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1년' 평화 프로세스는 제자리…속타는 임기말 문대통령
송고시간2022-01-16 11:00
'트럼프식' 톱다운 해법 난망…종전선언 돌파구 끝까지 모색
거세지는 '反中전선 동참' 압박도 부담…임기 내 막판 반전계기 찾을까

(로마=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 누볼라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기념촬영전 정상 라운지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2021.10.30 jjaeck9@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 "트럼프와 바이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해서는 어느 쪽 당선이 나을 것인가"
미국 대선을 앞둔 2020년 가을 청와대 안팎의 관심은 온통 미국 대선 결과가 남북관계 진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쏠려 있었다.
당시 정치권의 의견은 팽팽하게 갈렸다.
일각에서는 공화당 소속인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에 비해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이나 한국 집권세력인 더불어민주당과 코드가 더 잘 맞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바이든 후보의 선전을 응원했다.
그러나 다른 쪽에서는 2018∼2019년 남북미 대화의 급진전을 이끌었던 '트럼프식' 행보를 바이든 후보에게는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남북 대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트럼프의 연임이 낫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 한미공조 강화 속에도 남북미 대화는 교착…호응없는 北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을 눈앞에 둔 16일 현재 외교가에서는 대선 전 우려가 현실이 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지난해 5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튼튼한 동맹을 확인하고 미사일지침을 해제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으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측면에서는 멈춰선 대화의 물꼬를 트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만 이어갔기 때문이다.
물론 지난해 상반기 바이든 행정부가 '실용적 접근을 통한 외교적 해법 모색'이라는 새로운 대북전략을 내놓고 7월에는 북한이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하는 등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이 통신선 복원 2주 만에 한미연합훈련에 반발하면서 다시 남북 간 대화채널이 막혔다. 여기에 미국은 북한에 '조건없는 대화 복귀'를 요구하고 북한은 '적대정책 철회'를 미국에 요구하는 등 북미대화도 평행선만 이어가는 실정이다.
이럴 때 돌파구를 열 수 있는 것이 과거 남북미 정상회동 등에서와 같은 정상들의 '정치적 결단'이지만 그간 바이든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를 보면 이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등 정치일정이 맞물려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과감한 양보'를 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북한은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있어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미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할 여지도 많지 않은 갑갑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대중 압박전선 본격화…美, 베이징 올림픽도 보이콧
미중 패권경쟁 양상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대(對) 중국 압박에 동참하라는 외교적 압력이 커지는 것도 문 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방국들과의 '동맹 복원'을 통해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중국과의 마찰은 커져만 가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이다.
물론 미국은 한국에 보이콧 동참 요청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며, 이에 따라 한국은 검토를 거쳐 정부 인사들로 구성된 외교단을 파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애초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평화 올림픽'으로 만들고자 했던 문 대통령의 구상은 타격을 입게 됐다.
실제로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중이 한 자리에 모여 종전선언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었으나 이제는 물거품이 된 모양새다.
당장 문 대통령부터 베이징에 방문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미중 사이의 충돌은 문 대통령의 평화구상에 적잖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지만,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고려하면 중국과의 관계설정 역시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문대통령, 종전선언 끝까지 추진…한미, 극적 반전 이룰까
이같은 악조건 속에도 문 대통령은 임기 끝까지 종전선언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미 간에는 이미 문구 조율까지 끝난 만큼 북한의 호응을 끌어내는 '마지막 단계'만 남겨뒀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백신 협력을 지렛대로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오미크론 변이의 위협이 커지는 가운데 대규모 백신 공급을 약속하면서 북한을 종전선언 논의 테이블로 불러내자는 것이다.
다만 이 방식 역시 백신공급의 주체가 미국이 되거나, 적어도 국제기구를 통한 백신전달을 미국이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로 깔려 있다.
이런 점에서 종전선언의 진전 여부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상당 부분 달려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
hysu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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