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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작가 백희나 "옛이야기 해석의 즐거움, 독자의 특권이죠"

송고시간2022-01-16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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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51)는 신작 '연이와 버들도령'(책읽는곰) 속 한 장면에 궁금증을 나타내자 이렇게 말했다.

2020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는 최고의 영광을 누렸지만, '구름빵' 출판사로부터 저작권을 돌려받고자 수년간 벌인 소송에선 최종 패소했다.

백 작가는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소송에서 이길 거란 생각보다 (후배 작가들에게) 잘못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제 숙제를 한다는 심정이었다"며 "패소하고도 '어떡하지', '세상이 이렇게밖에 안 돌아가나' 하는 마음 대신 '그렇지 뭐'란 심정이었다"고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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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의 신작 '연이와 버들도령' 출간…"연이에게 내 심정 담긴듯"

희비 갈린 공백기,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저작권 소송 최종 패소

3년 만의 신작 '연이와 버들도령' 출간한 백희나 작가
3년 만의 신작 '연이와 버들도령' 출간한 백희나 작가

[책읽는곰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그때 제 심정이었던 것 같아요."

버들도령의 죽음을 목격한 연이는 왜 슬프지 않았을까, 왜 목 놓아 울지 않았을까.

'구름빵'으로 유명한 백희나 작가(51)는 신작 '연이와 버들도령'(책읽는곰) 속 한 장면에 궁금증을 나타내자 이렇게 말했다. 자신의 마음 상태가 주인공 연이에게 투영됐다는 의미였다.

백 작가가 새 그림책을 내는 건 '나는 개다' 이후 3년 만. 그 사이, 그에겐 희비가 갈린 일들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2020년 아동문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상'을 받는 최고의 영광을 누렸지만, '구름빵' 출판사로부터 저작권을 돌려받고자 수년간 벌인 소송에선 최종 패소했다. 기쁨과 성취의 순간을 온전히 누리기에는, 과거 자료를 파헤치고 증언도 해야 하는 저작권 소송은 심신에 너무 큰 타격을 줬다.

백 작가는 16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소송에서 이길 거란 생각보다 (후배 작가들에게) 잘못된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하는, 제 숙제를 한다는 심정이었다"며 "패소하고도 '어떡하지', '세상이 이렇게밖에 안 돌아가나' 하는 마음 대신 '그렇지 뭐'란 심정이었다"고 떠올렸다.

"연이에게 이런 기막힌 일이 생겼을 때도, 희망이란 걸 못 보고 산 아이라면, 막 울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울음도 기댈 데가 있을 때 나온다고 생각했죠."

백희나 작가 신작 '연이와 버들도령' 표지
백희나 작가 신작 '연이와 버들도령' 표지

[책읽는곰 제공]

의외인 건, 그가 몸과 마음을 다시 일으키면서 옛날이야기를 꺼내놓았다는 점이다.

'연이와 버들도령'은 선녀와나무꾼, 콩쥐팥쥐처럼 대중적이진 않지만 한 번쯤은 접했을 민담. 엄동설한에 나물을 구해 오라며 계모에게 쫓겨난 의붓딸 연이가 신비한 동굴에서 만난 초인적인 도령의 도움으로 시련을 극복한다는 이야기다.

"옛날이야기 시리즈를 만들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읽은 추억이 떠올랐죠. 서사 구조가 강한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옛이야기 책에 저 자신이 목말라 있었던 것 같아요."

백 작가는 '옛날 옛날에'로 시작하는 설화를 그대로 옮겨놓지 않았다. 등장인물의 관계 설정부터 시각적인 이미지까지 그만의 인사이트(통찰)를 가미해 감상의 공간을 활짝 열어놓았다.

한집에 살며 연이에게 궂은일을 시키는 계모는 '나이 든 여인'으로 등장한다.

