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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모 감독이 필름에 바치는 헌사…영화 '원 세컨드'

송고시간2022-01-2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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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 필름(film)이 왜 영화를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때가 곧 올 듯하다.

영화계도 2000년대 불어닥친 디지털화 바람을 피해 가지 못했고 백 년을 이어온 필름 영화 시대는 저물었다.

중국의 거장 장예모(장이머우) 감독은 신작 '원 세컨드'를 통해 희미해지는 필름의 힘과 가치 그리고 추억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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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세컨드' 포스터
영화 '원 세컨드' 포스터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영어 단어 필름(film)이 왜 영화를 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때가 곧 올 듯하다.

필름을 돌릴 필요 없이 클릭 몇 번이면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는 세상이 되면서다. 영화계도 2000년대 불어닥친 디지털화 바람을 피해 가지 못했고 백 년을 이어온 필름 영화 시대는 저물었다. 필름은 어느새 구시대의 산물이 돼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간다.

중국의 거장 장예모(장이머우) 감독은 신작 '원 세컨드'를 통해 희미해지는 필름의 힘과 가치 그리고 추억을 소환했다.

영화 한 편, 아니 한 컷이라도 보기 위해서는 정성스러운 손길이 닿아야 하고 그렇게 스크린에 띄워진 장면 하나하나는 보는 이들의 마음에 아로새겨진다. 장예모 감독은 걸출한 솜씨로 이 과정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일흔 살의 거장이 필름에 바치는 헌사라 할 만하다.

영화 '원 세컨드' 속 한 장면
영화 '원 세컨드'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화대혁명기 중국의 한 농장. 노동교화소에서 탈출한 남자(장이 분)가 사막을 건너 이곳을 찾았다. 마을에 딱 하나 있는 극장에서 영화 상영 전 틀어주는 뉴스를 보기 위해서다. 뉴스에는 그가 수년 전 헤어진 딸의 모습이 담겨 있다. 그러나 영사기사(판웨이)의 아들이 실수로 필름 한 통을 망가뜨리면서 영화 상영을 할 수 없게 된다.

절망에 빠진 것은 남자뿐만이 아니다. 필름으로 만든 전등이 필요한 여자아이 류가녀(류하오춘)의 마음도 초조하기만 하다. 두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영화를 못 보게 된 마을 사람들 역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은 속절없이 포기하지 않는다. 영사기사의 지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각자의 집에서 이불과 가마솥, 천 등을 가져와 '필름 살리기'에 돌입한다.

영화 '원 세컨드' 속 한 장면
영화 '원 세컨드'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리저리 꼬이고 먼지까지 뒤집어쓴 필름을 복원하는 일은 지난하기 짝이 없다. 우선 필름을 빨랫줄에 걸어둔 채 물로 헹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 물을 끓여 증류수를 추출해 필름에 묻은 작은 먼지들도 씻어낸다. 이후 부드러운 천으로 마사지하듯 필름을 닦아내고 너무 세지도 약하지도 않게 부채질을 한다. 필름을 다시 감는 일 역시 만만찮다.

한밤중이 다 돼서야 작업이 끝나고, 드디어 영화를 볼 수 있게 된 마을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지른다. 스크린 코앞뿐만 아니라 스크린 뒤와 극장 입구까지 가득 채운 이들의 반짝이는 눈은 스크린 한 곳만을 향한다. 뻔하디뻔한 스토리에 화질도 엉망이지만 감격한 관객들은 눈물을 훔친다. 영사기사의 배려로 홀로 남은 남자는 스치듯 지나가는 딸의 모습을 단 1초간 보게 된다. 그는 필름을 자르고 붙인 영사 기사의 '특별 기술' 덕에 동이 틀 무렵까지 그 모습을 돌려 볼 수 있게 된다.

영화 '원 세컨드' 속 한 장면
영화 '원 세컨드' 속 한 장면

[찬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이 이렇게까지 해서 영화를 보고 싶어 한 이유는 무엇일까. 내일 아침 또 다시 중노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실은 잊고 오직 재미만을 탐닉할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 같다. 사랑하는 가족, 이웃들과 한데 모여 마음껏 울고 웃을 수 있는 유일한 자유의 공간이 극장이었기 때문 아닐까. 모든 것을 통제하는 당시의 중국 사회도 관객이 저마다 느끼는 감상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영화는 앞서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 최고상인 황금곰상 수상이 유력시됐지만, 돌연 출품과 시사회가 취소됐다. 영화제 측은 기술 문제라고 설명했으나 중국 정권의 외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져 나왔다.

오는 27일 개봉. 상영시간 103분. 12세 관람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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