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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계 주변인'이 인물 중심으로 풀어쓴 한국 사회학사

송고시간2022-01-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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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이 아무리 유럽에서 태동한 학문이라고 하지만, 광복 이후 70년이 훌쩍 흘렀음에도 우리나라에는 주목할 만한 사회학자가 없는 것일까.

정수복 박사가 10년간 연구한 성과를 담은 4권짜리 노작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는 이 물음의 답이 될 만한 책이다.

저자는 자신을 사회학계 '주변인' 혹은 '이방인'으로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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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복 박사 10년 연구 성과물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출간

이상백·김경동·이효재·김진균 등 11명 평전 형식으로 소개

정수복 박사
정수복 박사

[문학동네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대학에서 사회학과 전공과목인 '사회학사'를 수강하면 대부분 서양 학자들의 이론과 사상을 배우게 된다.

사회학의 시조로 평가되는 오귀스트 콩트를 시작으로 카를 마르크스, 막스 베버, 에밀 뒤르켐, 게오르크 지멜 등 19세기 이후 활동한 서구 학자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한 학기가 끝날 무렵에도 강의는 주로 서양 학자 이야기로 채워진다.

사회학이 아무리 유럽에서 태동한 학문이라고 하지만, 광복 이후 70년이 훌쩍 흘렀음에도 우리나라에는 주목할 만한 사회학자가 없는 것일까.

정수복 박사가 10년간 연구한 성과를 담은 4권짜리 노작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는 이 물음의 답이 될 만한 책이다. 국내 주요 사회학자 11명을 선정해 평전 형식으로 한국 사회학사를 정리했다.

저자는 자신을 사회학계 '주변인' 혹은 '이방인'으로 여긴다. 서울대가 아닌 연세대에서 정치외교학을 공부한 뒤 대학원에 진학해서야 사회학을 전공했고, 미국이 아닌 프랑스에서 유학했다는 점이 그 이유다. 또 그는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나 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주류 사회학자가 아닌 이방인이어서 사회학 역사에 호기심을 품게 됐다고 말한다. 그는 "이방인은 특권이 없는 대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고, 당연의 세계를 낯설게 바라본다"며 비교의 관점이 필요한 사회학자는 '직업적 이방인'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보기에 한국 사회학계는 200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 맞는 '우리 사회학'을 하자는 목소리가 크게 줄었다. 학자들이 교수로 임용되고 실적을 내기 위해 영어 논문을 쓰는 데 매달린 결과다.

저자는 "전통은 세월이 흐른다고 저절로 형성되지 않으며, 어느 시점에서 주체적으로 '발명'돼야 한다"며 "우리다운 문제의식에 기초한 사회학 이론과 방법을 구성하기 위해 한국 사회학 역사를 돌아보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한국 사회학의 지성사

[푸른역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책은 세계 사회학 역사, 한국 사회학 100년 통사와 사회학계 지형도를 설명한 1권과 한국 사회학자를 분석한 2∼4권으로 나뉜다. 1권부터 차례로 '한국 사회학과 세계 사회학', '아카데믹 사회학의 계보학', '비판사회학의 계보학', '역사사회학의 계보학'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저자가 2권에서 다룬 인물은 한국 사회학을 제도화한 이상백, 대구·경북 지역 사회학 발전에 기여한 배용광, 미국 사회학 조사방법을 도입한 이만갑, 인구학 기초를 마련한 이해영, 사회학을 체계화한 김경동이다.

이어 3권에서는 분단시대 사회학을 전개한 이효재, 민중사회학으로 알려진 한완상, 민족·민중사회학 대표 학자라고 할 수 있는 김진균을 소개한다. 4권에는 가족을 중심으로 사회사를 연구한 최재석, 민족 중심으로 근대 사회사를 분석한 신용하, 한국 근현대사를 비판적으로 성찰한 박영신이 나온다.

저자는 사회학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도 읽을 수 있도록 학자들의 이론, 생애, 성과와 한계를 어렵지 않게 서술했다. 위대한 학자 이전에 평범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일화도 실었다.

예컨대 서울대 사회학과와 한국사회학회 창설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이상백이 대한체육회 일을 병행하느라 교수 시절 휴강을 많이 했고, 일본 학자의 책을 번역하는 방식으로 강의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이상백은 한국 사회학의 역사에서 기본이 될 문제의식, 이론,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학의 아버지'로 선뜻 내세우기 어렵다"며 "사실 그는 역사학 가운데 사회사를 전공한 학자였다"고 평가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주류 사회학계는 물론 이에 대항한 비판사회학계도 한국 사회학 이론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외국 이론을 한국에 적용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토착 사회학 이론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다른 인문학·사회과학 분야와 공동 연구를 늘리고, 고전사회학과 현대사회학 이론을 재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어 "경험 연구 없는 추상적 이론체계는 공허하다"며 "이론적 성찰을 하는 학자와 경험적 연구를 하는 학자가 서로의 연구에 관심을 두고 긴밀하게 논의할 때 우리의 이론이 만들어진다"고 강조한다.

푸른역사. 각권 412∼504쪽, 2만7천∼3만3천 원. 세트 12만2천500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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