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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한국생활이지만…아프간 두고온 가족 생각에 맘 무거워"

송고시간2022-01-26 05:59

지역사회 첫발 내딛는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최초 언론인터뷰

"아프간 있었으면 총살당했을 것…많은 도움 덕에 한국에 안착"

"최근 카톡 설치해…직장에선 좋은 동료, 동네에선 좋은 이웃 되고 싶어"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목숨을 잃을 뻔한 상황에서 저희는 극적으로 한국에 올 수 있었습니다. 천만다행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고국에 남겨진 친인척을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무겁기만 합니다."

지역 사회 첫발 내디딘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지역 사회 첫발 내디딘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최근 인천지역 한 제조업체에 취직하며 한국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출신 자마니 타예브 씨와 허쉬미 낭얄라이 씨. 이들은 "고국에 남아 있는 가족의 안전이 걱정되니 얼굴을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본인 제공]

지난해 8월 탈레반 집권을 피해 한국 땅을 밟은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이 지역 사회에 첫걸음을 내디뎠다.

자마니 타예브(32) 씨와 허쉬미 낭얄라이(34) 씨는 임시생활시설인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을 최근 퇴소해 인천의 한 제조업체에 취업,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이들은 26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오늘 아침에는 집에서 계란과 차, 빵을 곁들인 모국 음식을 요리해서 먹었다"며 "집 주변에 할랄 음식점은 어디 있는지, 슈퍼마켓은 어떻게 가야 하는지 등 사소한 일상에 익숙해지려고 노력 중"이라고 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가 외부에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식품을 말한다.

2012년부터 3년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한국직업훈련원에서 영어 교사로 근무한 자마니 씨는 한국을 위해 일한 경력이 있다는 이유로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다고 한다.

두려움에 떠는 아내와 3명의 딸을 보며 걱정하던 그에게 희망의 소식이 들렸다. 한국 정부와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직업훈련원, 한국병원 등에서 수년간 일했던 아프간인을 한국으로 이송한다는 것이었다.

영상 기사 아프간 특별기여자 7가구 지역사회 정착 첫발
아프간 특별기여자 7가구 지역사회 정착 첫발

그는 "곧바로 한국 대사관을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은 절박함이 담긴 나의 손을 맞잡아줬다"며 "우리 가족에겐 정말로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크게 악화하고 있던 당시 정세를 생각했을 때 만약 한국에 오지 못했다면 탈레반으로부터 처형당했을 게 분명하다"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국에 온 이후 충북 진천과 전남 여수 등에서 직업훈련과 언어·문화 교육을 받으면서 매일같이 새로운 날을 맞았다고 한다. 그는 최근 인천의 한 플라스틱 제조업체에 취직하며 또 한 번의 도전을 앞두고 있다.

그는 "고향에서 원래 하던 일이 아니라 어렵고 힘들지만, 직업이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며 "적응을 잘 마쳐서 직장에서는 좋은 동료가, 동네에서는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 카카오톡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고 사용법도 익히는 중"이라며 웃었다.

그를 기다리는 좋은 소식도 있다. 딸들과 아내가 이달 말 여수 교육원을 퇴소해 그가 사는 인천으로 올라오기로 한 것이다.

그는 "다시 같이 살 수 있어서 기쁘다"며 "7살인 맏딸이 다닐 유치원도 알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자마니 씨의 아프간 직장 동료였던 허쉬미 씨는 한국에서도 그와 같은 회사에 다니게 됐다.

허쉬미 씨는 "연수원에서처럼 일터에서도 열심히 배워 성장하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다짐했다.

날씨부터 언어, 문화, 생활 방식까지 모국과 다른 점이 많은 한국이기에 '다시 태어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그는 "내륙 지역이던 모국과 달리 새로 정착한 인천은 조금만 길을 나서도 바다가 보이는 도시"라며 "마주치는 행인 대부분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 주는 등 좋은 사람이 많은 동네라고 느꼈다"고 했다.

여수에 온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여수에 온 아프간 특별기여자들

(여수=연합뉴스) 충북 진천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생활해온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의 가족들이 27일 전남 여수시 오천동 해양경찰교육원에 도착해 환영하는 시민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와 가족 391명은 여수 해경교육원에서 4개월간 생활하며 사회 적응 교육을 받게 된다. [사진공동취재단] 2021.10.27 minu21@yna.co.kr

"걱정은 없냐"고 묻자 이들은 "두 가지다. 한국에 있는 가족과 모국에 있는 가족"이라고 답했다.

허쉬미 씨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고난을 겪었던 자식들에게 좋은 미래를 안겨 주고 싶다"며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에서 우리는 집도, 직업도, 희망도 잃었다"며 "여기서 다시 미래를 찾고 싶다"고 했다.

자마니 씨는 "부모님과 친구들은 여전히 아프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며 "음식을 구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잘 버티고 있을지 염려된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이에 허쉬미 씨도 "내 형제들도 아직 아프간에 있다"며 "이제까지 베풀어준 한국 정부의 도움에 감사하지만, 아프간에 있는 가족도 살펴주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구호식품 받는 아프간 서부 지진 피해 주민들
구호식품 받는 아프간 서부 지진 피해 주민들

아프가니스탄 서부 바드기스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집이 파괴된 주민들이 1월 18일(현지시간) 구호식품을 받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정보문화부 부장관 겸 탈레반 정부 대변인은 전날 발생한 두 지진으로 인해 28명이 숨지고 주택 800여 채가 파괴됐다고 이날 전했다. 17일 오후 이 지역에서는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고, 약 두 시간 뒤 규모 5.6의 지진이 이어졌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들은 "모국에는 재능이 넘치고, 다양한 꿈을 품은 사람들이 많지만, 탈레반 탓에 그 날개를 펼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우리 역시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원으로 남도록 노력할 테니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 달라"고 부탁했다.

이어 "설날이 얼마나 한국에서 큰 명절인지 안다"며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인천의 유명 관광지도 다니고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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