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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반과 탐욕, 피로 얼룩졌던 이름…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송고시간2022-01-05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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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이토록 성(姓)에 민감하게 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를 창업한 구찌 일가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구찌 가문으로 시집온 파트리치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구찌라는 이름이 배반과 탐욕, 피로 얼룩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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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포스터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포스터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보람 기자 = 1997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법정. 중년 여성 파트리치아(레이디 가가 분)가 퀭한 얼굴로 피고인석에 앉아 있다. 판사는 형을 선고하기 위해 그를 "시뇨라 레지아니"(레지아니 부인)라 여러 차례 호명하지만, 파트리치아는 미동도 하지 않는다. 그는 판사를 노려보며 "시뇨라 구찌"라 부르라고 나지막이 호통친다. 그가 이토록 성(姓)에 민감하게 구는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를 창업한 구찌 일가에서 벌어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구찌 가문으로 시집온 파트리치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구찌라는 이름이 배반과 탐욕, 피로 얼룩져가는 과정을 그렸다. 할리우드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한 장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야기는 파트리치아가 20대 초반이던 1978년, 구찌의 지분 절반을 상속받을 마우리치오(애덤 드라이버)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구찌라는 성을 들은 파트리치아 얼굴에는 화색이 돌고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유혹한다. 아버지의 반대에도 파트리치아와 결혼한 마우리치오는 변호사의 꿈을 접고 경영에 손을 뻗는다. 구찌에 대한 야욕을 품은 파트리치아가 끊임없이 남편을 구슬리고 조종하면서다. 마우리치오 역시 화려한 패션계에서 떠받들어지는 자신의 삶이 싫지 않다.

파트리치아는 연을 끊다시피 한 시아버지를 대신해 시삼촌 알도(알 파치노)에게 다가가 남편의 일자리를 따낸다. 시아버지 사인을 위조해 50%의 지분을 상속세 없이 받아내고, 알도 아들인 사촌 파올로(자레드 레토)를 회유해 부자를 회사에서 내쫓는 음모도 모두 파트리치아의 머리에서 나왔다. 그 덕에 마우리치오는 회사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혀간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한 장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트리치아가 탐하는 것은 단순히 돈이 아니다. '구찌'라는 이름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다. 서민 출신인 그에게 구찌란, 평범한 이들이 결코 쉬이 넘볼 수 없는 일종의 성역이다. 청록색과 붉은색이 섞인 띠 문양과 C와 G가 묘하게 혼합된 로고, 반복되는 모노그램은 아무나 감히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 그중에 가장 싼 것이라도 사보려는 사람들"에게 꿈에서 깨라 일갈하고, 시장 바닥에 나도는 구찌 모조품을 참을 수 없어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마우리치오는 회사를 키워낸 가족이 풍비박산 난 것을 오로지 파트리치아 탓으로 돌리고 아내에게 점점 지쳐가기 시작한다. 새로운 여자와 사랑에 빠진 뒤에는 이혼을 통보하기까지 한다. '비선 실세'인 아내를 버린 마우리치오는 결국 내리막길을 걷는다. 디자이너 톰 포드를 영입해 죽어가던 구찌를 가까스로 살려내지만, 최대 주주인 인베스트코프가 그에게 사임을 요구하면서 회사에서 쫓겨난다. 파트리치아가 고용한 킬러의 손에 죽으며 비극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한 장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는 레이디 가가가 입은 딱 떨어진 구찌 투피스처럼 맵시 좋게 만들어졌다. 중후반부 약간 늘어지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20여 년에 걸친 '구찌사'를 촘촘한 시선으로 관찰했다. 수백,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사치품 브랜드 뒤에 숨겨진 추잡한 과거를 꺼내 보임으로써 모두가 선망하는 명품이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한다.

군데군데의 빈구석은 배우들의 빛나는 호연이 채운다. 특히 레이디 가가는 이탈리아 여자의 성대를 잠시 빌리기라도 한 것처럼 귀에 착 감기는 이탈리아 억양의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 섬세한 연기를 통해 포부 넘치는 젊은 여성에서 구찌를 쥐락펴락하는 야심가, 남편의 사랑을 갈구하는 부인까지 파트리치아 인생의 변화를 몸소 보여준다. 그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다소 긴 상영 시간이 아깝지 않을 듯하다. 제79회 골든글로브 등 유명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되며 평단으로부터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오는 12일 개봉. 158분. 15세 관람가.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한 장면
영화 '하우스 오브 구찌' 속 한 장면

[유니버설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mb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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