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새만금] ②수질문제·예산난에 터덕인 고난의 역사
송고시간2022-01-01 07:58
30년 흘렀지만 아직도 대부분 맨땅…'국책사업' 자랑 무색
환경문제, 예산부족으로 지지부진…해수유통 논쟁도 여전해
(군산=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서른 살 넘긴 아들이 환갑 지나야 제대로 된 새만금을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요."
새만금사업은 끝을 장담하기 어려운 '현재 진행형'이다.
1989년 '새만금 간척종합개발사업'이 결정된 후 1991년 바다를 막기 위한 첫 방조제 공사가 시작 된 지 30년을 훌쩍 넘겼는데도 말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착공 60년 만인 2050년에야 완공된다.
애초 지난해까지 70%를 마칠 계획이었다. 현재 40%대 수준에 그쳐 개발 완료 시점이 2050년으로 늦춰졌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지나온 30년, 앞으로 30년인 셈이다.
국책사업임에도 더딘 새만금 진척 상황을 바라보는 전북도민들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지지부진한 속도 탓에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 '세계 최장의 방조제', '희망과 미래의 땅' 등 번지르르한 수식어가 붙었지만, 성취감이나 희망은 찾아보기 힘들다.
해양 생태계의 보물 창고이자 한국에서 가장 큰 갯벌인 부안 갯벌을 내주고도 말이다.
특히 환경 측면에서는 지금까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컸다.
녹색연합이 인용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새만금사업 이전인 1990년 전북의 어업생산량은 15만200여t에 달했으나 2015년에는 4만4천t으로 15년 만에 70%가량 급감했다.
반면 전북과 조건이 비슷한 충남의 어업생산량은 1990년 전북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6만3천여t이었으나 2015년 11만6천여t으로 배가량 증가했다.
어업생산량을 1990년대 수준으로 유지했다고 가정하면, 새만금 사업이 시작한 1991년부터 2015년까지 총 7조3천800억원 가량(현재 가치)의 누적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이 단체는 추산했다.
또 방조제 물막이 이후 새만금 내측 어류 종수는 58%, 개체 수는 85% 감소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 이 지역의 철새를 조사한 결과 최대 관찰 개체 수가 2004∼2005년 41만2천560개체에 달했으나 2016∼2017년에는 5만9천602개체로 대폭 줄어들었다.
2004∼2005년 시즌과 비교하면 86% 급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부안 갯벌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도 선정되지 못했다.
세계유산위원회(WHC)는 2021년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를 인정해 전북 고창, 충남 서천,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 4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에 올렸다.
앞서 2000년대 초 환경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들의 반발과 소송에 부딪혀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두 차례나 중단됐다 재개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시 33.9㎞에 이르는 세계 최장의 방조제란 명성을 얻었지만 거기까지였다.
여의도 면적의 140배(서울 면적의 3분의 2)에 달하는 새만금사업의 시작은 창대했지만, 그 과정은 곡절과 역경의 반복이었다.
역대 정부마다 예산 부족을 이유로 국비 지원에 난색을 보여 사업추진에 애를 먹었다.
2조9천억원이 투입된 새만금 방조제의 완공까지 무려 20여 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야 했던 사안은 곱씹어봐야 할 대목이다.
새만금 내부 매립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을 놓고도 역대 정권마다 오랜 기간 '오락가락', '갈팡질팡'하면서 허송세월을 보내야만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매립으로 드러날 토지(291㎢) 중 72%를 농지로, 나머지 28%를 비농지로 개발하는 '새만금 내부토지개발 기본구상'이 발표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농지 30%, 비농지 70%로 확 바뀌면서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후 새만금 내부개발을 총괄하는 새만금개발청이 2013년 9월 개청하면서 그나마 체계적인 개발단계로 들어섰지만, 여전한 예산 부족 때문에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다행히 새만금 남북도로건설 사업이 2017년 시작되고 신항만과 신공항 건설도 2030년 마무리할 계획이어서 교통 인프라가 획기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새만금을 2050년까지 '그린 에너지와 신산업 중심지'로 변모시키기 위해 개발 속도를 높이기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정부는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 사업에 박차를 가해 올해부터 전기를 생산하는 등 2024년까지 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스마트 그린 산단과 그린 수소 복합단지를 조성해 새만금을 에너지 자립형 도시 모델로 만드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청사진은 최근 환경단체와 일부 정치권이 제기하는 '전면적 해수 유통'을 둘러싼 논란을 슬기롭게 풀어낸다면 새로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의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보증수표가 될 것이다.
전북도 관계자는 "국책사업인 새만금사업이 30년 넘게 터덕거리면서 지역 발전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스마트 그린 산단과 그린 수소 복합단지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자해 속도감 있는 개발이 이뤄지면 새만금이 동북아 그린에너지 및 물류 허브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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