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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법 10년] ② 한국인으로 커가는 난민 아이들…"자립할 여건 마련해줘야"

송고시간2022-02-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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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바라카 작은 도서관'은 10살 안팎의 어린이 10여 명이 재잘대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김 대표는 "다른 다문화가정보다 생계유지가 더 어렵고, 우리말이 서툰 부모를 둔 탓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난민 아동이 많다"며 "부족한 부분을 우리 같은 민간단체가 채우고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수업 따라가는 것을 아예 포기하는 난민 아동이 늘고 있다"며 "이들이 올바르게 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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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인정자 중 미성년자 비율, 2020년엔 절반 넘어서

"모국어보다 한국어가 더 친숙…본국 문화 잘 몰라"

기본적 사회보장마저 소외돼…"교육·건강 등 최소한의 복지 보장해야"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선생님, 수학 너무 어려워요. (한)국어가 더 재미있어요."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바라카 작은 도서관'은 10살 안팎의 어린이 10여 명이 재잘대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아이들은 과목에 따라 네 군데의 공부방에서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공부한다. 숙제를 하고, 쪽지 시험을 치르기도 한다.

'함께 공부해요'
'함께 공부해요'

1월 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바라카 작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이주아동들의 모습. [촬영 이상서]

이곳은 이주여성과 아이들의 배움과 사회 적응을 돕기 위해 2018년부터 김기학 대표가 운영하는 비영리기관이다.

다른 어린이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지만,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파키스탄, 미얀마 등에서 온 난민 아동이다.

3월이면 중학생이 된다고 자랑하는 아프간 출신 A(15) 군은 9년 전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뒤 줄곧 한국에 살고 있다.

그는 "먼저 중학교에 입학한 친구가 '책이 초등학교 때보다 두 배나 두껍다'고 겁을 줬다"며 "프랑스의 킬리앙 음바페 같은 유명 축구선수가 꿈이지만,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곳을 찾는 아이들은 2019년만 해도 10명 미만이었으나, 최근에는 20명까지 늘었다.

김 대표는 "다른 다문화가정보다 생계유지가 더 어렵고, 우리말이 서툰 부모를 둔 탓에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버거워하는 난민 아동이 많다"며 "부족한 부분을 우리 같은 민간단체가 채우고 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상급학교로 진학할수록 수업 따라가는 것을 아예 포기하는 난민 아동이 늘고 있다"며 "이들이 올바르게 클 수 있도록 최소한의 사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즐거운 한글 공부'
'즐거운 한글 공부'

1월 2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 있는 '바라카 작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난민 등 이주아동들의 모습. [촬영 이상서]

난민법 제정 10년째를 맞이하면서 난민 구성원 중에서 점차 한국에서 났거나 자란 아동과 청소년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에 따르면 난민법이 제정된 2012년 난민 인정자 60명 중 만 18세 미만은 23.3%(14명)였다.

이후 2016년에는 98명 중 48.0%(47명)로 높아졌고, 2020년에는 집계 후 처음으로 과반(52.2%)을 넘겼다. 69명 중 36명이 만 18세 미만이었다.

고국에 대한 향수가 남아있는 1세대와는 달리 이들은 우리말과 문화가 익숙한 사실상 한국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라나는 아이들의 키만큼이나 난민 부모의 한숨 또한 커져만 간다.

◇ "아이 아플 때마다 가슴 철렁"…'복지 사각지대' 놓인 난민 신청자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왕갈라 도르카스(맨 왼쪽) 씨 가족. 지난해 태어난 막내딸은 사진에 담지 못했다. [본인 제공]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왕갈라 도르카스(맨 왼쪽) 씨 가족. 지난해 태어난 막내딸은 사진에 담지 못했다. [본인 제공]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왕갈라 도르카스 씨는 장기집권을 이어가려는 조제프 카빌라 전 대통령에 저항하는 반정부 인사로 활동하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2010년 한국에 왔다.

2018년 난민 지위가 부여됐다. 그사이 같은 국적의 남편과 결혼해 아들 한 명, 딸 두 명을 낳았다.

도르카스 씨는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8년 동안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고 한다.

그는 "병원에 가는 방법뿐만 아니라, 진료 절차를 알기가 힘들었다"며 "행여나 치료를 받더라도 의료보험 적용이 안 된 탓에 큰 비용이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국제 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이 난민 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4.4%가 '자녀가 아팠을 때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치료비에 대한 부담 때문'이 49.2%로 가장 많았다. 이어 '한국어를 잘하지 못해서'(18.0%),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몰라서'(14.8%) 등을 들었다.

도르카스 씨가 "어떤 음식 좋아해?"라고 아이들에게 묻자, 12살 아들은 "난 잡채", 9살 딸은 "난 불고기 볶음밥"이라고 답했다.