그는 "계모가 무조건 나쁜 사람이란 편견을 주고 싶지 않았다"며 "어떤 환경의 아이들이 이 책을 읽었을 때 상처나 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나이 든 여인을 기성세대나 윗사람, 힘 있는 자 등으로 각자 상황에 맞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연이는 나이 든 여인의 지시로 추운 겨울날, 상추를 찾아 눈밭을 헤맨다. 몸 녹일 곳을 찾아 들어간 동굴은 극락처럼 따스한 봄날이다. 이곳에서 만난 도령은 상추 걱정은 말고 편히 쉬라며 따뜻한 밥상을 차려온다. "편히 드세요."

백 작가는 "이 이야기에서 각박한 현실, 무서운 곳으로부터 잠시 숨을 수 있는 동굴이 특별하게 다가왔다"며 "숨바꼭질하는 느낌도 들고, 안전한 비밀장치 같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호한 경계의 세상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닥종이 인형과 실사를 결합한 '연이와 버들도령' 속 한 장면
닥종이 인형과 실사를 결합한 '연이와 버들도령' 속 한 장면

[책읽는곰 제공]

도령이 연이와 쌍둥이처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단 점도 흥미롭다. 마치 연이가 내면의 동굴에 자리한 또 다른 자아(도령)를 만나 억압을 딛고 주체성을 회복하는 성장기처럼 읽히기도 한다.

백 작가는 자신도 작가이기 앞서 해석의 즐거움을 느끼는 독자·청자라며 이 지점이 옛이야기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민담은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서사가 축적됐기 때문이다. "화자에 의해 이야기가 계속 바뀌죠. 여러 사람의 관점과 인생이 녹아 들어가니까요. 저도 제 인생을 비춰보며 숨겨진 코드를 발견하고 해석해본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도 자기만의 해석, 감상을 하는 게 특권이라 생각해요. 그 권리를 해치면 안 되니 어떤 의도라고 얘기하긴 어렵죠."

이야기에 몰입감을 높이는 건, 백 작가 특유의 우아하고 입체적인 이미지 구현이다. 그는 캐릭터와 세트를 직접 만들고 촬영하는 3차원(3D) 일러스트레이션 기법으로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등장인물을 닥종이 인형으로 제작하고 '장수탕 선녀님'에서처럼 실제 풍경을 찍어 실사를 더했다. 그는 눈 내린 산을 찍기 위해 강원도, 경기도, 서울 등지 다섯 군데 산을 돌아다녔다. "눈이 오면 즉시 뛰어나가고, 폭설 예보가 있으면 전날 가서 대기하기도 했죠. 하하."

닥종이 인형으로 구현된 연이와 버들도령
닥종이 인형으로 구현된 연이와 버들도령

[책읽는곰 제공]

특히 그의 손을 거친 동굴 세상은 이야기 흐름에 따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연이가 처음 찾았던 꽃이 만발한 풍경에선 화려한 색채의 민화가 등장하고, 나이 든 여인이 동굴에 불을 질러 황폐해진 모습에선 타고 남은 듯한 재가 흩날린다.

그는 그간 이런 과정을 무척 힘들게 작업했지만, 이번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상금을 받은 덕에 작업 환경이 개선됐다고 했다. "여러 군데로 옮겨 다니던 작업실도 마련하고, 빌려 쓰던 렌즈, 조명 장비도 갖췄어요."

여전히 지친 심신의 치료와 치유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스토리는 계속 구상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독자들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그는 "한창 소송할 때 SNS로 위로와 응원의 글을 많이 받았다"며 "그중 한 중학생이 '구름빵이 어린 시절 행복한 추억의 일부가 됐다'는 글을 보내왔다. 정말 기뻤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마지막 순간에 저를 일으켜 주는 것도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이에요. 아이들이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의 일부로 제 책을 기억해준다면 더없는 영광이죠."

그래선지, 신작은 작가가 어린 독자들에게 희망적인 복귀를 알리는 메시지 같다. 마치 연이가 동굴에 들어가려고 버들도령에게 외치는 주문처럼 말이다. '버들도령, 버들도령, 연이 나 왔다, 문 열어라.'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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