라 객관적 사실들을 바탕으로 강제노역 피해자가 어떻게 착취되고 비참하게 생활했는지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드러낸다는 게 목표다.

이 일이 마무리되면 강제노역자의 고통스러웠던 일과 삶에 대한 새로운 면이 드러나면 이를 반영해 현재 강제노역 관련 상설전시관을 개편할 예정이다.

요한네스 그로세빙켈만 람멜스베르크 박물관 부관장
요한네스 그로세빙켈만 람멜스베르크 박물관 부관장

(고슬라=연합뉴스) 이율 특파원 = 요한네스 그로세빙켈만 람멜스베르크 박물관 부관장이 연합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2.02.08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 열차로 3시간가량 걸리는 하르츠산맥의 고도 고슬라 인근 람멜스베르크 광산은 968년부터 1988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긴 1천여년간 채굴이 이뤄진 광산이다.

이 광산은 대공황으로 큰 타격을 받아 문을 닫을 뻔했다가 나치가 집권한 뒤 무기 생산 원료 기지로 만들기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하면서 되살아났다.

무기 제조용 아연, 납, 구리가 필요했던 나치는 구소련과 폴란드,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인 등 16개국에서 강제로 인력을 동원했다. 파악된 강제노역 피해자 320여명 중 70명은 17∼25세에 불과했고 20여명은 여성이었다.

일반 독일인 광부나 프랑스, 네덜란드 등 서유럽 출신 강제노역자와 달리 구소련이나 우크라이나 등 동부지역 출신 강제노역자는 특히 가혹한 대우를 받아야 했다.

강제노역자는 당시 람멜스베르크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 인력의 3분의 1을 차지했다

1988년 폐광후 박물관과 체험프로그램 현장으로 탈바꿈한 람멜스베르크 광산은 1992년 세계에서 최장기간 채굴이 이뤄진 광산이라는 점 등을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강제노역 사실을 부각한 광산의 1천년 역사와 문화, 광물 채취후 구리, 납, 아연으로 분리·농축 과정, 광물을 운반하는 발전소 등을 각각 소개한 3개의 상설 박물관과 지하 광부의 노동현장 체험을 포함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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