그는 "내 자녀는 콩고 문화나 전통에 대해 전혀 모르는 평범한 한국인"이라며 "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사회 보장을 바라는 게 그토록 무리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대선 결과 발표 기다리는 시민들
콩고민주공화국 대선 결과 발표 기다리는 시민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도르카스 씨가 최근 경기 안산시 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 난민 가정을 돕는 일을 하기로 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카메룬과 나이지리아, 이집트 등에서 갓 입국한 난민 엄마 수십 명을 상담했어요. 고민은 과거의 저와 똑같아요. 아이가 아플 때 어떻게 병원에 가는지, 입학은 어디서 신청하는지, 가정통신문은 어떻게 읽는지 등등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제가 느꼈던 절박함을 다른 엄마들이 겪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난민 신청자나 인도적 체류자가 자녀 앞에서 느끼는 무력감은 크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난민 신청자는 반년, 인도적 체류자는 1년에 한 번씩 비자 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 기타 비자라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기 힘들고, 육체노동이나 일용직만 가능하다. 의료보험에 가입하기도 힘들다.

난민 인정자를 포함해 만 8세 미만의 모든 아동은 월 10만원씩 아동수당이 지급되지만, 난민 신청자와 인도적 체류자는 여기서도 제외된다.

사단법인 '두루'의 김진 변호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라 모든 아동은 차별 없이 자라야 한다"며 "하지만 국내 난민 중에서는 극소수의 난민 인정자 아동만 의료나 교육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 "난민도 교육·건강권 등 최소한의 복지 보장해야"

난민 아동은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체류부터 교육까지 모든 것이 불안정한 상황에 둘러싸여 있다.

2018년 난민 인정을 받고 올해 대학교 입학을 앞둔 김민혁 씨가 1월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촬영 이상서]

2018년 난민 인정을 받고 올해 대학교 입학을 앞둔 김민혁 씨가 1월 2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촬영 이상서]

이란 출신인 김민혁(19) 씨는 7살이던 2010년 한국에 온 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기독교로 개종했다. 2016년 종교적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으나, '너무 어려 종교 가치관이 정립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부됐다.

이후 김 씨는 재학 중이던 중학교 친구들의 청와대 국민청원과 릴레이 1인 시위 등에 힘입어 2018년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김 씨의 아버지는 난민 불인정 판정을 받았고, 재신청 결과에서도 인도적 체류만 허가받았다. 다행히 지난해 법원이 '난민 지위를 인정하라'는 판결을 내려 부자는 한국에 살 수 있게 됐다.

최근 중앙대 사회복지학과에 합격 통보를 받은 그는 3월 입학식을 기다리고 있다. 심리학도 복수전공할 계획이다. 언젠가 귀화 심사를 통과해 입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 씨는 "난민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복지 지원과 심리적 안정이라 생각했기에 두 전공을 택한 것"이라며 "나도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나중에 그들에게 힘이 돼주고 싶다"고 했다.

어릴 때 이주한 난민 아동은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모국을 떠나 타국에서 뿌리내려야 한다. 이에 최소한의 생활 보장과 함께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줘야 한다는 것이 김 씨의 생각이다.

그는 "친구는 학원 갈 때 난 법원 간다는 사실이 억울하기도 했지만, 학교 바깥에서 배웠던 것도 많다"며 "지금 힘들어하는 난민 아동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버티라'는 얘기를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 난민 인정 촉구하는 김민혁 군
아버지 난민 인정 촉구하는 김민혁 군

이란 난민 소년 김민혁 군이 아버지의 난민 지위 재심사를 받기 위해 2019년 6월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별관을 방문, 난민 지위 인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들은 난민 아동이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만이라도 안정적인 체류와 교육권, 건강권 등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불안정한 부모의 상황과 열악한 가정 형편, 학교에서의 차별 등으로 힘든 유년 시절을 보내는 난민 아동이 많다"며 "대부분 보육비, 양육수당 등 사회보장 혜택에서 제외된 탓에 안정적인 환경 하의 성장이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성장기에 겪는 경험은 평생에 걸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생각해 아이가 있는 난민 가정만이라도 보다 전향적인 난민심사를 통해 체류자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난민인권단체 '아시아 평화를 향한 이주'의 김영아 대표는 "김민혁 씨처럼 부모와 난민 심사 결과가 엇갈릴 때 난민 아동은 생이별 위기에 놓이게 된다"며 "무국적자이자,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섬'으로 전락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다문화가정이나 이주노동자 등 나름의 커뮤니티가 형성된 다른 이주민 그룹과 달리 난민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의지할 곳도 없고, 보호 체계도 전무하기에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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