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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노역 역사 알리자'…정부, 국제사회 전방위 설득 나설듯

송고시간2022-01-2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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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끝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추천하기로 하면서 세계유산을 둘러싼 한일간 외교전이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천과 관련해 "올해 신청해서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등재 실현에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부정적 역사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일본이 등재를 강행하는 것은 세계유산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를 전방위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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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아픔 지운 사도광산, 세계유산 취지 어긋나…日, 군함도때 약속도 안지켜

日 '타국관련 문제 피할 것' 권고 지침 위배…'탁월한 보편적 가치' 설득력도 없어

사도광산 메이지시대 갱도
사도광산 메이지시대 갱도

(사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의 모습. 사도광산 관리회사는 이 갱도에서 쓰인 광석 운반수단을 전시해놓았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2022.1.4 hojun@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김경윤 기자 = 일본이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佐渡) 광산을 끝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추천하기로 하면서 세계유산을 둘러싼 한일간 외교전이 다시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8일 오후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에게 사도 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추천과 관련해 "올해 신청해서 조기에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등재 실현에 지름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의 강력한 철회 촉구에도 조선인 강제 노역 장소를 세계유산에 올리기로 결정한 것이다. 2015년 하시마(일명 '군함도') 등 근대산업 시설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면서 강제노역 역사를 알리겠다고 약속했던 일본이 또다시 논란의 유산을 국제무대로 가져오는 것이기도 하다.

일본이 사도광산 세계유산 추천을 공식 결정함에 따라, 한국 정부도 '강제노역 역사가 지워진' 등재 시도를 막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다음 달 1일까지 유네스코에 정식으로 추천서를 제출하면 이후 세계유산위원회 산하 민간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가 현지실사 등 심사를 한 뒤 '등재 권고'·'보류'·'반려'·'등재 불가' 중 한 가지를 택해 내년 5월께 권고하게 된다.

이후 내년 6월께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21개 위원국이 등재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도광산 추천안이 지난달 일본 문화청 문화심의회를 통과했을 당시 국내외 전문가와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단계별 대응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정부는 부정적 역사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일본이 등재를 강행하는 것은 세계유산의 근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국제사회를 전방위적으로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사도광산 갱도

(사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사도광산을 대표하는 아이카와 금은산에서 메이지시대 이후 건설된 갱도. 구불구불하고 좁은 에도시대 갱도와 달리 비교적 넓게 매끈하게 뚫려 있다.
사도광산에는 2천 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조선인이 태평양전쟁 기간 일제에 의해 동원돼 가혹한 환경에서 강제노역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천을 검토하고 있으며, 한국 정부는 이에 반발하고 있다. 2022.1.4 hojun@yna.co.kr

일본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사도 광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대상 시기를 에도시대(1603∼1867년)까지로 한정했는데, 근대 이후 벌어진 강제노역의 역사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려면 해당 유산이 인류 전반에 통용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지닌다고 인정돼야 한다.

유산의 전체 역사에서 부정적인 기억, 논란이 되는 대목을 인위적으로 가리고 일부만 부각한다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주장할 설득력도 약해지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점을 부각하면서 이코모스와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들, 유네스코 등에 사도 광산의 '전체 역사'(full history)를 알릴 필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전문가는 "유산에 담긴 '인간의 역사'까지 어떻게 공동으로 기억하고 기념할지를 논의해야 한다는 접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산의 전체 역사가 알려져야 한다는 요구는 2015년 군함도 등 근대산업 시설 등재 때도 일본이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하도록 하는 결정적 근거가 되기도 했다.

당시 일본은 등재 신청 기간을 1850년부터 1910년으로 설정했지만, 이코모스는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고 지적했다. 이는 사실상 일제강점기 강제노역의 역사도 알리라는 요구로 해석됐다.

정부는 일본이 앞서 근대산업 시설 등재 당시 강제노역 사실을 함께 알리겠다고 약속한 것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도 지적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대변인 성명에서 "일본 정부가 2015년 세계유산 등재 시 스스로 약속한 후속조치를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 일본이 근대산업 시설과 관련해 강제노역 설명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데 대해 이례적으로 '강한 유감'(strongly regrets)을 표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세계유산협약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을 개정해 "등재 신청 전에 가능한 한 건설적인 대화를 통해 다른 국가와 관련될 수 있는 문제를 피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는데, 일본의 사도 광산 등재 강행은 이 지침에도 어긋난다.

사도 광산의 등재 여부가 심의될 것으로 보이는 내년 6월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관련 약속 이행 여부도 검토될 예정이어서 일본에 추가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다만 내년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은 위원국 지위고 한국은 아니라는 점은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우리도 2024년부터는 위원국 자격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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