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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내비게이션] 여수 밤바다

송고시간2022-02-15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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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는 당대의 시대상, 풍속, 문화를 거울처럼 비춰줍니다.

노랫말에 담긴 장소와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 애틋한 감성과 추억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 언제부터 여수가 밤바다 보러 가는 곳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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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하면 생각나는 그 노래…엑스포와 함께 여수를 '핫 플레이스'로

[※ 편집자 주 = 대중가요는 당대의 시대상, 풍속, 문화를 거울처럼 비춰줍니다. 노랫말에 담긴 장소와 사연을 따라가다 보면 그 시절 애틋한 감성과 추억이 손에 잡힐 듯합니다. 아~ 옛날이여.]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전라남도 여수는 '한국의 나폴리'로 부르는 이가 있을 만큼 원래 경관이 빼어난 곳이다. 이름부터가 '고운 물'(麗水) 아닌가?

남해 절경을 대표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서쪽 시작점이기도 하다. 여수 오동도에서부터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도에 이르는 한려수도는 내해처럼 잔잔한 물결과 수많은 섬 무리가 이국적인 풍광을 보여준다.

◇ 언제부터 여수가 밤바다 보러 가는 곳이 됐을까?

여수는 그러나 상업적으로 인기를 끌 만큼의 관광 명소는 아니었다.

"바다 보러 가자" 하면 대부분 강릉 경포대나 부산 해운대를 떠올렸지, 여수 바다를 먼저 이야기하는 이는 드물었다. 수도 서울에서 너무 먼 거리에 있는 데다 오랫동안 일부 구간이 외길이었던 전라선의 종착역일 만큼 교통이 불편해 개발이 더뎠다.

그랬던 여수가 지금은 밤바다 하면 먼저 떠올리는 '핫 스폿'으로 떠올랐다. 특히 젊은이들에게는 '여수 밤바다'가 '힙한' 느낌을 주는 장소로 여겨진다.

많은 사람이 휴가철에 찾아오고 평소에도 기타를 둘러맨 외지 젊은이들이 포장마차 앞이나 공원에서 버스킹(거리 공연)을 한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
아름다운 여수 밤바다

[여수시 제공. 재배포 DB 금지]

◇ 2012년 여수해양엑스포와 신예그룹 버스커버스커

변화의 중심에는 2012년에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이 있다. 하나는 그해 5월 열린 여수해양엑스포이고, 다른 하나는 신인 그룹 '버스커버스커'가 엑스포 개막을 약 두 달 앞두고 발표한 데뷔 앨범 수록곡 '여수 밤바다'의 폭발적 히트였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여는 세계박람회를 성공시키려면 많은 인프라가 필요했는데, 무엇보다 불편한 교통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외국 손님들까지 초청하는 행사인 만큼 일단 사람들이 빠르고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든 다음 다른 문제를 생각해야 했다. 일사천리로 전라선 전철 복선화가 추진됐고 2011년 10월 여수엑스포역까지 고속철도(KTX)가 개통됐다.

여수엑스포는 대전엑스포(1993년)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인정박람회다. 광역시였던 대전과 달리 '시골'에 가깝게 여겨졌던 중소도시지만, 엑스포 개최일이 가까워지고 KTX까지 개통되면서 전국의 시선이 쏠리기 시작했다.

다이너마이트 심지에 불을 댕기듯, 여수를 향해 고조되던 관심을 폭발시킨 것은 젊은 신예 그룹의 신곡 '여수 밤바다'였다. 조용한 마을에 유례없는 큰 장이 서기 전 대로가 깔리고 주막들이 새로 들어서는 들뜬 상황에서 팔도에 이름 날리는 유랑극단이 축하 공연을 해준 격이랄까.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2012년 5월 11일 열린 여수엑스포 개막식 장면
여수세계박람회장에서 2012년 5월 11일 열린 여수엑스포 개막식 장면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 이 노래, 청승맞은데 왜 좋지? 여수나 가볼까?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 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아! 뭔가 분위기가 묘했다. 당시 유행하던 일렉트로닉 댄스뮤직(EDM)이나 힙합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련된 씨티팝도 아니고, 뭐지? 분명히 젊은 신인 남성 3인조 그룹이라고 했는데 '애늙은이'가 부르는 듯한 묘한 보컬에 1980년대가 생각나는 아날로그 감성이다. 게다가 장르는 포크록 계열인데 사운드는 청승맞고 처량하기 그지없어 상업적으론 망하기 딱 좋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이유는 정확히 설명할 수 없으나 사람들의 내면에 숨겨진 외로움과 낭만적 감성을 핀셋으로 집어내듯 자극한 것이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여수 밤바다를 거닐다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시 유행하던 고음역대 곡이 아니어서 편안하게 따라 부르기 좋았던 점도 이 노래가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었다.

'여수 밤바다'는 그 해 주요 차트 상위권에 오랫동안 머물렀고 특히 여수에선 어디에 가든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엑스포가 열리는 기간 내내 박람회장 곳곳은 물론 여수 권역 해수욕장, 공원, 음식점, 술집, 카페 등에서 지겨울 만큼 이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여수해양엑스포 공식 주제가로 인식되기도 했다. 하지만 실제 여수엑스포 홍보대사는 아이유였고, 공식 주제곡은 아이유가 부른 경쾌한 리듬의 '바다가 기억하는 얘기'였다. '국민 여동생'이 무명 신인에게 '의문의 1패'를 당한 셈이라고나 할까.

버스커버스커
버스커버스커

버스커버스커가 2012년 6월 15일 여수엑스포 해상무대에서 특별초청 공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배포 DB 금지]

◇ 화려해진 여수, 문화예술 도시를 꿈꾸다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와 엑스포는 여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여수는 원래도 전남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곳이었지만, 엑스포 개최를 전후로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작은 어촌 마을들에 대형 리조트가 들어섰고 경치가 좋은 해변은 어김없이 카페와 술집들로 가득 채워졌다. 섬들 사이로 다리도 새롭게 많이 놓였고 고급 펜션들이 늘어났다. 과거 한때 밀수와 수산물 수출 등으로 현금이 많이 돌아 "여수에선 돈 자랑하지 말라"는 말까지 있던 도시에 봄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

경제적으로 활기를 되찾은 여수에는 자연스레 콧노래도 울려 퍼졌다. 버스킹하는 가수를 뜻하는 '버스커'를 팀명으로 정한 버스커버스커의 첫 히트곡이 주제가처럼 여겨진 여수에선 버스킹이 흔한 광경이 됐다. 젊은 버스커들이 여수를 찾아와 자연스레 거리 공연을 하곤 한다.

여수시는 아예 버스킹을 관광 상품으로 띄우고 있다. 버스 시티투어에 예술공연을 융합한 '여수 밤바다 낭만 버스킹'이란 하이브리드 관광 상품을 만들었고 외국인 버스커들까지 유혹하는 국제 버스킹 축제를 열기도 했다.

이제 여수는 '재즈의 도시'로 유명한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처럼 '버스킹의 도시'를 꿈꾸는 듯하다. 오~ 여수 밤바다!

여수 야경
여수 야경

[여수시 제공. 재배포 DB 금지]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이 거리를 너와 함께 걷고 싶다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이 바람에 걸린 알 수 없는 향기가 있어

네게 전해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뭐하고 있냐고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 이 기사는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22년 2월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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