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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文 '盧 트라우마' 꺼내며 尹에 분노…대선 한복판으로(종합)

송고시간2022-02-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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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을 지키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정조준하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윤 후보가 언급한 '집권시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 발언에 직접적인 분노를 표출하면서다.

이날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강한 수위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향후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충돌이 어떻게 대선 판을 흔들어놓을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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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적폐' 규정으로 '역린' 건드렸나…文-尹 전면전 분위기

메모지에 발언 준비해 '작심비판'…"정치권 갈등 부추겨선 안돼" 언급도

젠더갈등도 직격, 부동산 문제는 사과…일각선 "이재명에 힘싣나" 분석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환담장으로 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침묵을 지키던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를 정조준하며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윤 후보가 언급한 '집권시 전(前) 정권 적폐 청산 수사' 발언에 직접적인 분노를 표출하면서다.

이날 문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강한 수위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향후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충돌이 어떻게 대선 판을 흔들어놓을지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사과 요구
문재인 대통령,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 사과 요구

(서울=연합뉴스) 안정원 기자 =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10일 오전 춘추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 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하며 사과를 요구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2.2.10 jeong@yna.co.kr

◇ 文 '메모지'에 써온 작심발언…"尹 발언, 모욕으로 느꼈을 듯"

문 대통령은 10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전날 윤 후보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두고 "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재직 때는 이 정부의 적폐를 있는데도 못 본척 했다는 말인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현 정부를 근거 없이 적폐수사의 대상, 불법으로 몬 것에 대해 강력한 분노를 표한다"며 윤 후보에게 사과를 요구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이 같은 언급은 사안의 무게를 고려하더라도 예상 외의 강력한 발언이라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철저한 정치 중립을 강조하며 대선 현안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삼가왔다.

그럼에도 이날은 분노를 여과없이 표현한데는 '현 정권을 범죄집단으로 규정한 윤 후보가 먼저 선을 넘었다'는 판단이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권력기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권보다 검찰의 독립성을 보장하며 검찰총장 당시 윤 후보의 권한을 보장해줬음에도 이제 와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만큼 묵과할 수 없는 사안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 관계자들은 윤 후보가 현 정권을 비판하며 '적폐'라는 단어를 쓴 것이 문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부터 '촛불 정신을 계승하고 이전 정부의 적폐를 청산한 정부'로 스스로를 규정해 왔기 때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후보의 발언이) 문 대통령으로서는 정부에 대한 모욕으로 생각됐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앞서 윤 후보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는 발언을 미리 메모지에 써왔다고 한다. 그만큼 '작심발언'이었다는 뜻이다.

다른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본인으로서는 상당히 심각한 발언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표정이나 분위기로 짐작하건대 상당히 고민을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정순택 대주교 예방한 윤석열 후보
정순택 대주교 예방한 윤석열 후보

(서울=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정순택 대주교와 면담하고 있다. 2022.2.9 [국회사진기자단] uwg806@yna.co.kr

특히 윤 후보의 발언이 노 전 대통령의 전례를 상기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분노는 더욱 컸던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이 비극적 선택을 한 배경에 무리한 검찰수사가 있었다는 인식이 여권에 팽배한 상황에서 청와대 일각에서는 윤 후보의 언급이 '기획사정'을 예고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런 상황을 방치할 경우 대선이 다가올수록 분열과 갈등이 팽배할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도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재임 중 탄핵 후폭풍과 퇴임 후의 비극적인 일을 겪고서도 우리 정치문화는 근본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 보복으로 가슴 아픈 기억을 갖고 있지 않은가"라며 "(대통령의 발언에는) 아무리 권력이 좋아도 구태에 머무르지 말고 서로 지킬 것은 지키자는 뜻이 반영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도 노 전 대통령의 검찰 수사가 연관된 정치적 사안에 분노를 표한 바 있다.

2018년 1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 수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본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자 문 대통령은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는 말로 노기(怒氣)를 띄었다.

문 대통령이 이번에 분노를 표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윤 후보의 검찰총장 재직 시절 연출됐던 두 사람의 대립구도가 재연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및 조 전 장관의 각종 의혹에 대한 수사 등을 두고 청와대와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 사이에 '엇박자'가 이어질 때의 대립각이 이번 대선 정국으로 옮겨온 게 아니냐는 것이다.

'내 친구'
'내 친구'

(김해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2017.5.23 scoop@yna.co.kr

◇ 정치권 분열 비판하고 젠더갈등 직격, 부동산 사과…"대선 전면에"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와 윤 후보 사이에 형성돼야 할 대결 구도가 문 대통령과 윤 후보 간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이날 윤 후보에 날을 세우면서 문 대통령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대선 한복판으로 들어가게 됐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의 서면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연합뉴스 및 세계 7대 통신사와 합동으로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정치권을 향해 "아무리 선거 시기라 하더라도 분열과 갈등을 부추겨서는 통합의 정치로 갈 수 없다"고 했다.

윤 후보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윤 후보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문 대통령은 야당을 비판하는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발언을 다수 내놨다.

일례로 젠더갈등 이슈에 대해 문 대통령은 "때로는 정치적 목적으로 갈등을 이용하며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히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정국에서 야권이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하는 등 연일 여야 간 젠더 이슈를 둔 공방이 벌어지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의 '리스크'로 꼽혔던 부동산 문제를 두고는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짐이었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시키지 못한 점이 가장 아픈 일 됐다"면서 자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 대통령이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두고 "다가온 선거 시기와 선거의 결과가 남북정상회담을 갖기에 부적절한 상황이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권이 재창출되느냐 교체되느냐가 한반도 평화 정책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기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일련의 발언들이 여당에 힘을 싣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며 "결국 문 대통령이 대선 정국에서 여야간 대결의 한 복판으로 들어오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2OYcw83fBeM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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